Market
스마트데포 플랫폼 기술이전 성사 여부에 업계 촉각 터제파타이드 등 국내 특허 등록으로 기술 경쟁력 보강

펩트론이 일라이 릴리와 진행해 온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평가 계약이 오는 7일 만료를 앞두고 후속 계약 성사 여부에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펩트론은 2024년 10월 7일 릴리와 자체 약물전달시스템 플랫폼 '스마트데포'를 릴리의 펩타이드 약물에 적용하는 공동 연구·기술평가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약 14개월이던 평가 기간은 연구 심화와 추가 데이터 검증을 거치며 최대 24개월로 연장됐고, 그 기한이 이달 7일 도래한다.
펩트론 측은 7일이 기술이전 본계약의 최종 시한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시점은 현행 기술평가 공동연구 계약의 기본 계약기간과 관련된 것으로, 공동연구 종료 후에도 후속 협력과 상업 계약에 대한 검토·협의는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2년간 기술적 타당성 검증이 진행된 만큼 7일을 기점으로 기술이전, 본계약 협상 돌입, 평가 기간 재연장, 협업 종료 등 파트너십 향방을 가늠할 신호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펩트론은 이에 앞서 비만·대사질환 분야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의 지식재산권을 대폭 보강했다. 회사는 지난 1일 세마글루타이드와 터제파타이드 등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약물을 장기간 지속 방출하는 서방형 제형 기술에 대해 국내 특허 등록 결정을 받았다고 공시했다.
이번 특허는 특정 점도의 생분해성 고분자 화합물을 최적 비율로 혼합해 미립구를 제조함으로써 투여 초기 과다 방출을 억제하고 장기간 균일한 방출 농도를 유지하는 기술이다. 펩트론은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월 1회 제형 후보물질 PT403과 릴리의 마운자로·젭바운드 주성분인 터제파타이드 기반 장기지속형 제형 PT404를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구축해 왔다.
특히 터제파타이드 관련 특허 등록은 지난 7월 불거진 시장 혼선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당시 최호일 펩트론 대표의 발언을 두고 릴리와의 공동연구 대상에서 터제파타이드가 제외됐다는 해석이 확산했다. 펩트론은 주주서한을 통해 계약상 비밀유지 의무로 구체적 평가 대상 물질을 밝힐 수 없으나 릴리가 보유한 차세대 비만·당뇨 후보물질과 중추신경계 약물 등 복수 물질을 대상으로 정상적인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회사는 해당 특허를 미국·유럽 등 해외 주요국에도 출원해 심사를 밟고 있어 향후 글로벌 파트너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약물전달시스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현재 비만 치료제를 주도하는 펩타이드 기반 약물은 반감기가 짧아 환자가 매주 피하주사를 직접 투여해야 한다. 투약 주기를 월 1회 이상으로 늘리면 복약 순응도를 높이고 투약 초기 급격한 혈중 농도 상승으로 인한 오심·구토 등 소화기계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이에 글로벌 빅파마들은 장기지속형 제형 기술을 보유한 플랫폼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릴리가 펩트론과 2년간 기술평가를 진행하면서 스웨덴 카무루스의 유동액정 기술을 복수 후보물질에 도입하는 멀티트랙 전략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에서도 약물전달시스템 기업들의 빅파마 협업 경쟁이 치열하다. 인벤티지랩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펩타이드 장기지속형 주사제 공동연구 뒤 물질이전계약을 맺고 생체 내 약동학 시험 단계에 들어갔다. 지투지바이오도 베링거인겔하임과 두 차례 제형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 4월 제형 개발을 완료해 대동물 평가를 진행 중이다.
이들 기업 모두 글로벌 제약사로부터 받은 후보물질로 제형 설계와 비임상 검증을 이어가고 있으나, 2년이라는 가장 긴 평가 기간을 거치며 최종 상업화 관문에 가장 먼저 다가선 곳은 펩트론이다.
펩트론은 릴리와의 기술평가 종료 시점에 맞춰 해외 시장 개척에도 나선다. 회사는 오는 6일부터 8일까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리는 세계 제약산업 전시회(CPHI)에 참가해 스마트데포 플랫폼을 알리고, 2025년 국내 품목허가를 받은 전립선암 치료제 루프원의 글로벌 판로 개척에 나선다.
류프로렐린 1개월 제형인 루프원은 스마트데포 플랫폼이 비임상부터 임상, 허가, 대량 상업 생산까지 전 과정을 완주했음을 보여주는 실물 증거다. 펩트론은 이번 행사에서 중남미·중동·유럽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링 미팅을 갖고 루프원 해외 판권 이전과 신규 물질 공동개발을 협의할 예정이다.
자체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입도 본격화됐다. 세마글루타이드 기반 월 1회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PT403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 시험계획을 제출하고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는 충북 오송에 건설 중인 주사제 생산 제2공장도 차질 없이 진행하며 향후 글로벌 상업화 계약에 대비한 대량 임상·상업 시료 공급 능력을 확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빅파마의 의사결정이 정교하고 보수적이라 기술평가 종료와 본계약 체결 사이에 시차가 발생하는 것은 흔한 현상이라고 조언한다. 계약상 비밀유지 조항 탓에 협상 진행 중 세부 사실이 공개되기 어렵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펩트론이 확보한 독자 특허 포트폴리오와 PT403의 임상 1상 승인·데이터 도출, CPHI를 통한 다변화된 글로벌 파트너링 성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회사의 펀더멘털을 입증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2년간의 기다림 끝에 맞은 10월, 펩트론이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의 상용화 결실을 맺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BIOBOOK TEAM
biobookmedia@bi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