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박재형 대표, 배정분 50%까지 청약 참여…일반공모 청약률 2880% 기록 조달 자금 90% 향남 공장에 투입, 2029년 생산능력 3억→7억 정 확대 목표

HLB제약이 60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다. 박재형 대표이사는 이번 유상증자에서 신주 9만2652주를 주당 5650원에 취득하며 보유 주식을 56만4726주에서 65만7378주로 늘렸다. 다만 발행주식 총수가 4356만1688주로 확대되면서 지분율은 직전 1.72%에서 1.51%로 0.21%포인트 하락했다.
주목할 점은 단순한 지분율 숫자가 아니다. 당초 1200억 원 규모로 설계됐던 유상증자가 주가 하락으로 발행가액이 조정되면서 절반 수준으로 축소된 상황에서, 경영진이 오히려 청약 참여 비율을 당초 배정분의 30%에서 50%로 확대했다는 점이 이번 공시의 핵심이다. 박 대표는 주식담보대출까지 활용해 청약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주주 91% 청약, 일반공모 2880%…시장은 왜 몰렸나
유상증자의 흥행 지표는 예상을 넘었다. 구주주 청약률은 91.46%를 기록했고, 이후 발생한 약 92만 주의 실권주에 대한 일반공모 청약에서는 2880.13%의 경쟁률이 나왔다. 신주 상장 예정일은 10월 7일이다.
이 같은 시장 반응의 배경에는 모기업 HLB그룹의 글로벌 모멘텀이 자리 잡고 있다.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담관암 표적항암제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가 9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 신약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 임상 1·2상에서 객관적반응률(ORR) 45.7%, 반응지속기간 중앙값 11.8개월을 기록한 결과다.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 FDA에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직접 제출해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기술 수출(라이선스아웃)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임상부터 허가까지 독자적으로 완수했다는 점에서, 그룹 전반의 기업 가치와 계열사에 대한 시장 기대가 동시에 높아진 셈이다.
조달 자금의 90%가 향하는 곳, 향남 신공장
유상증자로 확보한 608억 원 중 약 550억 원은 향남 신공장 건설에 투입된다. 현재 HLB제약은 남양주 공장의 가동률이 90%를 초과한 상태로, 전체 물량의 약 40%를 외주 생산(CMO)에 의존하고 있다. 자체 생산능력의 한계가 수익성을 압박하는 구조다.
향남 신공장은 2027년 말 완공, 2029년 본격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가동이 시작되면 연간 정제 생산능력은 현재 3억 정에서 7억 정 이상으로 2배 넘게 늘어난다. HLB제약 측은 "늘어난 생산능력은 기존 외주 생산 물량을 내재화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우선 활용할 계획"이라며 "퍼스트 제네릭, 항암제 제네릭 등으로 제품군을 넓히고 글로벌 CMO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주 비용 절감을 통한 영업이익률 개선이 핵심 논리인데, 이 계산이 성립하려면 두 가지 전제가 충족돼야 한다. 첫째, 공장 완공 일정이 지연 없이 진행돼야 하고, 둘째, 늘어난 생산능력을 채울 수 있는 수요가 확보돼야 한다. 현재 HLB제약의 주력 매출은 제네릭 의약품에서 나오고 있어, 신공장 가동 시점까지 제품 포트폴리오 확장 속도가 투자 회수의 관건이 된다.
그룹 FDA 승인이 HLB제약에 미치는 실질적 효과는
진양곤 HLB그룹 이사회 의장은 FDA 승인 직후 "간암 신약(리보세라닙)으로 세 차례 고배를 마신 끝에 마침내 첫 FDA 승인이라는 결실을 거뒀다"며 "기존에 지연됐던 파트너사의 제조·품질관리(CMC) 보완사항도 이미 완료돼 빠르게 재신청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그룹 차원의 성과가 HLB제약의 실적에 직접 반영되는 경로는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리픽투의 미국 상업화와 유럽 허가 신청은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주도하고 있으며, HLB제약이 그룹 항암제의 글로벌 생산 거점 역할을 맡을 가능성은 열려 있지만 확정된 계약이나 일정은 공시되지 않은 상태다.
다만 그룹의 글로벌 인지도 상승이 HLB제약의 주가와 자금 조달 여건에 간접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이번 유상증자 청약률이 보여준다. 구주주와 일반투자자 모두 높은 참여율을 보인 것은 개별 기업의 펀더멘털뿐 아니라 그룹 모멘텀에 대한 기대가 반영된 결과로 읽힌다.
경영진 참여 확대, 책임 경영인가 희석 방어인가
박재형 대표는 올해 3월 26일 등기임원으로 선임된 지 6개월 만에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서까지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경영진이 자사 증자에 적극 참여하는 것은 시장에 '책임 경영' 신호를 보내는 전형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냉정하게 보면 박 대표의 지분율 1.51%는 경영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수준이 아니다. 유상증자 규모가 당초 계획의 절반으로 줄어든 상황에서 경영진 참여 비율을 높인 것은, 청약 미달 시 실권주 발생에 따른 자금 조달 차질을 막기 위한 현실적 판단이었을 가능성도 있다. 결과적으로 구주주 청약률이 91%를 넘기면서 이 우려는 현실화되지 않았다.
신공장 완공까지 남은 변수들
유상증자 납입이 완료되면서 당장의 재무적 불확실성은 해소됐다. 그러나 향후 지켜봐야 할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향남 신공장 건설 일정이다. 부지 확보와 인허가, 건설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비용 증가나 일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2029년 가동 목표가 밀릴 수 있다. 둘째, HLB그룹의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FDA 재신청 결과다. 승인 여부에 따라 그룹 전반의 가치 평가가 달라지고, 이는 HLB제약의 향후 자금 조달 환경과 사업 확장 기회에 영향을 미친다.
셋째, 10월 7일 예정된 신주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이다. 유상증자로 발행주식 수가 늘어난 만큼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희석 효과가 불가피하다. 일반공모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투자자들의 단기 차익 실현 물량이 상장 직후 주가에 어떤 압력을 가할지도 변수다. 유상증자 자금이 계획대로 생산능력 확대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최소 2~3년의 시간이 필요한 중장기 과제다.

BIOBOOK TEAM
biobookmedia@bi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