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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현 부회장이 설립한 '윌로엔', 자본금 100만원으로 170만주 인수 예정…송 회장 직접 지분 3.38%→0.90%로 축소 최대주주 연합 69.13% 유지되지만, 모녀 간 지분 재배치·형제 측 법적 공방에 국민연금 10% 변수까지 겹쳐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인 송영숙 회장이 보유 주식 170만주(약 2.49%)를 860억2000만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매수자는 외부 투자자가 아니라 딸인 임주현 부회장이 올해 9월 4일 자본금 100만원으로 설립해 지분 100%를 보유하고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법인 '윌로엔'이다.
거래가 10월 26일 예정대로 종결되면 송 회장의 한미사이언스 직접 지분율은 3.38%에서 0.90%로 떨어진다. 다만 윌로엔이 특별관계자로 편입되기 때문에 최대주주 연합의 전체 지분율 69.13%에는 변동이 없다.
겉으로는 숫자가 바뀌지 않는 거래다. 그러나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 별세 이후 상속세 납부와 경영권을 둘러싸고 모녀 측과 형제(임종윤·임종훈) 측이 대립해온 한미약품그룹에서, 모(母)의 직접 지분이 사실상 소진되고 녀(女)의 개인 법인이 대규모 지분을 쥐게 되는 구조 변화는 단순한 내부 이동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860억원 거래의 실체: 상속세 재원인가, 지배구조 재편인가
송영숙 회장이 이번 매각을 추진한 직접적 배경은 상속세 납부 재원 마련이다. 임성기 회장 별세 후 부과된 막대한 상속세를 감당하기 위해 송 회장 측은 그간 주식담보대출을 활용해왔고, 이번 공시에서도 한국증권금융·하나증권 등에 대한 다수의 담보계약이 확인된다. 주당 매각가 5만600원, 총 860억2000만원 규모의 이번 거래는 이러한 담보대출 상환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현금 확보 수단으로 읽힌다.
문제는 매수 주체다. 윌로엔은 거래 계약 체결일(9월 22일) 기준으로 설립된 지 불과 18일밖에 되지 않은 법인이며, 자본금은 100만원에 불과하다. 860억원 규모의 주식을 인수하려면 외부 차입이나 별도의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데, 그 재원의 출처와 구조는 공시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임주현 부회장 본인도 이미 교보증권·한국증권금융 등과 다수의 담보계약을 맺고 있고, 김원세·김지우 씨로부터 121만2260주를 빌려 562만5990주를 보유 중인 상태여서 자금 여력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모녀 사이에서 달라지는 것과 달라지지 않는 것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최대주주 연합의 지분율 69.13%는 그대로지만, 그 내부 구성은 의미 있게 바뀐다. 송영숙 회장의 직접 지분은 0.90%로 줄어들어 사실상 상징적 수준이 된다. 반면 임주현 부회장은 본인 명의 보유분에 더해 자신이 100% 지배하는 윌로엔을 통해 170만주를 추가 확보하게 된다.
당장의 의결권 행사에는 변화가 없다. 송 회장·임 부회장·신동국 한양정밀 회장·한양정밀·킬링턴 유한회사는 지난해 1월 이사회 구성과 의결권 공동행사, 우선매수권, 동반매각참여권 등을 담은 주주간계약을 체결한 상태이므로, 연합 내부의 지분 이동이 곧바로 의결권 균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송 회장의 직접 지분이 1% 미만으로 줄어들면,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송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독자적 영향력은 크게 축소된다. 임 부회장이 개인 법인을 통해 지분을 집중시키는 구조는 사실상 차세대 지배구조의 밑그림을 깔아놓는 셈이다. 모녀 간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현재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향후 그룹 운영 방향이나 자산 처분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길 경우 지분 구조상 임 부회장 측이 압도적 우위를 점하게 된다.
담보 제공 규모는 줄었지만 여전히 80%가 묶여 있다
이번 공시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담보계약의 규모다. 주요계약 체결 주식 수가 직전 5793만6708주(84.71%)에서 5478만3101주(80.10%)로 줄었다. 약 315만주 규모의 담보가 해소된 것이지만, 여전히 최대주주 연합이 보유한 전체 주식의 80%가 담보로 잡혀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
이는 주가 하락 시 담보 부족에 따른 반대매매(마진콜)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뜻이다. 송 회장은 한국증권금융·임종훈 씨와 각각 231만2760주 규모의 담보계약을, 신동국 회장은 하나증권·한국증권금융에 총 595만9826주를 담보로 제공했다. 여기서 눈에 띄는 것은 송 회장의 담보 상대방 중 한 명이 경영권 분쟁의 상대편인 임종훈 씨라는 점이다. 가족 간 분쟁 속에서 한쪽이 다른 쪽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구조는 분쟁이 격화될 경우 담보권 행사를 둘러싼 추가 갈등의 소지를 안고 있다.
국민연금 10% 복귀, 소액주주 표심이라는 새 변수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방정식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한미약품 주식을 장내 매수하며 지분율 10.04%를 기록, 주요 주주로 복귀한 것이다.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시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독립적 판단을 하며, 과거에도 오너 일가 분쟁이 있는 기업에서 반대표를 행사한 전례가 있다.
모녀 측 연합이 69.13%를 확보하고 있어 단순 과반 싸움에서는 우위가 확실하지만, 특별결의(3분의 2 이상)가 필요한 안건에서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의 표심이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정관 변경, 합병, 영업양도 등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직결되는 사안이 바로 특별결의 대상이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되면서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모녀 측이 69%의 숫자만으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법적 공방 속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
상속세 재원 마련이라는 급한 불은 이번 거래로 일단 꺼졌다. 그러나 형제 측과의 법적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하반기 들어 주요 주주 간 주식 가압류와 형사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860억원 규모의 대규모 지분 이동이 이뤄진 것은, 분쟁이 소강 국면이 아니라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앞으로 지켜봐야 할 관문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윌로엔의 860억원 인수 자금 조달 구조와 실제 거래 종결 여부다. 10월 26일까지 자금이 확보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 둘째, 형제 측이 이번 거래의 적법성이나 절차적 하자를 문제 삼아 추가 법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다. 셋째, 다가오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표 대결의 향방이다. 69.13%라는 숫자의 안정성은 연합 내부의 결속과 담보 리스크 관리, 그리고 법적 분쟁의 결과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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