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약국 상호 창고∙마트∙공장 표기 금지 추진

보건복지부는 약국 상호에 ‘창고’, ‘마트’, ‘공장’ 등의 표현을 쓸 수 없게 하는 약사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한다고 6일 밝혔다. ‘할인’, ‘특가’, ‘저렴’ 같은 가격 표현과 객관적 근거 없는 ‘최대’, ‘최고’, ‘최초’, ‘제일 큰’ 등의 표현도 표시∙광고에서 제한한다.
이번 개정은 새 규제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8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12월 23일 시행되는 개정 약사법이 보건복지부령에 맡긴 금지 기준을 채우는 후속 작업이다.
규제가 겨냥한 대상은 2025년 6월 처음 등장한 이른바 창고형 약국이다. 다만 이번 기준은 간판과 광고 문구를 다룰 뿐, 이들 약국을 키운 대량 진열과 저가 판매 방식은 건드리지 않는다.
금지 표현은 세 갈래, 법이 비워둔 칸을 채웠다
개정 약사법은 약국의 기능을 왜곡하거나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표시, 의약품 과다 소비를 유도할 우려가 있는 표시를 약국 고유 명칭으로 쓰지 못하게 했다. 어떤 단어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안은 그 단어를 세 갈래로 나눴다. ‘창고’, ‘마트’, ‘공장’은 약국 기능을 왜곡하는 표현으로, ‘할인’, ‘특가’, ‘저렴’은 과다 소비를 유도하는 표현으로 분류했다. 근거 없는 ‘최대’, ‘최고’, ‘최초’, ‘제일 큰’은 소비자 오인을 부르는 표현으로 규정했다.
보건복지부 곽순헌 보건의료정책관은 “약국 명칭과 표시∙광고는 단순한 영업 수단을 넘어 소비자에게 약국과 의약품에 관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라며 “의약품 오남용을 부추길 우려가 있는 표현 등은 합리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적용 시점은 신규 약국과 기존 약국이 다르다. 개정법은 9월 22일 공포됐고, 금지 표현을 이미 쓰고 있는 약국에는 시행일부터 6개월의 유예기간을 준다. 기존 약국은 2027년 6월 22일까지 상호를 바꿔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삭제를 권고했던 규제가 돌아왔다
표시∙광고 제한은 이번이 첫 시도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앞서 시행규칙 개정안으로 ‘창고형’, ‘마트형’, ‘성지’, ‘특가’, ‘할인’ 등의 사용을 제한하려 했고, 이 안의 입법예고는 1월 7일 마감됐다.
당시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라고 권고했다. 소비자 오인성에 대한 구체적 요건 없이 객관적 근거를 댈 수 있는 용어까지 일률적으로 막는다는 이유였다. 약국 시장의 신규 진입을 제한하고 사업자의 정당한 가격 경쟁 능력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점도 들었다.
이후 국회가 법률에 직접 근거를 두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행규칙만으로 추진하던 규제가 법률의 위임을 받은 규제로 바뀐 것이다. 그러나 ‘할인’, ‘특가’, ‘저렴’처럼 가격 정보를 담은 표현을 막는 것이 소비자 선택권과 충돌한다는 지적까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이번 개정안도 규제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규제를 요구해 온 쪽은 약사 단체다. 대한약사회가 4월 창고형 약국 인근 약국을 상대로 벌인 설문에서 응답 약국의 72.8%가 영양제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고, 53.3%는 상비약 매출이 줄었다고 답했다. 이해당사자의 자체 조사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간판을 바꿔도 매장은 그대로 남는다
창고형 약국의 정부 공식 통계는 없다. 민간 집계로는 6월 약 40곳, 9월 약 70곳으로 기준에 따라 차이가 난다. 1호점으로 꼽히는 메가팩토리약국이 문을 연 지 1년여 만에 전국으로 퍼졌다는 점은 공통된다.
이번 기준이 다루는 것은 글자다. 넓은 매장에 의약품을 대량 진열하고 쇼핑카트로 담아 계산하는 판매 방식, 낮은 가격 자체는 금지 대상이 아니다. 상호에서 ‘창고’를 뗀 약국이 같은 방식으로 영업해도 이번 규칙으로는 제재할 근거가 없다.
금지 단어의 경계도 아직 흐리다. 발표된 예시는 모두 ‘등’으로 끝난다. ‘팩토리’ 같은 외래어나 ‘메가’, ‘성지’처럼 예시에 없는 표현이 포함되는지는 이번 발표에 명시되지 않았다. 8월 기준 상호에 ‘메가’를 쓰는 약국은 117곳, ‘성지’는 35곳, ‘제일큰’은 30곳, ‘팩토리’는 3곳으로 집계된 바 있어, 범위를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 간판을 바꿔야 하는 약국 수가 크게 달라진다.
보건복지부는 의견 수렴과 규제 심사를 거친 뒤 지방자치단체와 관계 기관에 새 기준을 안내할 예정이다. 법 시행일인 12월 23일 전에 확정될 시행규칙 조문에 외래어와 유사 표현이 어디까지 담기는지, 유예가 끝나는 2027년 6월 이후 지방자치단체가 실제로 상호 변경을 강제하는지가 이 규제의 실효성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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