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코스닥 퇴출 기준 강화에 이종 사업 진출 확산 업계 "장기 R&D 반영한 질적 심사 보완 시급"

코스닥 상장 유지 요건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연구개발(R&D) 중심 바이오 기업들이 화장품·뷰티 기기·제과 유통 등 본업과 무관한 이종 사업으로 내몰리고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시가총액 미달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던 상장사들에 대한 후속 퇴출 절차를 잠정 유예하기로 했다. 서울남부지방법원이 강화된 상장폐지 기준의 절차적 정당성과 적용 시기 등을 문제 삼아 일부 기업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한 데 따른 조치다.
그러나 퇴출 절차의 일시적 멈춤과 무관하게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올해 2월 12일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의 여파는 시장을 이미 뒤흔들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퇴출 기준이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상향됐고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 퇴출 요건도 신설됐다.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은 내년 1월 1일 300억원으로 추가 상향될 예정이다.
신약 개발 기업은 장기간 대규모 자금을 투입해야 해 오랜 기간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주가 변동성도 크다. 그러나 강화된 규정은 30거래일 연속 시가총액이나 주가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90거래일 내 연속 45거래일 동안 기준을 회복하지 못하면 즉시 상장폐지 절차를 밟도록 했다.
여기에 기술특례 상장기업에 주어지는 5년의 매출 유예기간이 끝난 뒤 적용되는 연간 매출 30억원 요건도 2027년 50억원, 2028년 75억원, 2029년 100억원으로 단계적 상향을 앞두고 있다. 퇴출을 피하려면 시가총액과 주가, 당장의 매출이라는 삼중고를 단기간에 풀어내야 하는 처지다.
이 때문에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에 집중해야 할 바이오텍들이 당장 현금 매출을 사들이는 기형적인 인수합병(M&A)에 매달리고 있다. 면역질환 신약 개발 기업 샤페론은 지난 7월 뷰티·홈 헬스케어 기업 니즈테크 지분 60%를 37억원에 인수했다.
마사지기 브랜드 휴그랩과 스킨케어 브랜드 뷰드를 운영하는 니즈테크 실적이 반영되자 샤페론의 3분기 연결 매출은 48억원으로 전년 대비 급증했다. 샤페론은 지난 7월 기준 시가총액이 내년 강화 기준인 300억원에 미치지 못하고 주가도 1000원을 밑돌아 주식병합까지 단행했던 처지였다.
회사는 소비재 사업으로 안정적인 현금을 확보해 신약 개발을 뒷받침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바이오텍의 핵심 자금이 비바이오 기업 인수에 투입된 구조는 상장폐지 압박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체외진단 기업 진시스템은 폐타이어 처리와 암모니아 수출입, 재생에너지를 정관에 넣었고 혈관질환 신약 개발사인 큐라클은 부동산 임대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배지 개발사 엑셀세라퓨틱스는 스킨부스터 유통업을, 진단 기업 엔젠바이오는 음식점업과 식음료 프랜차이즈업을 신규 사업으로 올렸다. 백신 개발사 셀리드는 2024년 5월 베이커리 재료 유통업체 포베이커를 흡수합병해 그해 전체 매출 41억6500만원 중 90% 이상을 제과 원료 등 이커머스 부문에서 채웠다.
문제는 이종 사업 결합으로 만들어낸 외형이 신약 개발이라는 본원적 경쟁력을 훼손한다는 점이다. 바이오텍의 기업가치는 임상 데이터의 진전과 기술수출 계약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단기 매출과 시가총액 방어를 위해 비전문 분야인 유통·요식·소비재 마케팅으로 경영 역량과 유동성이 흩어지면 파이프라인 연구개발에 필요한 임상 비용과 핵심 연구 인력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종 사업을 통한 실적 방어는 소비재 유통 시장의 부침이나 마케팅 비용 증가에 따라 언제든 적자 폭을 키우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위험을 안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상장 유지 잣대가 코스닥 벤처 생태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임상 실패나 시장 침체기로 일시적인 저평가를 겪는 바이오텍마저 퇴출 공포 때문에 본업을 벗어난 생존 경쟁에 내몰리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어서다.
부실기업을 솎아내 자본시장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려면 일률적인 정량 지표 상향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 R&D 성과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질적 심사 보완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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