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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평가 계약 만료, 후속 라이선스 전환 실패 바이오 업종 전반 밸류에이션 재조정 촉발

펩트론이 미국 일라이릴리와 진행해 온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 기술평가 계약이 후속 상업화 계약 없이 종료되면서 주가가 하한가로 추락했다.
펩트론은 7일 장 마감 후 릴리와 2년간 이어 온 스마트데포 기술평가 기간이 후속 라이선스 계약 체결 없이 끝났다고 공시했다. 2024년 10월 7일 릴리가 보유한 펩타이드 약물에 스마트데포를 적용하기 위해 맺은 비독점 기술평가 계약이 만료 시점에 도달했으나 본계약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회사는 약정된 평가 대가를 모두 수령했고 평가 절차가 차질 없이 끝났으며 향후 사업화 협의 가능성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2년간 주가를 떠받쳐 온 핵심 재료가 사라지면서 다음 날인 8일 주가는 29.94% 급락해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번 사태는 기술평가 계약의 태생적 한계를 드러냈다. 빅파마는 전 세계 유망 플랫폼에 비독점 평가 계약을 동시다발적으로 걸어두고 저비용으로 검증을 진행한다. 릴리도 펩트론의 스마트데포를 테스트하는 동안 다른 글로벌 장기지속형 기술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기술평가 계약에 명시된 후속 상업 라이선스 계약 검토 문구는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본계약 확약이 아니라 옵션 검토 권한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국내 바이오 시장은 2025년 12월 1일 계약기간이 당초 14개월에서 최대 24개월로 연장됐을 때조차 이를 빅파마의 상용화 준비 단계로 해석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결과적으로 2년간의 공동연구는 상업화 계약이라는 최종 관문을 넘지 못했다. 펩타이드 약물의 체내 서방형 방출이라는 개념 검증은 성공했을 수 있지만, 빅파마가 상용화 단계에서 요구하는 기준은 약효 지속성에 그치지 않는다. 수천만 명에게 공급해야 하는 비만·당뇨 치료제 특성상 수율, 배치 간 균일성, 대량생산 공정 구축 비용, 지식재산권 방어력 등 종합적 경제성이 뒷받침돼야 본계약 문턱을 넘을 수 있다.
펩트론 측이 후속 협의의 고려 요소로 상용화 가능성과 대량생산성을 직접 언급한 점도 이러한 상업적 허들이 계약 성사를 가로막았음을 시사한다.
충격은 펩트론 개별 기업에 머물지 않고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조정으로 번졌다. 8일 국산 첫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비만치료제인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품목 허가를 받은 한미약품이 10% 급락했다. 알테오젠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주까지 동반 약세를 보인 것은 파이프라인 잠재력만으로 선반영된 미래 가치에 의구심이 번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상 및 개발 단계의 성공이 상업적 매출이나 확정된 빅딜로 이어지지 못하면 언제든 밸류에이션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구조적 취약성이 재확인됐다.
앞으로 바이오 시장은 빅파마 이름표 뒤에 숨은 계약 구조의 실체를 더욱 엄격하게 따져 묻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평가 계약이 본계약으로 전환되지 못한 플랫폼은 신뢰도 회복을 위해 다른 글로벌 제약사와의 신규 파트너십을 입증하거나 자체 파이프라인의 임상 진척 및 대량생산 역량을 수치로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불확실한 탐색 단계의 협업을 조기 성공으로 포장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빅파마의 냉정한 잣대를 충족할 공정 기술과 지식재산 경쟁력을 갖췄는지 검증하는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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