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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파버 연구소, p53 돌연변이 은폐 원리 규명 약물로 표면 항원 바꿔 '차가운' 종양 공략

암 면역치료가 잘 듣지 않는 이유는 면역세포가 약해서가 아니라 종양이 공격 표적을 숨기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종양 표면에 표적을 드러내도록 바꾸면 면역세포가 암을 인식하게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18일(현지시간) 애저라이프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 연구진은 종양억제 단백질 p53 돌연변이를 지닌 암이 T세포로부터 해당 돌연변이를 숨기는 원리를 규명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이뮤니티'에 게재됐다.
T세포는 종양의 DNA를 직접 읽지 않는다. 대신 세포 표면의 HLA 분자가 내건 단백질 조각, 즉 펩타이드를 살펴본다. 암 특이적 조각이 표면에 나타나지 않거나 너무 빨리 사라지면 아무리 강한 T세포도 공격할 대상을 찾지 못한다.
p53을 만드는 TP53 유전자 돌연변이는 전체 암의 절반가량에서 나타난다. 초기에 생겨 종양 대부분의 세포가 공유하는 '줄기' 돌연변이여서 면역치료 표적으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연구진이 초고감도 질량분석으로 실제 표면 펩타이드를 측정한 결과 p53은 예상보다 훨씬 덜 노출됐다.
175개의 야생형 p53 펩타이드 후보 가운데 확실히 검출된 것은 5개에 불과했다. 흔한 발암성 p53 '핫스팟' 돌연변이 다수는 제대로 가공되지 않아 표면 표적을 만들지 못했다.
연구진은 추가 탈출 경로도 확인했다. 일부 환자 종양은 강력한 p53 표적을 지녔음에도 이를 드러낼 HLA 분자가 없었다. p53 I195F 돌연변이의 경우 ERAP1 효소가 과도하게 활성화돼 면역원성이 강한 p53 조각을 표면에 내보이기 전에 분해했다. 실험에서 ERAP1을 제거하거나 억제하자 p53 특이 T세포가 암세포를 다시 인식했다.
흔한 p53 R175H 돌연변이에서는 다른 약점이 드러났다. 연구진은 극소량의 표적에도 반응하는 고감도 T세포 수용체를 찾아냈지만, 돌연변이 p53 조각이 HLA 분자에 너무 약하게 결합해 복합체가 불안정하고 수명이 짧았다. 수용체는 유능했지만 표적 자체가 불량했던 셈이다.
엘리스 라인헤르츠 다나-파버 암연구소 교수는 "면역체계가 볼 수 없는 것은 면역치료도 공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번 접근을 '면역펩티돔 전환'이라고 명명했다. 종양이 자연적으로 드러내는 펩타이드에만 의존하지 말고, 약물로 항원 표면을 바꿔 암세포가 새로운 펩타이드 표적을 드러내게 하자는 것이다. ERAP1 억제제, HLA 분자에 결합해 어떤 펩타이드가 들어갈 수 있는지 바꾸는 소분자, RNA 스플라이싱을 바꾸는 약물 등이 후보로 제시됐다.
이 전략은 면역학적으로 조용한 '차가운' 종양을 면역세포가 몰려드는 '뜨거운' 종양으로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췌장암·전립선암·난소암·뇌종양과 면역학적으로 차가운 유방암 등에 적용 가능성이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신생항원 약물 개발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밝혔다. 종양 염기서열 분석에서 예측된 돌연변이를 유용한 면역 표적으로 단정해선 안 되며, 펩타이드가 가공·제시되고 표면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되며 T세포 수용체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라인헤르츠 교수는 "기존 질문은 면역체계를 어떻게 더 세게 공격하게 만들 것인가였다"며 "우리 결과는 종양이 어떻게 더 많이 드러나게 만들 것인가라는 보완적 질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약물이 환자의 차가운 종양을 뜨거운 종양으로 실제 전환했다는 것을 보여주지는 않았다. 종양이 면역 표적을 억제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ERAP1 의존적 펩타이드 분해가 되돌릴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확인한 수준이다.
이번 연구에는 다나-파버 암연구소와 하버드 의대 외에 밴더빌트대, 아르곤 국립연구소, 보스턴 아동병원 연구진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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