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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 매수로 128만6142주 확보, 신규 주요주주 보고…매수 단가 주당 52만 원 비만치료제 '에페' 4분기 출시 앞두고 오너 일가 지분 이동까지 겹쳐 지배구조 변수 부각

국민연금공단이 한미약품 보통주 지분율을 10.04%로 끌어올리며 주요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9월 21일 기준 한미약품 보통주 128만6142주를 보유하고 있으며, 지분율이 10%를 넘어서면서 '신규' 주요주주 보고 의무가 발생했다.
이날 국민연금은 장내에서 보통주 1만750주를 주당 51만9699원에 매수하고, 498주를 51만6933원에 매도했다. 기존 보유분 127만5890주에 순매수분이 더해져 최종 128만6142주가 됐다. 한미약품 발행주식 총수 1281만991주 기준 10.04%에 해당한다.
단순한 연기금의 비중 조정으로 볼 수도 있지만, 이번 지분 확대는 두 가지 맥락과 겹치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하나는 한미약품이 국산 1호 GLP-1 비만치료제 '에페(EPPE, 에페글레나타이드)'의 2026년 4분기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한미그룹 오너 일가의 지분 이동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비만치료제 '에페'와 3조 원대 기술수출이 만든 펀더멘털 변화
국민연금이 한미약품 비중을 꾸준히 늘려온 배경에는 파이프라인의 질적 전환이 있다. 한미약품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양분하고 있는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에 자체 개발 GLP-1 계열 신약 '에페'로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 4분기 국내 출시가 예정돼 있어, 상업화 성과에 따라 기업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시점이다.
여기에 더해 한미약품은 차세대 비만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을 미국 로슈 산하 제넨텍에 기술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규모는 단계별 마일스톤을 포함해 최대 3조1892억 원에 이른다. 글로벌 빅파마가 한미약품의 대사질환 파이프라인을 선택했다는 사실 자체가 기술력에 대한 외부 검증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국민연금이 '연기금 등 전문투자자'로서 비중을 10% 이상으로 올린 것은 이러한 펀더멘털 변화가 중장기 투자 판단에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오너 일가 지분 이동, 같은 시기에 벌어진 또 다른 변수
국민연금의 지분 확대와 거의 같은 시기, 한미그룹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에서도 대규모 지분 이동이 이뤄졌다.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주식담보대출 상환을 위해 장녀 임주현 부회장이 100% 소유한 법인 '윌로엔'에 한미사이언스 주식 170만 주를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매각 규모는 약 860억 원으로 알려졌다.
한미그룹은 과거 송영숙 회장 측(모녀)과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 사이에 격렬한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며 이사회 재편안에 반대표를 행사한 전례가 있다. 분쟁의 여진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오너 일가 내부의 지분 재배치와 국민연금의 10% 돌파가 동시에 발생한 셈이다.
10% 주요주주, 단순 보유와 무엇이 다른가
자본시장법상 지분 10% 이상을 보유한 주요주주는 5% 보고 의무와는 다른 차원의 공시 의무를 지게 된다. 보유 목적 변경이나 추가 매매 시 보고 주기가 짧아지고, 시장에 대한 정보 공개 수준도 높아진다.
더 중요한 것은 실질적 영향력이다. 국민연금은 2018년 도입한 스튜어드십 코드에 따라 투자 기업의 지배구조·주주환원·이사회 구성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10% 이상의 지분은 주주총회에서의 표결 영향력을 넘어, 이사 선임이나 배당 정책 등 주요 안건에서 사실상 거부권에 가까운 무게를 갖는다.
한미약품처럼 오너 일가의 지분이 분산돼 있고 경영권 분쟁 이력이 있는 기업에서 국민연금의 10% 지분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게 된다.
남은 변수: 에페의 시장 안착과 지배구조 향방
국민연금의 이번 지분 확대가 향후 어떤 행동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정된 것이 없다. 국민연금은 보고서에서 보유 목적을 별도로 밝히지 않았으며, 경영 참여 의사를 표시한 것도 아니다.
다만 시장이 주시해야 할 변수는 분명하다. 첫째, 비만치료제 에페의 4분기 출시 이후 초기 시장 반응과 처방 확대 속도다. 글로벌 경쟁 제품 대비 가격·효능·접근성에서 차별화에 성공하는지가 한미약품의 중장기 가치를 좌우한다. 둘째, 제넨텍과의 기술수출 계약에서 임상 진행에 따른 마일스톤 달성 여부다. 최대 3조 원대 계약이지만 실제 수취액은 임상 성공 단계에 연동돼 있다.
셋째, 오너 일가의 지분 구조 변화가 경영권 안정으로 귀결될지,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될지도 지켜봐야 한다. 국민연금이 과거처럼 주주총회에서 결정적 한 표를 행사하는 상황이 다시 올 수 있다. 한국 최대 연기금이 K-바이오 대표 기업의 10% 주주로 올라선 이번 공시는 투자 판단인 동시에, 기업 지배구조의 향방을 가를 구조적 변수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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