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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가액 7,813원 기준 약 35만 주 희석 물량 선제 제거…자기자금 충당 밸류업 기조 속 제약·바이오 CB 소각 잇따르나, 남은 잔액 관리와 본업 실적이 관건

텔콘알에프제약이 제23회 전환사채(CB) 원금 27억원어치를 만기 전에 되사들여 소각하기로 했다. 이자를 포함한 실제 취득 금액은 28억1013만원이며, 자기자금으로 충당한다. 이번 소각으로 해당 CB의 잔액은 63억원으로 줄어든다.
이 결정은 전환권 행사 시 발생할 수 있는 신주 발행, 즉 기존 주주 지분 희석을 사전에 차단하는 조치다. 현재 전환가액 7,813원 기준으로 이번에 소각하는 27억원어치 CB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됐을 경우 약 34만5,000주가 시장에 풀릴 수 있었다. 제약·바이오 업종 전반에서 주가 약세와 전환가액 하향 조정(리픽싱)으로 오버행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잠재 물량을 줄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매도자는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 두 곳, 5월에 이어 두 번째 중도상환
이번에 CB를 매도한 쪽은 상상인저축은행(권면금액 15억7,500만원)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11억2,500만원)이다. 두 회사 모두 지난 5월 27일에도 같은 사채를 중도상환한 바 있어, 이번이 두 번째 매도다. 텔콘알에프제약과 사채권자 간 상호 합의에 따른 장외 매수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졌다.
해당 CB는 2024년 4월 22일 발행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로, 만기는 2028년 4월 22일이다. 전환비율은 100%다.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같은 사채권자로부터 반복 매수가 이뤄졌다는 점은, 양측 간에 단계적 중도상환 합의가 사전에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28억원 소각의 실질적 의미는 어느 정도인가
소각 규모 자체만 놓고 보면 28억원은 대형 거래라 보기 어렵다. 그러나 핵심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희석 물량의 제거에 있다. 전환가액 7,813원 기준 약 34만5,000주 규모의 잠재 매도 물량이 사라진다는 점에서, 유통 주식 수 대비 오버행 비율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다만 이번 소각 이후에도 63억원 규모의 CB 잔액이 남아 있다. 이 잔액이 만기까지 전량 전환될 경우 약 80만6,000주가 추가로 발행될 수 있다. 오버행 우려를 근본적으로 해소했다고 보기에는 아직 이르다.
밸류업 기조와 맞닿아 있지만, 일회성 조치로 끝날 수도 있다
한국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자사주 매입·소각이나 CB 소각 같은 주주환원 조치가 상장사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 공시하거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상장사는 2026년 들어 크게 늘었다.
CB 소각은 배당과 달리 유통 주식 수 자체를 줄여 1주당 가치를 직접 높이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특히 R&D 자금 조달을 위해 CB 발행이 잦은 제약·바이오 업종에서는 최근 주가 하락에 따른 전환가액 리픽싱이 잇따르면서, 오버행 관리가 주주 신뢰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
텔콘알에프제약의 이번 조치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러나 한 차례의 CB 소각만으로 지배구조 개선이나 주주환원 의지를 판단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63억원 잔액에 대한 추가 관리 방안이 뒤따르는지, 그리고 소각에 쓴 자기자금이 본업 투자 여력을 제약하지는 않는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남은 63억원 잔액과 본업 실적, 두 가지 관전 포인트
이번 결정 이후 시장이 주시할 변수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남은 CB 63억원에 대한 후속 조치다. 만기인 2028년 4월까지 추가 중도상환이나 소각이 이뤄질지, 아니면 사채권자가 전환권을 행사해 주식으로 전환할지에 따라 주주 희석의 규모가 달라진다. 5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친 단계적 매수 패턴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으나, 이는 사채권자와의 합의에 달린 문제여서 회사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둘째, 본업의 실적이다. 텔콘알에프제약은 제약 부문과 통신 장비(RF) 부문을 함께 영위하는 구조다. CB 소각이라는 재무적 조치가 주가에 미치는 효과는 일시적일 수 있으며, 중장기적으로는 매출과 영업이익의 개선이 뒷받침돼야 투자자의 신뢰로 이어진다. 28억원의 자기자금을 CB 소각에 투입한 만큼, 향후 운전자금이나 R&D 투자에 미치는 영향도 확인이 필요하다.
CB 소각은 오버행을 줄이는 확실한 수단이지만, 그 자체가 기업 가치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남은 잔액의 관리와 본업 경쟁력이라는 두 축이 함께 움직여야 이번 조치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구조적 변화의 출발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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