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인천지법, 배양·정제 공정은 파업 허용 214억달러 수주·록빌 인수 일정 직격 우려

법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노동조합의 전면 파업에 제동을 걸었지만, 정작 회사가 가장 지키고 싶었던 초기 공정은 쟁의 대상에 남았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부장판사 유아람)는 전날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금지된 공정은 농축 및 버퍼교환(UFDF), 원액 충전(DS Filling), 버퍼 제조·공급 등 세 가지다. 반면 배양·정제·바이러스 여과 등 생산 초입 공정은 가처분 대상에서 제외됐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원액 충전 등 마무리 단계는 중단 시 의약품 변질 위험이 커 노동조합법 제38조 2항의 '변질·부패 방지 작업'에 해당한다고 봤다. 반대로 배양·정제는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일반 생산 활동이어서 파업을 원천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는 바이오의약품 생산 특성을 반영해 쟁의권을 제한한 국내 첫 사례로 꼽힌다.
문제는 파업이 허용된 구간이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심장부라는 점이다. 세포 배양 공정은 2~3주 이상 연속 가동이 전제된 라인으로, 중간에 멈출 경우 세포 사멸이나 단백질 변성으로 이어져 배치 전량 폐기가 불가피하다. 가처분 대상에서 빠졌다는 것은 파업 시 이 리스크가 그대로 현실화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분기 실적 공시에서 밝힌 체력은 사상 최고 수준이다. 연결 기준 1분기 매출은 1조2571억원, 영업이익은 580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25.8%, 35% 증가했다. 창립 이후 누적 수주 금액은 214억달러(약 30조8160억원)에 달하며 글로벌 상위 제약사 20곳 중 17곳이 고객사다.
수주 포트폴리오의 규모가 파업 파장을 더 키우는 구조다. 납기 지연이 발생할 경우 글로벌 제약사와의 계약 위반 문제로 직결되고, 경쟁사로의 고객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99% 배치 성공률로 쌓아온 품질 신뢰도가 한 차례의 생산 차질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생산거점 일정도 변수다. 회사는 지난 3월 말 메릴랜드주 록빌 공장 인수를 5216억원에 완료했다. 이명선 DB증권 애널리스트는 "3월 말 미국공장 인수 완료로 2분기부터 생산된 물량은 3분기부터 매출로 인식되며, 기존 전망치보다 매출이 상향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송도 본진이 흔들리면 미국 공장 가동 초기 레퍼런스 확보에도 부담이 번질 수 있다는 얘기다.
노사 간극은 여전히 넓다. 사측은 임금 인상률 6.2%와 격려금 200%를 제시했지만, 노조는 평균 14% 인상과 1인당 격려금 3000만원, 영업이익 20% 성과급 지급, 3년간 자사주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 노조위원장은 22일 송도 투쟁결의대회에서 "롯데바이오로직스의 초봉은 5400만원으로 알고 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000만원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갈등의 불씨는 임금에만 있지 않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사내 공용폴더 접근 권한 오류로 임직원 연봉·인사평가·징계 자료가 담긴 인사문건이 유출된 사건을 단체행동의 결정적 계기로 꼽고 있다. 채용·승진·징계·배치전환 등 인사제도 전반에 대한 사전 합의권과 분할·합병 등 경영권 사안에 대한 노사 합의도 요구안에 포함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가처분 중 인용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즉시 항고를 제기한 상태다. 회사 측은 임금 협상을 원만히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5월 1일부터 5일까지 예정된 파업 일정을 계획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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