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10년 만의 항암바이러스 신약 탄생 확증 임상 결과는 2030년에야 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지난달 6일(현지시간) 레플리뮨의 흑색종 치료제 '투드리케브(성분명: 부솔리모젠 오데르파렙벡)'를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의 면역항암제 옵디보와의 병용 요법으로 조건부 승인했다. 항PD-1 치료에 실패한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피부 흑색종 성인 환자가 대상이다. 두 차례 승인 거부 끝에 FDA 실무 검토팀의 반대를 고위 책임자들이 뒤집으며 이뤄낸 이례적인 결정이었다.
투드리케브는 2015년 암젠의 '임리직(Imlygic)' 이후 약 10년 만에 FDA 승인을 받은 두 번째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다. 유전자 조작된 헤르페스 심플렉스 바이러스(HSV-1)를 종양에 직접 주사해 암세포를 터뜨리는 동시에, 방출된 암 항원이 면역체계를 자극해 전신의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이중 메커니즘을 갖는다.
FDA 내부 갈등과 고위직의 결정
FDA 실무 검토팀은 투드리케브 신청 자료가 "효과에 대한 실질적 증거를 입증하는 적절하고 잘 통제된 조사를 포함하지 않았다"며 세 번째 보완요구서(CRL) 발급을 주장했다. 이그나이트(IGNYTE) 임상에 대조군이 없고, 질병 진행 후에도 종양에 투드리케브를 재주입하도록 허용한 점이 고형암 평가 지침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이었다. 이로 인해 객관적 반응률(ORR)과 반응 지속성이 부풀려졌을 수 있다고 봤다.
지난 7월 외부 자문위원회는 찬성 10표, 반대 3표로 승인을 권고했고, 아샤 다스 생물의약품평가연구센터(CBER) 임상평가국장과 FDA 종양학센터가 이를 지지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다스 국장은 "중대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에서 충족되지 않은 의료 수요"를 승인 근거로 명시했다. 안젤로 데 클라로 박사가 이끄는 FDA 종양학 부서 역시 "일부 환자는 대체 요법 부재를 감안해 상당한 불확실성을 기꺼이 감수한다"고 평가하며 승인에 무게를 실었다.
실제로 흑색종은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흔한 암으로, 2026년 기준 신규 환자가 약 11만 2,000명에 달한다. 기존 PD-1 억제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의 경우 질병 진행 후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이 1년 미만으로 치료 대안이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레플리뮨 역시 항PD-1 단독 대조군 설정이 이미 해당 약물에 실패한 환자에게 비윤리적이라고 반박했고, 다수의 종양 전문의도 공청회에서 같은 입장을 밝혔다.
승인됐지만 남은 과제
FDA가 공개한 임상 검토 문서에는 또 다른 단서가 달렸다. 투드리케브가 국소적 항종양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전신 효과에 대한 근거는 효과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공청회에서 언급된 3년 반응 지속 데이터도 승인 신청 패키지에 포함되지 않아 검증 자체가 불가능했다고 지적했다.
이그나이트 임상 1·2상에서 FDA가 엄격하게 평가한 유효성 평가군(비투여 병변이 최소 1개 이상인 환자 91명) 기준 ORR은 24.2%, 반응 지속기간 중앙값은 14.1개월이었다. 레플리뮨 자체 전체 데이터 기준 ORR은 32.9%에 달하지만, FDA가 인정한 수치와의 격차는 평가 방법론 논란이 현실임을 보여준다.
한국 바이오 업계도 주목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승인이 글로벌 항암바이러스 시장 전반에 신호를 보냈다고 본다. 침체됐던 항암바이러스 개발에 다시 자금과 관심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신라젠, 바이로큐어, 코오롱생명과학 등이 항암바이러스 치료제를 개발 중이며,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자사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GI-102'를 MSD의 키트루다와 병용해 전이성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조건부 승인을 유지하기 위해 레플리뮨은 확증 임상 '이그나이트-3'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이 연구는 투드리케브·옵디보 병용 요법을 의사 선택 요법과 무작위 대조 비교하는 방식으로, 지난 8월 기준 목표 환자의 약 3분의 1을 모집했다. 1차 평가변수인 전체 생존기간 결과는 2030년 도출이 목표다. 확증 임상에서 생존율 개선을 증명하지 못하면 시장 퇴출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번 승인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험대의 시작이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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