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K-바이오, SC 제형 시장 판도 흔들다 특허 방어까지 완성, 빅파마 줄계약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가 한국 바이오기업 알테오젠의 피하주사(SC) 제형 전환 기술 'ALT-B4'에 최대 32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를 지급하는 옵션·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2일(현지시간) 바이오 제약 전문매체 피어스바이오텍이 보도한 이 계약은, 노바티스가 모든 옵션을 행사하고 합의된 마일스톤을 달성할 경우 해당 금액을 상회할 수 있는 구조다. 기존 알테오젠의 단일 품목 계약이 통상 3억~5억 달러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계약은 규모 자체가 다른 차원이다.
계약 구조에서 눈에 띄는 점은 노바티스가 단일 약물이 아닌 복수의 생물학적 표적 의약품에 ALT-B4를 적용할 수 있는 독점 옵션을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알테오젠 보도자료에 선급금(업프론트) 규모가 공개되지 않은 점은 아쉽지만, 계약 총액의 규모 자체가 노바티스가 이 기술을 파이프라인 전반에 광범위하게 활용할 계획임을 시사한다.
ALT-B4(베라히알루로니다제 알파)는 세포외 기질의 히알루론산을 일시적으로 분해하는 재조합 효소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병원에서 수 시간에 걸쳐 투여해야 했던 대용량 정맥주사(IV) 바이오의약품을 수분 내로 맞을 수 있는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이 기술에 몰리는 배경에는 특허 방어 대응이라는 절박한 전략적 수요가 깔려 있다.
빅파마의 전략적 수요와 기술 독자성
글로벌 제약업계는 2026년부터 2032년 사이 약 5,000억 달러 규모의 주요 블록버스터 의약품 특허가 대거 만료되는 '특허 절벽'에 직면해 있다. 기존 정맥주사 약물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바꾸면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자사 의약품의 특허 수명주기를 연장해 바이오시밀러 진입을 방어할 수 있다.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피하주사 바이오의약품 시장은 2026년 2,863억 달러에서 2031년 4,989억 달러로 연평균 11.75%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에서 알테오젠이 빠르게 존재감을 키울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특허 분쟁 승리였다. 2026년 5월 미국 특허심판원(PTAB)은 경쟁사 할로자임이 제기한 알테오젠 제조 특허 무효 심판을 기각했고, 유럽특허청(EPO) 역시 ALT-B4에 대한 물질 특허 부여를 예고했다. 법적 리스크가 해소되자 빅파마들의 계약 행렬이 본격화됐다.
알테오젠의 고객사 확장 속도
알테오젠은 2020년 MSD(머크)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피하주사 버전에 ALT-B4를 선택하며 첫 대형 계약을 따낸 이후, 고객사를 빠르게 늘려왔다. 2026년 들어서만 1월 GSK/테사로(최대 2억 8,500만 달러), 3월 바이오젠(최대 5억 4,900만 달러), 8월 익명의 글로벌 제약사(최대 3억 6,500만 달러)와 계약을 연달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와도 2025년 파트너십을 맺었으며, 이번 노바티스 계약이 2026년 네 번째 라이선스 딜이다. 바이오젠과 GSK는 각각 선급금 2,000만 달러씩을 지급한 바 있다.
이런 계약 행렬은 그동안 SC 제형 전환 기술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온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의 지위를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대전에 본사를 둔 알테오젠이 MSD, 아스트라제네카, 노바티스 등 최상위 빅파마와 연이어 메가 딜을 성사시키며 할로자임의 유일하고 강력한 대항마로 부상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아직 SC 제형 전환 파트너를 확보하지 못한 다국적 제약사들의 추가 기술 이전 계약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ADC 시장으로 확장되는 기술 적용 범위
알테오젠의 성장 잠재력은 기존 단일클론항체(mAbs) 영역에 그치지 않는다. 알테오젠은 2026년 6월 'World ADC Summit'에서 항체-약물 접합체(ADC)를 SC 제형으로 전달할 때 안전성과 전신 노출이 개선된다는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차세대 블록버스터로 주목받는 ADC 시장으로 기술 적용 범위가 넓어지면, 알테오젠의 플랫폼 가치는 현재 계약들이 반영한 수준을 훨씬 넘어설 수 있다.
천태연 알테오젠 대표는 "노바티스는 SC 제형 개발을 위해 다양한 모달리티에 걸쳐 ALT-B4의 적용을 심도 있게 평가해 왔다"며 "이번 계약은 하이브로자임 플랫폼의 기술력과 상업적 가치를 명확히 입증한 결과"라고 밝혔다. 홈 헬스케어 활성화를 지향하는 선진국 의료 시스템의 수요가 커지는 흐름 속에서, 노바티스와의 초대형 계약은 알테오젠의 기술이 글로벌 SC 제형 전환의 표준 중 하나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BIOBOOK TEAM
biobookmedia@biobook.co.kr
신라젠, 항암 바이러스에서 주사형 진통제로 무게추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