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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서 청구액 10배 이상 급증 대웅 자기자본의 44% 달하는 규모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한 영업비밀 침해 민사소송에서 손해배상 청구액을 5,001억 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대웅제약은 메디톡스가 지난달 31일 '청구취지 및 청구원인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고 2일 공시했다. 이 금액은 2025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대웅제약 자기자본 1조 1,346억 원의 44.08%에 달한다.
이번 청구 확대는 단순한 금액 조정이 아니다. 2017년 10월 소송 제기 이후 2022년 변경신청에서 490억 원 수준이던 청구액이, 이번에 4,500억 원을 추가하면서 8년간 쌓아온 손해 전체를 한꺼번에 청구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메디톡스가 청구한 내용은 금전 배상에 그치지 않는다. 보툴리눔 균주 인도 및 사용 금지, 보툴리눔 독소제제 제조·판매 금지, 완제품·반제품 폐기, 영업비밀 관련 문서·파일 폐기·삭제까지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사업 근간을 겨냥한 청구다.
10년에 걸친 법적 공방의 전말
이 소송의 출발점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의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 공정 영업비밀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분쟁은 국내에 머물지 않았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2020년 대웅제약의 제조 공정 도용을 인정하고, 대웅제약의 미국 파트너사 에볼루스(Evolus)가 판매하는 '주보(Jeuveau)'에 대해 21개월 수입 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에볼루스가 메디톡스와 합의금·로열티·주식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미국 내 판매를 재개했다. 2023년 2월 국내 1심에서는 법원이 대웅제약에 400억 원 지급을 명하는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고, 양측 모두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손해배상액 구조를 보면, 10억 원은 최초 소장 부본 송달 다음날부터, 490억 원은 2022년 9월 22일자 변경신청서 송달 다음날부터, 나머지 4,500억 원은 이번 변경신청서 송달 다음날부터 각각 연 12%의 이자가 붙는다. 모회사 대웅도 대웅제약과 공동으로 10억 원 및 해당 이자를 부담하라는 청구가 포함됐다.
대웅제약 글로벌 사업에 미칠 파장
대웅제약의 나보타(미국명 주보)는 2019년 아시아 보툴리눔 톡신 제품 최초로 미국 FDA 승인을 받았으며, 2025년 상반기에만 1,154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미국 에스테틱 톡신 시장에서 약 14%의 점유율로 2위를 차지하는 핵심 제품이다. 항소심에서 5,000억 원대 배상이 확정될 경우 대웅제약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중동·남미 등 글로벌 확장 전략에도 직접적인 제동이 걸릴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소송의 파급력이 양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본다. 한국은 전 세계 보툴리눔 톡신의 주요 제조·수출 허브로,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를 포함한 한국산 제품이 6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팩트엠알(Fact.MR)에 따르면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63억~81억 달러 규모이며, 2030년대 중반까지 연평균 7~10% 성장해 130억 달러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법원의 최종 판결이 이 시장의 공급망과 경쟁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인 투자자와 글로벌 파트너사들도 주시하고 있다.
메디톡스 역시 이번 소송과 별개로 비동물성 액상형 톡신(MT10109L)의 미국 진출과 두바이 현지 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소송을 통해 확보하려는 자금력과 시장 지위를 글로벌 R&D 및 해외 확장에 연결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대웅제약은 소송대리인을 통해 적극 대응할 방침이며, 이번 청구금액은 법원 판결로 확정된 금액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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