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TTR 억제율이 가른 임상 성패 누크레시란 3상이 분수령

아스트라제네카(AZ)와 아이오니스의 심장질환 치료제 '와이누아(에플론테르센)'가 3상 임상 'CARDIO-TTRansform'에서 1차 평가변수 달성에 실패하면서, 트랜스티레틴 아밀로이드 심근병증(ATTR-CM) 치료 시장 전반에 충격파가 번졌다. 논쟁의 핵심은 와이누아 자체가 아니라 같은 계열로 묶이는 알나일람의 '침묵 치료제'까지 실패의 그림자가 드리우느냐 여부다. 복수의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은 두 치료제를 같은 선상에 놓는 것은 무리라고 평가했다.
ATTR-CM은 간에서 만들어지는 TTR 단백질이 불안정해지면서 심장 근육에 쌓여 심부전과 사망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이다. 현재 글로벌 표준 치료제(SOC)는 화이자의 경구용 안정제 '빈다맥스(타파미디스)'로, 미국 내 연간 약가가 약 22만 5,000달러(약 3억 원)에 달한다. 침묵 치료제는 안정제와 달리 간에서 TTR 단백질 생성 자체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두 계열의 병용이 표준 치료에 추가적 이점을 주는지가 이번 논쟁의 핵심이다.
TTR 억제율 차이가 만든 간극
CARDIO-TTRansform 임상에서 환자의 절반 이상, 연구 종료 시점에는 80% 이상이 타파미디스 계열 안정제를 병용했다. AZ의 미나 마카르 글로벌 심혈관·신장·대사 부문 수석부사장은 "두 번째 기전을 더하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불행히도 그렇지 않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알나일람의 헬리오스-B 임상은 전체 환자의 약 40%가 빈다맥스를 병용했음에도 암부트라 투여군이 위약군 대비 36개월간 모든 원인 사망 및 심혈관 사건 발생 위험을 28.2% 줄였다.
씨티 애널리스트들은 이 차이를 TTR 억제율로 설명한다. 와이누아의 억제율은 70~75% 수준인 반면 암부트라는 81~87%, 알나일람의 차세대 후보물질 누크레시란은 1상에서 92% 이상을 기록했다. 알나일람은 누크레시란이 최종적으로 95% 이상의 억제율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버코어ISI 애널리스트들도 RNA 간섭(RNAi) 방식인 암부트라·누크레시란이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티드 방식의 와이누아와 "의미 있게 차별화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알나일람 CMO가 강조한 환자군 선별
알나일람의 푸시칼 가르그 최고의학책임자(CMO)는 "모든 TTR 침묵 치료제나 임상 설계가 같지는 않다"며 두 임상 간 환자군 구성 차이를 지적했다. CARDIO-TTRansform은 헬리오스-B보다 "진행성 질환 환자 비율이 훨씬 높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와이누아는 CARDIO-TTRansform 내 1기 환자군에서는 위약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였고, 당시 해당 환자의 약 60%가 빈다맥스를 복용 중이었다. 스티펠 애널리스트들은 알나일람이 초기 단계 ATTR-CM 환자에 집중한다면 누크레시란의 3상 'TRITON-CM'이 성공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제프리스 애널리스트들은 신중한 입장을 유지했다. 경구 복용이 편리한 안정제가 이미 표준 치료로 자리 잡은 환경에서 주사제인 침묵 치료제가 "안정제에 심혈관 혜택을 크게 더하지 못한다"면 가치 제안이 "다소 약화됐다"는 시각이다. TRITON-CM의 성공 가능성도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TD 코웬은 이와 달리 누크레시란의 95% 수준 억제율을 근거로 "임상 성패는 TTR 억제율과 초기 환자 선별에 달려 있다"며 TRITON-CM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다.
TRITON-CM이 시장 판도 바꿀 분수령
글로벌 ATTR-CM 치료제 시장은 2025년 약 58억 달러에서 2032년 약 135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화이자가 독점하던 이 시장은 브릿지바이오의 경구용 안정제 '아코라미디스' 등장과 알나일람의 RNAi 침묵 치료제 합세로 효능·편의성·가격을 둘러싼 다자 경쟁 체제로 재편되고 있다. 알나일람은 ESC에서 암부트라의 헬리오스-B 하위군 분석 결과도 공개했으며, 이 결과는 미국심장학회지(JACC)에도 게재됐다. 회사에 따르면 암부트라는 타파미디스 기저 복용 여부와 무관하게 1차 복합 평가변수에서 일관된 효과를 보였다.
업계 전문가들은 TRITON-CM 결과가 ATTR-CM 치료 가이드라인을 안정제 중심에서 침묵 치료제 중심으로 전환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대형 임상이 될 것으로 본다. 조기 진단 기술의 발달로 숨겨진 ATTR-CM 환자가 폭발적으로 발견되는 추세인 만큼, 제약사들이 초기 환자 선점 경쟁에 집중하는 구도가 뚜렷해질 전망이다. 한국에서는 2025년 3월 빈다맥스 급여 적용에 이어 암부트라도 2026년 3월 식약처 적응증 추가 승인 후 급여권에 진입해 국내 희귀 심장질환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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