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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공급망 재편 최대 수혜 2026년 누적 수주 3,970억 원 돌파

유한양행이 1일 글로벌 제약사와 1,310억 7,440만 원(약 9,542만 4,000달러) 규모의 원료의약품(API)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계약 기간은 2028년 5월 31일까지이며, 이번 계약금액은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2조 1,866억 원)의 6.0%에 달한다. 계약 상대방은 글로벌 제약사로, 비밀유지 요청에 따라 2028년 5월 31일까지 공시가 유보됐다.
주목할 점은 이번 계약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는 데 있다. 2026년 9월 초 기준 유한양행의 누적 API 수주액은 약 3,970억 원으로, 2025년 연간 수주 총액(2,579억 원)을 이미 넘어섰다. 한 해가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전년도 실적을 초과한 것이다.
미국의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제정이 이런 수주 급증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이 법은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계 CDMO 기업에 대한 미국 연방 조달을 제한하며, 신규 프로젝트에 대한 실질적 적용은 2028년부터 본격화된다. 글로벌 빅파마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대체 공급처를 확보해야 하는 구조다. 2026~2027년 사이 한국 기업들에 주문이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초기에는 바이오의약품 위주로 공급망 재편이 논의됐으나, 최근에는 화학합성 기반의 소분자 API 분야로 파급력이 확대되고 있다. 유한양행이 수혜를 입는 구간이 정확히 이 지점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충분한 생산능력과 글로벌 트랙레코드를 보유한 한국 기업들이 유력한 대체 공급 후보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한양행은 100% 자회사 유한화학을 통해 API 생산을 전담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현재 유한화학의 생산능력은 약 99만 5,000리터이며, 2028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화성공장(HC동, 29만 2,000리터)을 증설 중이다. 완공 시 총생산능력은 약 128만 7,000리터로 확대된다. 이번 계약 종료 시점(2028년 5월)이 증설 완공 시점과 맞물린다는 점에서, 후속 계약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유한양행의 해외사업 매출(대부분 API 매출)은 2023년 2,412억 원, 2024년 3,065억 원, 2025년 3,865억 원으로 최근 3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 중이다. 길리어드 사이언스(HIV·C형 간염 치료제) 등 글로벌 제약사와의 장기 공급 계약이 이 성장의 기반이다.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소분자 API CDMO 시장은 2024년 기준 약 322억 달러(약 47조 원) 규모이며 2030년까지 연평균 6.4% 성장이 예상된다.
유한양행이 이번 계약에서 계약금·선급금을 받지 않는 구조를 택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기존 신약 기술수출(License-out) 방식은 계약금과 마일스톤이 핵심 수익원이었던 반면, 이번 API 공급계약은 약 3년에 걸쳐 제품을 납품하며 매출을 쌓는 구조다. 일회성 수익이 아닌 반복적 현금 창출 모델로의 전환이다.
이호영 국립외교원 부교수는 "미국의 생물보안법 시행으로 제약·바이오 분야에서 중국의 미국 시장 점유율을 대체할 기회가 열렸다"며 "고품질 원료의약품 수출 중심의 탄탄한 제조 기반을 갖춘 한국 CDMO 업계에 큰 수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이 이번 계약에서 계약 상대방을 끝내 공개하지 않은 점은 향후 계약 협상력을 유지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읽힌다. 상대방의 정체가 드러날 경우 경쟁사의 영업 타깃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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