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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류 고유 DNA가 아연 수송 방해 아밀로이드 베타 10배 급증 확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KRIBB) 줄기세포융합연구센터 이미옥·손미영 박사 연구팀이 사람 뇌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치매로 이어지는 신경손상 기전을 새롭게 규명했다. 영장류에만 존재하는 특이적 DNA 구조가 아연 불균형을 일으키고, 이것이 신경세포 손상과 치매 관련 병리로 이어진다는 내용으로, 피인용지수(IF) 81.2의 세계 최상위 중개의학 학술지 '시그널 트랜스덕션 앤드 타기티드 테라피(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의 출발점은 기존 동물 모델의 구조적 한계였다. 수십 년간 수많은 치매 신약이 생쥐 모델에서는 효과를 보였으나 임상시험에서 번번이 실패해 왔다. 그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것이 '알루(Alu) 요소'다. 알루 요소는 인간 유전체의 약 10~11%를 차지하는 영장류 고유의 짧은 반복 DNA 서열로, 생쥐를 포함한 일반 실험동물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기능 없는 '정크 DNA'로 여겨졌으나, 이들 사이의 비정상적 재조합이 유전 정보를 삭제하고 뇌신경 세포 항상성을 파괴할 수 있다는 점이 최근 글로벌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영장류 특이 DNA가 촉발하는 연쇄 손상
연구팀은 유전성 경직성 하반신마비와 연관된 SPAST 유전자에 주목했다. SPAST 유전자에 큰 결실이 생긴 일부 환자는 운동 증상에 더해 인지 저하와 치매를 동반하지만, 그 기전은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SPAST 엑손 17에 결실을 지닌 줄기세포로 인간 뇌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이 의문에 접근했다. 그 결과, 결실된 SPAST 유전자가 인접한 SLC30A6 유전자와 비정상적으로 연결되며 융합 전사체를 형성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비정상적 융합은 골지체에 위치한 아연 수송체 ZnT6의 단백질 수치를 정상 대비 50% 수준으로 떨어뜨렸다.
ZnT6가 감소하자 아연이 세포질에 독성 수준으로 축적됐고, 단백질과 지질을 처리·운반하는 골지체가 조각났다. 이런 연쇄 반응은 결국 신경퇴행성 이상으로 이어졌다. 알츠하이머병의 대표적 병리 마커인 아밀로이드 베타 응집은 대조군 대비 약 10배 증가했고, 세포자멸사 신경세포는 약 4배 늘었다. 연구팀이 아연 특이 킬레이터로 세포 내 과잉 아연을 줄이거나 골지체 파편화를 차단하자, 골지체 구조가 회복되고 아밀로이드 베타 수치가 감소하며 지질 이상 등 다른 병리 특징도 완화됐다.
산발성 알츠하이머에도 동일 패턴 확인
이 발견이 더 광범위한 치매에도 적용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사후 뇌 조직을 추가 분석했다. 알츠하이머병 뇌에서 비정상적 ZnT6 발현과 골지체 파편화 사이의 연관성이 확인됐고, RNA 분석이 가능한 표본 2개 중 1개에서 뇌 오가노이드 모델과 동일한 유형의 SPAST-SLC30A6 융합 전사체가 발견됐다. 전체 치매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산발성 알츠하이머에서도 같은 패턴이 나타났다는 점은 이 기전의 적용 범위가 상당히 넓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표본 수가 적어 얼마나 광범위하게 적용되는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의 치료적 함의에도 주목한다. 세포 내 과잉 아연을 줄이는 아연 특이적 킬레이터나 골지체 파편화 억제 기술이 새로운 치매 치료제 후보로 부상할 수 있으며, 기존 아밀로이드 베타 표적 항체 치료제와 병용하는 복합 치료 전략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럽 신경퇴행성질환 공동연구 프로젝트(EU JPND) 소속 연구진도 아연 불균형이 알츠하이머병 악화에 기여하는 주요 인자 중 하나라고 보고, 아연 농도 조절 경로가 향후 핵심 치료 표적이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연구는 최근 미국 FDA가 신약 승인 시 동물실험 의무화 조항을 폐지한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인간 뇌 오가노이드 기반의 질환 모델이 동물 대체시험법의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한국 연구진이 생쥐 모델로는 재현 불가능했던 영장류 특이적 치매 기전을 이 플랫폼으로 구현해 냈다는 점은 글로벌 신약 스크리닝 패러다임 전환에서 한국이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정 유전자 변이를 가진 환자의 체세포로 뇌 오가노이드를 제작해 개인 맞춤형 치료제를 사전 테스트하는 정밀 의료 플랫폼으로의 확장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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