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매년 바꾸는 독감 백신의 한계 단일 주사로 이중 면역 노린다

프랑스 바이오기업 오시백스(Osivax)가 GC녹십자로부터 독감 백신 'GC플루'에 대한 라이선스를 확보하고 복합 백신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 오시백스는 자사 인플루엔자A 백신 후보물질 'OVX836'과 GC플루를 단일 주사제로 결합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번 계약은 한국산 상용 백신이 글로벌 혁신 신약의 핵심 구성 요소로 채택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존 독감 백신이 해마다 교체돼야 하는 이유는 표면 단백질(헤마글루티닌, HA)을 표적으로 삼기 때문이다. HA는 계절마다 변이를 일으키고, 유행 균주 예측이 빗나가면 예방 효능이 크게 떨어진다. WHO와 CDC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 약 10억 명이 계절성 독감에 감염되고, 수십만 명이 사망한다.
OVX836이 노리는 '변하지 않는 부위'
오시백스의 OVX836은 이 한계를 다른 방향에서 공략한다.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 내부에 있는 뉴클레오프로테인(NP)을 표적으로 삼는데, NP는 다양한 독감 변종에서 잘 보존된 항원이다. OVX836은 NP에 대한 T세포 면역 반응을 유도해 바이러스 표면 변이와 무관하게 방어력을 발휘하는 구조다. 란셋 감염병(The Lancet Infectious Diseases)에 게재된 임상 2a상 결과에서 OVX836은 유증상 독감 감염에 대해 84%의 보호 효과를 보였다.
GC플루는 A형·B형 독감 바이러스의 HA 표면 항원에 대한 항체 반응을 유도하는 불활성화 계절 독감 백신이다. 두 백신을 결합하면 항체 반응(GC플루)과 T세포 반응(OVX836)이 동시에 작동하는 이중 면역 체계가 구성된다. 오시백스가 이미 GSK의 '플루아릭스 테트라'와 OVX836을 각각 별도 주사로 병용한 임상에서 이 가능성을 확인한 바 있다.
주사 횟수 줄이면 접종률 올라간다
오시백스가 단일 주사제 개발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는 접종률이다. 병용 임상에서는 두 가지 백신을 각각 주사해야 했는데, 주사 횟수가 늘수록 특히 주사바늘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의 접종률이 낮아진다는 판단이다. 단일 주사제로 통합하면 이 장벽을 낮출 수 있다.
이번 계약에서 오시백스는 일본과 한국을 제외한 지역에서 GC플루에 대한 비독점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한국과 일본 외 지역의 개발 및 상업화는 오시백스가 주도하고, GC녹십자는 백신을 공급하며 로열티를 수취한다. GC녹십자는 한국 내 독점 판권을 유지하며 글로벌 공급망 역할을 맡는 구조다. GC플루는 현재 전 세계 25개국 이상에서 허가를 받았고, 누적 생산량은 4억 도즈를 넘는다. GC녹십자는 범미보건기구(PAHO) 남반구 독감 백신 입찰에서 12년 연속 점유율 1위를 기록한 기업으로, 글로벌 공급 신뢰도 면에서 검증된 파트너다.
2,850명 임상 결과가 분기점
복합 백신 개발의 실질적인 속도는 OVX836의 대규모 임상 결과에 달려 있다. 오시백스는 2025년 12월 기준 2,850명 규모의 임상 2b상 환자 등록을 완료한 상태로, 조만간 주요 효능 데이터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 결과가 긍정적으로 나올 경우 두 백신을 합친 단일 주사제의 임상 진입 일정이 구체화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복합 백신이 상용화될 경우 기존 독감 백신 시장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본다. 현재 글로벌 독감 백신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90억 달러 규모이며, 사노피·GSK 등 대형 제약사들이 매년 균주 업데이트 방식으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다년간 광범위한 변이를 방어할 수 있는 단일 주사제가 등장한다면, 연간 균주 예측 기반의 기존 제품군과 직접 경쟁 구도가 형성된다. WHO는 효능이 개선된 차세대 독감 백신이 광범위하게 도입될 경우 2025년부터 2050년까지 최대 620만 명의 사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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