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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100가구 DNA 분석 결과 발표 OCD 유전자 공유·시냅스 변이 확인

반복적으로 머리카락을 뽑거나 피부를 뜯는 행동이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니라 유전적 기반을 가진 신경생물학적 장애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예일대 의과대학 연구진이 발모벽(trichotillomania)과 피부뜯기장애(excoriation disorder)를 대상으로 100가구 이상의 부모-자녀 DNA를 분석한 결과를 지난 6월 국제학술지 '트랜스레이셔널 사이키애트리(Translational Psychiatry)'에 게재했다.
이 두 장애는 신체중심 반복행동(BFRB, Body-Focused Repetitive Behaviors)으로 분류된다. 현재 DSM-5와 ICD-11 모두 BFRB를 강박 및 관련 장애의 하위 범주로 명확히 분류하고 있으며, 전 세계 인구의 약 1~3%가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벼운 증상까지 포함하면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하는 비율은 인구의 절반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 부모에게서 물려받는 OCD 유전자 위험
연구진은 장애를 가진 자녀와 생물학적 부모의 DNA를 수집하는 '트리오(Trio) 방식'을 활용했다. 특정 유전적 위험 요인이 우연보다 더 자주 자녀에게 전달되는지를 분석한 결과, BFRB 환자는 부모로부터 강박장애(OCD) 다유전자 점수(polygenic score)를 더 높게 물려받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이런 OCD 관련 유전적 위험의 추가 상속이 OCD를 동반하지 않은 BFRB 환자에게서도 확인됐다는 것이다. 두 진단을 모두 받지 않더라도 공유된 생물학적 기반이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로, BFRB와 OCD 사이의 신경생물학적 연결고리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된다.
■ 시냅스 연결 관여 유전자에서 희귀 변이 발견
연구진은 일부 BFRB 환자에게서 희귀한 복제수 변이(CNV)도 확인했다. DNA 일부가 결손되거나 중복된 구간으로, 일부는 신경발달 질환에서 이미 관찰된 바 있다. 관련 유전자 가운데 여러 개가 뇌세포가 연결을 형성하는 방식, 즉 시냅스 구축 및 조직화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수석 저자인 에밀리 올프슨(Emily Olfson) 예일대 의대 교수는 "일부 유전자는 뉴런이 연결을 구축하고 조직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며 "시냅스 관련 생물학이 이런 행동에 중요할 수 있다는 기존 증거와도 부합한다"고 설명했다. 올프슨 교수는 "이 질환들은 결코 누구의 잘못이 아니며 유전적·생물학적 요소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유전적 위험이 곧 운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도 강조했다.
BFRB는 주로 아동기 후반에서 사춘기 초기인 평균 10~13세에 처음 증상이 나타난다. 성인기 임상 보고 기준으로는 환자의 80~90%가 여성으로 집계되는데, 이는 탈모나 피부 흉터 등 가시적 피해에 더 민감한 여성이 병원을 찾는 비율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 낙인 해소와 치료 방향 전환의 근거
이번 연구 결과는 BFRB를 둘러싼 사회적 낙인을 걷어내는 데도 의미가 있다. 그간 환자와 가족은 의지 부족이나 잘못된 양육의 결과라는 오해를 받아왔다. 국제강박장애재단(IOCDF)은 "BFRB는 높은 유병률과 극심한 고통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연구와 자금 지원이 가장 부족했던 정신 질환 중 하나"라며 이번 유전학적 발견이 맞춤형 치료로 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경우 아동·청소년기의 손톱 물어뜯기나 머리카락 뽑기 증상을 신경학적 질환으로 인식하기보다 '고쳐야 할 버릇'으로 간주해 강압적 훈육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여전하다. 고부담·고경쟁 교육 환경이 청소년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상황에서, 유전적 소인을 가진 아이들에게는 이런 환경이 증상을 촉발하거나 악화시키는 강력한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BFRB의 유전적 원인이 구체화될수록 특정 뇌 신경전달 경로나 시냅스를 표적으로 한 새로운 약물 치료법 개발 가능성이 열린다고 본다. 더 크고 다양한 인종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축적되면, BFRB를 감각 추구형과 무의식적 충동형 등 하위 유형으로 세분화해 환자의 유전적 프로필에 맞는 개인화된 치료가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연구진은 DNA 염기서열 분석과 정밀한 임상 평가, 장기 추적 관찰을 결합한 후속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발모벽과 피부뜯기장애의 영향을 받는 100가구 이상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시간과 경험을 나눈 결과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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