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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지키고 회사는 잃나 회생 폐지·매매정지 이중고

서울남부지방법원이 18일 채권자 정인구 씨가 유틸렉스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채권자의 신청이 이유 없다고 판단하고 소송비용도 채권자가 부담하도록 결정했다(사건번호 2026카합1041). 경영권 분쟁이라는 불씨는 일단 꺼졌지만, 유틸렉스가 처한 위기의 본질은 법정 공방과는 별개의 차원에서 깊어지고 있다.
이번 분쟁의 출발점은 2025년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유틸렉스 창업자 권병세 대표는 청안인베스트먼트(대표 정인구)에 경영권 지분 약 11%를 100억 원에 매각하려 했다. 그러나 2026년 1월 잔금이 납입되지 않자 계약을 해지하고 정인구 대표를 경영지배인에서 해임했다. 정 대표가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등의 가처분을 신청하며 분쟁이 격화됐고, 이번 법원 결정으로 권 대표 측이 승기를 잡았다.
주목할 지점은 매각 금액이다. 2018년 상장 당시 시가총액 1조 원을 넘나들던 유틸렉스의 경영권 지분이 100억 원(약 750만 달러)에 넘겨지려 했다는 사실은 회사의 현 상황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략적 투자 유치가 아닌 사실상의 '엑시트(Exit)' 시도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 회생절차 폐지·매매정지…중첩된 위기
가처분 분쟁이 진행되는 동안 회사의 재무 상황은 돌이키기 어려운 수준으로 악화됐다. 유틸렉스는 2026년 2월 법정관리(회생절차)를 신청했고, 3월에는 감사보고서에서 '의견거절'을 받아 코스닥 시장에서 주권 매매가 정지됐다.
2025년 기준 영업손실은 약 175억 원, 당기순손실은 약 207억 원에 달한다. 바이오 본업의 수익 창출이 막히자 회사는 IT 자회사 아이앤시스템을 합병해 연명을 시도했고, 2024년 전체 매출의 71%가 IT 사업에서 발생했다. 코스닥 상장 유지 요건인 매출액 기준을 맞추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2026년 6월 서울회생법원 조사위원 보고서는 상황을 더 냉정하게 정리했다. 유틸렉스의 청산가치는 약 202억 원인 반면, 계속기업가치는 마이너스(-) 382억 원으로 평가됐다. 법원은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크다는 것이 명백하다"며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 CAR-T 파이프라인, 헐값 매각 가능성도
회사가 사실상 청산 수순에 접어들면서 핵심 파이프라인의 향방이 주목된다. 유틸렉스는 간세포암을 표적으로 하는 CAR-T 세포치료제 'EU307'과 항체치료제 'EU103'을 개발해 왔으며, 해당 파이프라인은 ESMO 등 글로벌 학회에서 조명받기도 했다.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던 EU307은 청산 절차가 본격화될 경우 연구가 중단될 위기에 처한다. 다만 업계 전문가들은 해당 기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글로벌 제약사나 투자 펀드가 파산 절차 중 자산을 인수하는 'Asset Sale'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유틸렉스의 사례는 임상 성과 없이 외부 자금 조달과 타 업종 합병으로 연명하는 K-바이오텍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한국 금융당국이 전환사채(CB) 발행이나 이종 합병으로 상장을 유지하는 바이오 기업에 대한 퇴출 기준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유틸렉스는 그 첫 번째 사례 중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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