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AI 게놈 언어 모델로 16종 생존 확보 자연 파지는 못 넘은 내성균, 혼합물이 제압

인공지능(AI)이 설계한 박테리오파지가 숙주를 감염시키는 살아 있는 바이러스로 확인됐다.
15일 바이오온에 따르면 미국 아크연구소(Arc Institute)와 스탠퍼드대학교 브라이언 L. 하이(Brian L. Hie) 팀은 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게놈 언어 모델을 이용해 완전한 박테리오파지 게놈을 생성적으로 설계한 첫 사례다. 그동안 AI 기반 생물학적 설계는 유전자·단백질 또는 유전자 회로를 설계하는 수준에 머물렀고, 전체 게놈 설계는 난도가 높아 거의 시도되지 못했다. 이 논문은 지난해 9월 사전 공개 논문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먼저 공개됐다.
게놈 언어 모델은 생명체 전 영역에서 확보한 수백만 개의 DNA 게놈 데이터로 학습한 AI 알고리즘이다. 진화는 게놈에 지속적으로 새 기능을 새겨 넣지만, 단일 돌연변이만으로도 생존이 불가능해질 만큼 게놈 설계는 복잡하다. 이 모델은 자연에서 DNA 서열을 형성하는 진화적 제약을 익혀 새로운 게놈 서열을 만들어 낸다.
연구팀은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인 박테리오파지가 게놈이 작고 실험이 쉬워 이 모델의 성능을 검증하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이 바이러스는 분자생물학과 미생물공학, 항균 치료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크다.
설계의 주형은 천연 박테리오파지 ΦX174다. 약 5.4kb 게놈에 11개 유전자, 최소 7개 조절 요소, 2개 인식 서열을 갖는 이 파지는 노벨상 수상자 프레더릭 생어가 첫 전체 게놈 해독을, 게놈학·합성생물학 선구자 크레이그 벤터가 첫 화학 합성을 이룬 역사적 모델이다.
연구팀은 자체 개발한 게놈 언어 모델 Evo 1과 Evo 2로 수천 개의 AI 생성 게놈을 만들고 평가하는 프레임워크를 구축했다. 이 가운데 300개 가까운 게놈을 화학 합성해 숙주인 대장균 C 균주에서 시험했고, 최종적으로 16종의 생존 가능한 박테리오파지를 얻었다.
이 16종은 특정 숙주인 대장균만 골라 감염하는 숙주 특이성과 다양한 적응도 특성을 보였다. 경쟁적 감염 역학에서도 서로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생성된 파지들은 알려진 천연 박테리오파지와 다른 새 돌연변이, 유전자·조절 요소와 게놈 길이를 지녔다.
냉동전자현미경(크라이오EM) 분석에서는 생성된 파지 1종이 진화적으로 먼 박테리오파지에서 유래한 DNA 포장 단백질을 바이러스 껍질(캡시드)에 사용한 사실도 관찰됐다.
연구팀은 생성 박테리오파지가 빠르게 진화하는 세균 병원체에 대응할 수 있는지도 시험했다. 생성 파지 혼합물은 천연 ΦX174에 내성을 획득한 대장균 균주를 빠르게 제압했지만, 천연 ΦX174 유사 파지 혼합물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번 결과는 생성형 게놈 언어 모델이 DNA 서열의 진화적 제약을 충분히 높은 정확도로 포착해 자연과 다른 완전한 박테리오파지 게놈을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이 방법이 유도 진화나 합리적 설계와 상호보완하며, 빠르게 진화하는 병원체에 대응하는 적응형 박테리오파지 치료제 개발의 실행 가능한 경로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 기술은 게놈 염기서열 해독·합성·편집 도구와 결합해 게놈 규모의 생물학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더 크고 복잡한 게놈의 생성 설계를 위한 기반이 될 것이라는 게 연구팀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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