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매출 대비 인건비, 제조업 평균의 2배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 리스크까지 겹쳐

정년 65세 단계적 연장 입법이 2026년 정부 중점과제로 오르면서 제약업계의 인건비 셈법이 복잡해졌다.
고용노동부는 60세인 법정 정년을 2037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늘리는 입법 추진안을 2026년 중점과제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안은 2029년 61세로 연장을 시작해 2년마다 1세씩 올리는 방식이다. 제약업계는 정년 연장 논의가 임금체계 개편, 즉 임금피크제 재설계와 맞물린다는 점에서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제약업이 특히 민감한 이유는 비용 구조에 있다.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제조업 평균의 2배 수준이라는 분석이 있다. 신약 개발에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들어가는 반면 성장은 정체되고 수익성은 낮은 구조가 겹친다. 정년이 늘면 인건비 부담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제약업계 임금피크제 실태를 보면 부담의 윤곽이 드러난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제약사의 평균 정년은 58.3세로 집계됐다. 대부분 55세부터 임금 조정을 시작하며 감액률은 피크 임금 대비 연평균 21% 수준이다. 임금 조정 기간은 평균 3.4년이다.
규모별 격차도 확인된다.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정년은 57.2세, 300인 미만은 59.2세다. 조정 기간은 대형 사업장이 평균 2.6년, 중소 사업장이 평균 4년으로 나타났다. 인력 고령화가 진행된 대형사일수록 조정을 앞당기고 감액 폭을 관리하는 구조다.
임금피크제를 제약업계에 처음 들여온 곳은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2010년 제약업계 최초로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기존 정년 55세를 57세로 늘리는 대신 연장된 기간에는 기존 임금의 80%를 지급하는 방식이었다. 당시에도 정년 연장이 비용 증가와 신규 채용 감소, 인사 적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사내에서 제기됐다.
문제는 정년 연장과 임금피크제가 세트로 움직이면서 법적 리스크가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2022년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가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했다. 임금피크제의 유효성은 도입 목적의 타당성, 근로자가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의 적정성, 감액 재원의 사용처를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이후 소송은 업계 전반으로 번졌다. 금융·공공·통신 등 다양한 사업장에서 임금피크제 무효 확인 소송이 이어졌고 하급심 판단은 사안별로 엇갈렸다. 무효 판결이 확정되면 삭감된 임금 차액과 지연이자를 근로자가 청구할 수 있어 기업의 우발 채무로 이어진다.
법원은 최근 절차적 정당성을 엄격히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1월 정년연장에 따른 성과급 증가 효과 등을 근거로 특정 사업장의 임금피크제를 합리적 이유 없는 연령 차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꾸려면 근로자 과반수의 집단적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리가 임금피크제 사건의 핵심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노사정의 시선도 엇갈린다. 경영계는 인건비 부담을 이유로 퇴직 후 재고용 방식을 선호하며 임금피크제 유연화를 요구한다. 노동계는 정년을 늘리지 않으면 국민연금 수급 개시 전까지 소득 공백이 생긴다는 점을 든다. 제약업계로선 인건비 통제와 소송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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