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병합·감자로 1000원 턱걸이 탈출했지만 시총 벽은 그대로 "신약 개발 10년인데 제조업 잣대 일괄 적용은 무리" 반발

7월 1일, 코스닥 제약·바이오 동전주들의 상장 유지 시계가 멈춰 선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발표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은 7월 1일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기준을 15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올린다. 같은 날 주가 1000원 미만 종목을 겨냥한 '동전주' 요건도 새로 시행된다. 30거래일 연속 1000원을 밑돌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에 들어간다.
두 요건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재무 체력이 약한 제약·바이오 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됐다. 비즈워치 집계에 따르면 지난 12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00억원 이하 코스닥 제약·바이오는 17곳으로 나타났다.
7월 사정권인 시총 200억원 미만은 8곳이다. 알파AI(105억원), 비스토스(125억원), 올리패스(134억원), 셀레스트라(136억원), 우진비앤지(150억원), 피씨엘(168억원), 플라즈맵(189억원), 롤링스톤(192억원)이 여기에 속한다. 이 가운데 알파AI, 올리패스, 셀레스트라, 피씨엘, 롤링스톤 등 5곳은 이미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요건 강화와 무관하게 퇴출 심사선 위에 올라 있는 셈이다.
내년 1월 코스닥 시총 기준이 300억원으로 다시 높아지면 위험권은 9곳이 더 늘어난다. 조아제약(203억원), 한국유니온제약(216억원), 씨유메디칼(232억원), 대성미생물(243억원), 피플바이오(245억원), 풍전약품(252억원), 텔콘RF제약(257억원), 서울제약(261억원), 제놀루션(277억원)이 추가된다. 이 중 한국유니온제약과 풍전약품을 뺀 7곳은 현재 정상 거래 중이다. 멀쩡히 거래되던 기업이 6개월 뒤 기준 강화만으로 사정권에 드는 구조다.
지난 2월 당국 발표 이후 제약·바이오 업계는 주식병합과 감자로 응수했다. 비즈워치 집계 결과 16일까지 주식병합을 결정한 곳은 알파AI, 피플바이오, 노을, 조아제약 등 17곳, 감자를 택한 곳은 에이프로젠, EDGC, 텔콘RF제약, 한국유니온제약 등 9곳에 달했다. 그 결과 1000원 미만 동전주는 2월 19곳에서 12곳으로 줄었다.
문제는 자본조정으로는 시총 벽을 넘을 수 없다는 점이다. 병합과 감자는 유통주식 수만 줄여 주당 가격을 끌어올릴 뿐, 주가에 발행주식 수를 곱한 시가총액은 그대로다. 기업 가치를 실제로 키우지 않으면 기준을 맞출 수 없다는 의미다. 한국거래소는 7월부터 최근 1년 내 병합·감자한 기업의 추가 자본조정을 제한해 '동전주 우회'마저 차단했다.
동전주와 시총 요건에 함께 걸린 기업도 있다. 알파AI는 520원에 시총 105억원으로 7월 시총 기준에 미달한다. 조아제약(655원·203억원)과 텔콘RF제약(360원·257억원)은 내년 1월 기준에 걸린다. 주가를 병합으로 띄워도 시총 미달이 남는 사면초가다.
업계에서는 제도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일반 제조업 잣대를 일괄 적용하는 데 대한 반발이 나온다. 신약은 후보물질 발굴부터 임상, 허가, 상업화까지 수년에서 수십 년이 걸리고 그 과정에서 대규모 연구개발비가 투입돼, 상장 이후에도 장기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한 산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취지는 공감하나 상장유지 조건 강화가 신약 개발 바이오텍의 특성을 간과해 혁신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유망 벤처의 증시 이탈을 부추길 수 있는 만큼 산업 특수성을 반영한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출이 임상·기술이전 진척에 따라 뒤늦게 발생하는 구조여서, 연구개발비를 손실로만 계산하는 현행 기준이 산업 현실과 어긋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반면 증권가는 부실기업 정리에 따른 시장 신뢰 회복 효과를 기대한다. 태윤선 KB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기업들의 경쟁 유도를 통한 질적 수준 개선과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 재평가가 기대된다"며 "단기 부양책이 아닌 구조적 변화에 기반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동전주 기업들은 상장사 자격을 지키기 위한 분투에 들어갔다. 투자자 유치를 위한 기업설명회를 늘리는 곳이 줄을 잇는다. 다만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결국 펀더멘털을 강화하지 못하면 갈수록 강화되는 상장 유지 요건을 맞추기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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