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韓·日 등 신약 허가 기간 단축 경쟁 사후 검증·퇴출 시스템 부재 시 위험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신약 허가 '속도전'에 나서고 있지만, 사후 검증 및 퇴출 시스템이 동반되지 않으면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바이오 전문매체 바이오파마 APAC(biopharma_apac)에 따르면,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의약품 승인 시스템이 속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안전성을 담보로 속도를 얻는 '위험한 도박'이 될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한국은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GIFT)' 프로그램을 통해 혁신 의약품 심사 기간을 기존 120일에서 90일로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는 2026년 4월부터 모든 신약 신청을 차세대 전자공통기술문서(eCTD v4.0) 형식으로만 접수하며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이러한 속도 경쟁의 배경에는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고, 자국 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목적이 있다. 신속한 허가 절차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아시아 시장에 조기 출시하도록 유인하는 효과도 있다.
그러나 매체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신속 허가 제도를 도입한 미국의 경험을 교훈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임상적 이점을 예측하는 '대리표지자'를 기반으로 신약을 조기 승인하되, 추후 확증 임상을 통해 실제 효과를 증명하도록 요구한다.
문제는 이 확증 임상이 지연되거나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조산(早産) 치료제 '마케나'가 대표적 사례다. 이 약물은 2011년 신속 승인을 받았으나 확증 임상에서 효과 입증에 실패했다. FDA가 2020년 승인 철회를 권고했지만, 실제 시장에서 퇴출되기까지는 2023년 4월까지 총 12년이 걸렸다.
2021년 논란 속에 승인된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헬름' 역시 대리표지자를 근거로 허가됐으나, 결국 상업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2024년 개발이 중단됐다. 이러한 사태를 겪은 미국은 확증 임상을 승인 전에 착수하도록 강제하고, 실패한 약물의 퇴출 절차를 신속하게 하는 법안(Food and Drug Omnibus Reform Act)을 통과시켰다.
바이오파마 APAC은 신속 허가 제도가 안전하게 운영되려면 세 가지 조건이 필수적이라고 분석했다. 첫째, 확증 임상시험 계획을 승인 전에 확정하고 명확한 기한을 설정해야 한다. 둘째, 시판 후 안전성을 감시하는 약물감시 시스템을 허가 속도에 맞춰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선진 규제기관의 허가를 근거로 자국 허가를 내주는 '의존 심사'가 승인뿐 아니라 '철회'에도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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