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기술은 7000종 진단…법은 249종만 허용 '규제 지체' 열거주의 방식 고수…배아생성자 자기결정권 침해 지적

국내 생명윤리법이 유전자검사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심각한 유전질환을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으려는 부모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19일 국가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발간한 '배아 대상 유전자검사 규제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법상 배아 대상 유전자검사가 가능한 질환이 극히 일부에 그쳐 규제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이화여자대학교 윤여란 연구원이 작성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착상 전 유전자검사(PGT) 기술로는 약 7000종 이상의 유전질환을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은 검사 가능한 유전질환을 249개로 한정하는 '열거주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검사를 원하는 부모(배아생성자)가 허용 목록에 없는 질환에 대한 검사를 의뢰해도 이는 불법이 된다. 이를 위반할 경우 의료진 등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라는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2007년, 조기 사망을 유발하는 유전질환인 '멘케스 증후군' 보인자였던 한 산모는 해당 질환이 검사 허용 목록에 없어 산전 진단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다. 보고서는 이러한 경직된 규제가 배아생성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4년 7월, 질환 목록 업데이트를 신속히 하기 위해 시행령을 개정해 '고시' 방식을 '공고'로 바꿨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허용 항목을 나열하는 열거주의 방식 자체는 유지돼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물론 검사 허용 범위를 무분별하게 확대할 경우 '맞춤형 아기' 탄생 등 우생학적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비의학적 목적의 특정 형질 선택을 위한 검사는 금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윤여란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도덕적·법적 지위가 다른 초기배아와 태아를 동일한 내용으로 규제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해야 한다"며 "기술 발전에 맞춰 현행 규제 체계의 법적 정합성을 재검토하고 실효적인 개선 방안을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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