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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70억 규모 라이선스 '거꾸로 승계'…바토클리맙 임상 실패 한 달 만에 반전 카드 박승국 복귀 직후 ERA 플랫폼 확보…1분기 영업익 34.7% 감소 속 R&D 베팅

대웅제약이 자회사 한올바이오파마가 2년 전 도입했던 미국 항노화 플랫폼의 원개발사 지위를 경매로 통째로 사들였다.
대웅제약은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투자판단 관련 주요경영사항' 공시를 올리고, 미국 턴바이오테크놀로지스(Turn Biotechnologies)가 보유한 mRNA 기반 ERA(Epigenetic Reprogramming of Aging) 플랫폼 기술의 지식재산권과 자산 일체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미국 현지시간 5월 6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로 진행된 라이브 경매가 무대였다.
거래의 핵심은 '라이선서 지위 승계'다. 2024년 5월25일 한올바이오파마는 턴바이오로부터 ERA 기술을 도입하면서 선급금 100만달러를 포함해 총 2억3900만달러(약 327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이번 경매로 대웅제약이 그 계약의 라이선서, 즉 원천 기술 제공자 자리에 올라섰다.
자회사가 모회사에 마일스톤과 로열티를 지급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같은 그룹 안에서 권리·의무가 양쪽으로 묶인 셈이다. 단계별 마일스톤은 총 2억3800만달러 규모이며, 별도 로열티 조건이 포함됐다. 공동 연구 프로그램 비용 상환액 400만달러는 비용 보전 성격으로 총 계약 금액에서 제외된다.
ERA 플랫폼은 노화된 세포에 유전자 조절 단백질 인자를 mRNA 형태로 주입해 세포의 후성유전 상태를 되돌리는 기술이다. 한올바이오파마는 이 기술을 노화성 안과·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 활용해 왔다.
타이밍이 묘하다. 박승국 대웅그룹 부회장은 지난 3월26일 한올바이오파마 공동대표로 복귀했다. 8일 뒤인 4월3일에는 한올 핵심 파이프라인 바토클리맙(HL161)의 갑상선안병증(TED) 임상 3상 1차 평가지표 미충족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파트너 이뮤노반트는 24주 시점 안구돌출반응률에서 통계적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공지했다.
이튿날 한올바이오파마 주가는 4만7050원으로 전일 대비 13.51% 떨어졌다. 일부 증권가에서는 이뮤노반트가 바토클리맙 물질 반환을 검토할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로부터 약 한 달 뒤 모회사가 ERA 카드를 꺼낸 것이다.
원개발사 턴바이오는 채권자 주도 자산 매각 절차에 들어간 상태였다. 대웅제약은 그 매각 경매에 직접 참여해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공시에 적었다. 단순 기술 이전이 아니라 자산 매각 경매에서 원천 IP와 계약상 지위를 함께 가져온 형태다.
박승국 부회장은 2007년 한올바이오파마로 자리를 옮긴 뒤 자가면역 항체 바토클리맙(HL161)과 안구건조증 치료제 탄파너셉트(HL036)의 글로벌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인물이다. 2013년부터 10년간 한올 대표를 맡았고 2023년 대웅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R&D 베팅은 실적 부담 속에서 이뤄졌다. 대웅제약은 12일 별도 기준 2026년 1분기 매출 3357억원, 영업이익 274억원의 잠정실적을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4.7% 줄었다. 연결 기준 매출은 3778억원, 영업이익은 222억원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기존 안과 및 청각 질환 영역을 넘어 다양한 적응증으로 연구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자체 개발뿐 아니라 오픈 콜라보레이션을 통한 파이프라인 확대 가능성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한올바이오파마 측은 노화성 안과·이과 ERA 후보물질에 대해 "아직 초기 단계로 관련 일정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대웅제약과 한올바이오파마 간 최종 승계 합의는 5월 말까지 마무리될 예정이다. 회사는 공시에서 "조건부 계약으로 임상시험 및 품목허가 성공 여부에 따라 수익 인식이 달라질 수 있다"며 "규제기관의 연구개발 중단이나 품목허가 실패 등이 발생할 경우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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