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제네릭 일괄인하 vs 신약 협상의 차이…R&D 실탄에 격차 유한양행 100주년에 매출 2.2조원, 화이자는 600억달러

정부의 약가 인하 칼날이 한·미 양국 제약사를 동시에 겨누지만 그 충격은 정반대로 갈리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제기한 약가 협상 중단 소송에 미 법무부가 '사법 심사 대상 제외'로 맞섰고, 한국에서는 '제네릭 약가 43%' 일괄 인하안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과한 상황이 7일 메디팜스투데이 등 의약전문 매체를 통해 동시에 부각됐다.
겉으로는 같은 '약제비 절감' 정책이지만 정조준 대상이 다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메디케어 지출이 가장 많은 고가 신약의 가치를 조정하는 방식이라면, 한국은 국내 제약사 매출의 핵심인 제네릭(복제약) 마진을 일괄적으로 깎아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하는 행정 편의적 방식이라는 평가다.
수익성 격차는 이 구조적 차이에서 비롯된다. 국내 제약사들의 영업이익률이 5% 안팎에 불과한 상황에서 16%의 실질 약가 인하는 단순한 수익 감소를 넘어 R&D 재원 자체가 증발하는 효과를 낸다는 분석이 산업발전을 위한 약가제도 개편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제기됐다.
미국 빅파마는 다르다. 영업이익률은 20% 안팎이며 2021년 기준 글로벌 상위 10개 제약사의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13~26%에 달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6%, 애브비는 13%를 기록했다. 절대 규모로도 차이는 압도적이다.
국내 1위인 한미약품은 2024년 매출 1조4955억원에 R&D 투자 2098억원, 영업이익률 14.5%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이 숫자도 화이자 단일 분기 R&D 지출에 못 미친다.
DART 전자공시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5일 브릿지바이오와 3807만6000달러(약 559억9000만원) 규모 심근병증 치료제 원료의약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 계약은 유한양행의 2025년 연결 매출 2조1866억원 대비 2.56% 수준이다. 같은 기간 미국 화이자의 연 매출은 600억달러(약 86조4000억원)대로 30배 이상 차이가 난다.
규제 격차도 본질적이다. FDA의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으면 임상 비용의 25%가량 세액공제, 시판 후 7년간 독점발매권, 보조금 프로그램 등 강력한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한국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제도를 두고 있으나 미국 업계는 한국 내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의 불투명성에 대한 우려를 지속해서 제기하고 있다.
심사 역량 격차는 신약 허가 실적으로 드러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자료를 보면 전세계 R&D 투자 상위 50개 제약사 중 국내 제약사는 한 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미국 24곳, 일본 7곳, 중국 8곳이 포함된 것과 대비된다.
박준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상임컨설턴트는 "FDA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임상 설계, 독성 평가 등 연구개발 측면뿐만 아니라 상업적 성공 가능성 등 총체적인 전문 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제약협회는 한 발 더 나아갔다. 미국제약협회는 지난 4월 27일(현지시간) 미국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한국 등 외국 정부의 불공정한 제약 정책 해결을 위해 무역 협상을 지렛대로 사용하라고 촉구했다. 통상 압박이 약가 정책의 새 변수로 등장한 것이다.
대미 통상 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서 약가제도는 더 이상 보건복지부만의 영역이 아니다. 한국이 실거래가 약가인하(ATP), 사용량·약가연동(PVA) 등 의약품 수명주기 전반에 걸친 가격 인하 장치를 운영하는 점이 미 무역대표부 보고서에 적시됐다.
원화 약세도 격차를 키운다. 환율 1440원 기준 국내 원료의약품 자급률은 2023년 25.6%에 불과해 환율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의 타격이 크다. 미국 빅파마는 자체 원료 생산 인프라와 달러 표시 매출로 환율 변동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같은 약가 정책이라도 결과가 갈리는 이유다. 미국 IRA가 고가 약물의 밸류를 조정해 신약 선순환을 노린다면 한국 정책은 국내 제약사들의 주수입원인 제네릭 수익성을 직접 타격한다는 분석이 정책의 본질을 짚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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