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소아용 카테터 2종 신규 지정…누적 43개로 늘어 비급여 부담·수시 조달 한계…치료 안전망 완성엔 후속 조치 필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신생아·소아의 중증 급성 신손상 치료에 필수적인 복막투석 기기 2종을 긴급도입 의료기기로 신규 지정했다.
식약처는 6일 미국 메리트 메디칼의 소아용 복막투석 카테터(PD Catheter)와 미국 유타 메디칼 프로덕츠의 복막투석 카테터 연결 세트(Dialy-Nate Set & Dialy-Nate Catheter) 등 2등급 의료기기 2종을 긴급도입 품목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긴급도입 의료기기 지정 품목은 누적 43개로 늘었다.
긴급도입 의료기기 제도는 국내에 대체 제품이 없고 희귀·난치질환자의 생명 유지에 긴급하게 필요한 장비를 신속히 들여오기 위해 정식 수입 허가·인증·신고 절차를 생략하고 공공 유통망으로 공급하는 제도다.
이번에 지정된 품목에는 소아 복강 내 삽입에 맞춘 외경 3.7mm, 내경 2.5mm의 미세 카테터와 함께 미숙아·소아 중환자에게 소량의 투석액을 정밀하게 투입·배액할 수 있는 150mL 용량의 투여 계량관(뷰렛), 유량 조절 스톱콕 시스템이 포함됐다.
신생아나 영유아의 급성 신손상은 신장이 체내 노폐물과 수분을 제대로 거르지 못하는 중증 질환으로, 제때 조치하지 않으면 사망 위험이 급격히 높아진다. 혈관이 가늘고 체중이 적은 영유아에게는 복막을 삼투막으로 활용하는 복막투석이 사실상 유일한 치료 수단이다.
영유아는 수십 밀리리터 단위의 미세한 투석액 주입 오차만으로도 복강 내 압력 상승이나 심혈관계 부전 등 치명적 합병증을 겪을 수 있어 정밀 규격의 전용 튜브와 계량 장치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국내 의료 현장에서는 소아 전용 복막투석 기기를 정상적으로 확보하지 못해 성인용 제품을 잘라 변형하거나 관장용 튜브를 개조해 쓰는 사례가 이어져 왔다. 환자 수가 극소수에 불과해 글로벌 제조사나 수입상사 입장에서는 수억 원에 달하는 품목허가 심사 비용과 품질관리(GMP) 실사 비용을 회수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전남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양은미 교수가 식약처에 해당 품목의 긴급도입을 직접 요청한 배경이다. 이번 지정으로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이 해외 제조원과 계약을 맺고 공공 경로로 기기를 들여와 상급종합병원 등에 신속히 배분할 수 있는 제도적 발판이 마련됐다.
다만 허가 면제가 곧바로 환자의 실질적 치료권 보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긴급도입 의료기기는 일반 유통 품목이 아니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별도 급여 등재나 본인부담 산정특례 절차를 거치지 않으면 환자 보호자가 전액 비급여로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수술과 수동 투석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교체해야 하는 소모성 카테터 세트의 비용 부담이 영유아 희귀질환 가정에 전가될 위험이 크다.
상시 공급과 사전 비축 관리도 과제로 꼽힌다. 긴급도입 기기는 병원 주문 이후 해외 발주를 진행하는 수시 조달 방식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아 미국 현지 제조사의 생산 지연이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발생하면 항공 운송에만 수주에서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생후 며칠 만에 신기능이 급격히 망가지는 신생아 중환자실 특성상 발주 후 도착을 기다리는 방식으로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렵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심평원이 선별급여나 필수의료 바우처를 신속히 적용해 가격 장벽을 낮추고, 정부가 주요 권역별 어린이병원에 소아 투석용 필수 재료의 최소 안전 재고를 상시 비축하며 공급 단가 인상에 대비한 공공 예산을 확보해야 소아 필수의료의 근본적 치료 안전망이 완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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