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선행기술 결합 용이성 심결 기준 정교화 제약·바이오 특허 전략 분기점

지식재산처 특허심판원이 복합제와 개량신약의 진보성 판단 잣대를 정교화하면서 제약·바이오 업계의 특허 전략이 분기점을 맞았다.
특허심판원은 한국지식재산협회와 공동으로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국지식재산센터에서 특허분쟁 대응방안 공유 간담회를 열고 선행기술 결합 발명의 결합 용이성 판단 사례와 특허 무효심판 최신 심결 동향을 공개했다.
이날 특허심판원 심판정책과 성시경 서기관은 무효심판에서 진보성을 판단할 때 다수 발명의 결합 용이성을 둘러싼 심판관의 판단 기준과 기업이 심결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실무 주장 기법을 발표했다.
바이오·제약 산업에서 특허 무효 분쟁의 승패는 대부분 진보성 결여 여부에서 갈린다. 이미 효능이 입증된 두 가지 이상의 유효성분을 섞는 복합제, 기존 약물의 방출 속도를 조절하는 서방형 제제, 항체와 약물을 결합하는 항체약물접합체(ADC)처럼 공지된 복수의 기술 요소를 융합하는 개발 방식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후발 주자인 제네릭이나 바이오시밀러 개발사는 통상 선행 문헌들을 조합해 통상의 기술자라면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었던 단순 결합이라며 무효심판을 청구해 왔다.
특허심판원이 제시한 판단 동향의 핵심은 사후적 고찰의 엄격한 배제다. 발명의 결과물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여러 선행기술을 도식적으로 모아 진보성을 부정하는 기존 접근에 선을 긋고, 주선행기술과 부선행기술을 결합할 합리적 동기나 기술적 암시가 출원 당시 존재했는지를 엄밀히 따지겠다는 취지다.
이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와 제네릭 조기 출시를 노리는 후발 제약사 모두에게 입증 책임의 판도를 바꾸는 계기가 된다. 특허를 방어하는 제약사는 선행기술 문헌에 결합을 가로막는 기술적 장애나 결합 배제 요소가 있었다는 기술적 저해요인을 체계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두 물질이나 제형을 결합했을 때 예측할 수 없었던 상승적 약효나 부작용 감소 효과가 발현됐다는 효과의 현저성을 임상 데이터와 정량적 시험 성적으로 입증하는 역량이 필수 방어 기제가 됐다.
반면 무효화를 노리는 후발 제약사는 단순히 선행 논문을 나열하는 수준을 넘어 출원 당시 업계의 공통된 연구 과제나 통상의 기술자 수준에서 결합을 시도할 만한 유인책이 충분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간담회에서 다뤄진 미국 특허청구범위 해석과 비침해 회피설계 전략도 미국 시장 진출을 가속화하는 국내 바이오시밀러·바이오텍 기업에 직결되는 사안이다. 현지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청구항의 문언적 범위를 어떻게 해석하는지, 물질 구성의 부분 치환이나 투여 용법 변경이 균등론에 저촉되지 않는지를 치밀하게 계산하지 못하면 막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에 직면할 수 있다.
특허심판원이 결합의 용이성에 대한 심결 기준을 정밀화하고 기업과의 소통을 본격화함에 따라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 로드맵도 초기 단계부터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후보물질의 배합비나 제형을 조금 바꾼 뒤 특허를 등록해 독점권을 연장하려던 관행은 특허심판 단계에서 쉽게 무너질 수 있으며, 반대로 정교한 결합 효과를 확보한 혁신형 개량신약은 후발 주자의 무효 청구 속에서도 독점적 권리를 더 단단히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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