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SK바이오팜 뇌전증 신약, 11월 1일부터 건보 적용 약가유연계약제로 글로벌 약가 방어…처방 확대는 과제

국산 41호 신약이 미국에서 블록버스터로 자리 잡은 지 7년 만에 국내 건강보험 급여에 오른다.
보건복지부는 29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SK바이오팜이 개발하고 동아에스티가 생산·판매를 맡은 난치성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 등 희귀·난치질환 치료제 5종에 대해 11월 1일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엑스코프리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고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국내 환자들은 그동안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등을 통해 고가의 자비 부담으로 해외 유통 약제를 들여와야 했다.
이 같은 공백은 기술력 부족이 아니라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높은 약가를 지키기 위해 낮은 국내 약가 책정을 미뤄둔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됐다. 글로벌 신약은 최초 출시국이나 주요 선진국의 표시 약가가 다른 국가의 약가 협상 기준선으로 쓰이는 '참조약가제'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국내 급여 상한액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면 해외 시장 진출이나 현지 보험사와의 약가 협상에서 불리한 선례로 작용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에서 환자 1인당 연간 수천만 원의 약가를 인정받으며 직접 판매망을 구축해 온 SK바이오팜은 국내 시장 규모가 연간 약 1700억원 안팎에 불과해 조기 급여 등재를 서두를 유인이 적었다.
이 꼬인 실타래를 푼 열쇠는 2024년 1월 동아에스티와의 30개국 라이선스 인 계약과 지난 6월 국내에 도입된 약가유연계약제였다. SK바이오팜은 국내 허가와 완제의약품 생산·판매 권리를 동아에스티에 넘겨 미국 직판 사업과 국내 사업의 회계적·전략적 연결고리를 분리했다.
동아에스티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GIFT)로 품목허가 기간을 대폭 단축했다. 또 고시 상한금액과 실제 청구액을 분리해 환급률 등을 비공개로 묶는 약가유연계약제를 적용받아 표시 약가 하락에 따른 글로벌 파장을 최소화했다.
11월 1일부터 적용되는 엑스코프리의 보험 상한금액은 12.5밀리그램(mg) 정당 1648원부터 200mg 1만4000원까지 6개 용량으로 책정됐다. 기존 항뇌전증약으로 조절되지 않던 성인 부분발작 환자에게 새로운 부가요법 선택지가 열렸고, 산정특례 적용 시 환자 부담금은 약가의 10% 수준으로 낮아진다.
다만 급여 등재가 곧바로 가파른 매출 성장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뇌전증 치료제 시장은 질환 특성상 보수적인 처방 행태가 지배하는 대표적인 중추신경계(CNS) 영역이다. 환자들은 기존 약물로 발작이 일정 수준 이상 억제되면 이상반응이나 발작 재발 우려 때문에 약제를 쉽게 바꾸지 않는다.
엑스코프리가 완전발작소실율 등에서 글로벌 임상을 통해 우수한 효능을 입증했음에도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여러 차례 치료에 실패한 다제내성 환자의 마지막 선택지로 우선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처방까지는 상급종합병원 약제위원회(DC) 심의 절차도 넘어야 한다. 뇌전증 중증 환자가 집중된 주요 대학병원 처방 목록에 오르기까지 최소 수개월에서 반년 이상의 행정적 시간이 걸린다. 판권을 쥔 동아에스티가 신경과 전문 영업 조직을 재정비하고 상급종합병원을 중심으로 초기 진입 속도를 얼마나 끌어올리느냐가 상업적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엑스코프리의 7년 만의 국내 급여 출시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이라도 국내 약가 제도와 시장 환경에 맞춰 상업화 경로를 설계해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해외에서 입증된 약효가 보수적인 국내 종합병원 처방 현장의 문턱을 얼마나 빠르게 넘을지, 그리고 약가 방어 전략이 동아에스티의 국내 처방 실적과 안정적인 수익성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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