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비만치료제 처방·이용 경험률 10.3%…청년층 외모 목적 두드러져 정상 체중자 오남용에 부작용·안전관리 사각지대 확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본래의 만성질환 치료 목적을 벗어나 젊은 층의 미용 수단으로 빠르게 소비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25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년 이내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처방받거나 이용한 경험률은 10.3%로 집계됐다. 특히 1995년 이후 출생한 Z세대의 경험률이 16.5%로 가장 높았고 밀레니얼 세대가 14.2%로 뒤를 이었다.
고도비만 유병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중장년층보다 청년층의 이용률이 두드러진 셈이다. 사용 목적에서도 세대 간 차이가 뚜렷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55.3%가 건강 개선을 이유로 꼽은 반면 Z세대는 48.2%가 외모 및 체형 관리를 선택했다.
이 같은 소비 양상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기준과 배치된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비만치료제는 초기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만 환자나 BMI 27 이상이면서 고혈압·당뇨병 등 동반질환이 있는 환자에게만 투약해야 한다.
중추신경계와 소화기계를 조절해 음식물 배출을 늦추고 포만감을 높이는 전문의약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비급여 처방이라는 특성을 타고 정상 체중이나 경미한 과체중 환자에게까지 미용 목적의 처방전이 남발되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일선 의료기관이 실제 BMI를 정밀 검증하지 않아도 처방을 통제하기 어려운 구조다.
미용 목적의 투약에 따른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 임상 현장에서는 정상 체중자가 체중 감량을 위해 GLP-1 제제를 무분별하게 투약하면 오심·구토·설사 등 소화기 이상반응 외에도 심각한 영양 불균형과 근육량 급감, 휴지기 탈모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57.3%가 부작용을 우려한다고 답했지만 이미 약을 써본 응답자의 향후 재이용 의향은 65.5%에 달해 약물 의존 현상도 나타났다.
처방·유통 규모가 팽창하면서 사후 관리 체계의 허점도 드러나고 있다. 10대 청소년 처방이 수천 건에 이르고 10세 미만 아동에 대한 부적절한 처방 사례까지 확인됐다. 보건복지부가 비대면 진료 처방을 금지했음에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환자가 용량을 직접 지정한 뒤 대면 진료를 예약하는 변칙적 '처방 쇼핑' 관행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규제 논의도 진통을 겪고 있다. 식약처는 지난 6월 5일 세마글루티드와 터제파타이드 등 주요 성분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겠다고 행정예고했으나 과도한 규제라는 반론과 실효성 논란 속에 규제심사가 지연되고 있다. 펜터민 등 기존 향정신성 식욕억제제와 병용 처방될 때 이를 사전에 걸러낼 중복 점검 기준이나 투여 기간 제한 장치도 미비한 실정이다.
비만치료제가 만성 대사 질환 신약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으려면 단기 체중 감량제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미약품의 에페글레나타이드 등 국산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이 본격화되는 시점에서 처방 단계의 BMI 확인 의무화와 비급여 처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 안전망 정비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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