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GLP-1 안전사용 안내서 개정…12세 이상 청소년 투약 기준 신설 임신 계획 여성도 투약 중단…중단 후 1~2개월 피임 의무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를 개정해 청소년과 임부 등 고위험군에 대한 처방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1일 청소년과 임부 등에 대한 안전 정보를 보강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를 개정해 전국 지역 의사회와 지역의약품안전센터에 배포했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성인에 치중됐던 투약 기준을 12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으로 공식 확장하고, 임부와 가임기 여성을 위한 투약 중단 및 피임 수칙을 신설한 점이다.
성인 처방 기준은 초기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인 고도비만 환자나, 제2형 당뇨병·고혈압·이상지질혈증·폐쇄성 수면무호흡증·심혈관 질환 등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1개 이상이면서 BMI가 27kg/㎡ 이상 30kg/㎡ 미만인 과체중 환자로 유지된다.
청소년 투약 기준은 더 까다롭다. 12세 이상 18세 미만 청소년은 초기 BMI가 성인의 30kg/㎡ 이상에 상응하고 체중이 60kg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다.
국내에서 청소년 적응증을 허가받은 성분은 노보 노디스크의 세마글루티드(위고비)와 리라글루티드(삭센다)로 한정된다.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 등 다른 성분 제제는 만 18세 이상 성인에게만 허가돼 청소년 처방이 불가능하다.
식약처가 청소년 기준을 구체화한 것은 성장기 인체의 특성 때문이다. GLP-1 계열 약물이 식욕 중추를 억제해 식사량이 급감하면 필수 영양소 결핍으로 성장 저하가 올 수 있다.
또 오심·구토·설사 등 위장관계 이상반응이 체액량이 적은 청소년에게 발생하면 중증 탈수로 이어질 위험이 크고, 급성 췌장염 발생 가능성도 관찰해야 한다. 이에 식약처는 최저 용량부터 신중히 증량하는 '단계적 적정' 원칙을 청소년 치료에서 더 철저히 지킬 것을 주문했다.
가임기 여성과 임부에 대한 지침도 강화됐다. GLP-1 유사체는 태아에 미치는 최기형성이나 발달 독성에 대한 장기 임상 근거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식약처는 임신 중이거나 수유 중인 여성뿐 아니라 임신을 계획 중인 여성도 투약을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투약 중단 후에도 최소 1개월에서 2개월 동안은 피임을 유지해야 한다는 시간표도 제시했다.
기존 당뇨병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가 GLP-1 제제를 병용하면 상가 작용으로 심각한 저혈당 쇼크가 발생할 수 있어 인슐린 분비 촉진제나 인슐린 투여 용량을 사전 조절해야 한다는 지침도 포함됐다.
이번 가이드라인 공표 배경에는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의 처방 쏠림과 무분별한 유행이 있다.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등을 통해 집계된 처방 통계에 따르면 주요 GLP-1 계열 치료제의 국내 처방량은 단기간에 10배 이상 폭증했다.
처방 건수의 절반 이상은 만성질환 위험도가 낮은 2030 젊은 층에 집중됐다. 비만치료제가 중증 대사질환 치료용 전문의약품임에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미용 성형 커뮤니티에서 '살 빼는 주사'로 둔갑해 비급여 미용 목적으로 유통된 탓이다.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한 허위 처방, 정상 체중 이하 소비자의 오남용, 해외 직구를 통한 불법 유통도 리스크로 부상했다. 식약처는 병력 청취와 신체 계측 없이 비대면이나 편법으로 처방하는 행위를 엄단하고 온라인 불법 거래에 대한 기획 합동 점검을 병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번 개정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전략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GLP-1 시장은 노보 노디스크와 일라이 릴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위고비와 삭센다를 보유한 노보 노디스크는 12세 이상 청소년 적응증을 확보했지만, 이번 지침으로 일선 병·의원이 엄격한 BMI·체중 기준과 성장 모니터링 의무를 의식해 청소년 처방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후발 주자인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한미약품은 랩스커버리 기술을 적용한 비만 신약 '에페글레나타이드'의 품목허가 심사를 밟고 있다.
한미약품은 서방형 프로파일로 오심·구토 등 위장관계 부작용을 낮췄다는 점을 내세우고, BMI 30 미만의 1단계 비만 환자와 한국인 맞춤형 임상 데이터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안전성 중심의 가이드라인 기조가 부작용이 적은 후발 국산 신약에 마케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HK이노엔, JW중외제약, 대웅제약, 일동제약, 동아에스티 등도 이번 규제 변화를 주시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임상 3상 단계의 에크노글루타이드로 추격에 나섰고, JW중외제약은 투여 간격을 2주 1회로 늘린 보팡글루타이드를 개발 중이다.
대웅제약은 마이크로니들 패치형 제형을, 일동제약은 경구용 합성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 후발 기업은 내약성과 투약 중단 후 요요현상 억제, 근손실 최소화 등 정밀한 안전성 데이터를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산업적 쟁점은 건강보험 급여화 여부와 처방 관리 체계의 제도화다. 현재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전액 비급여로 유통돼 환자가 매달 수십만 원의 약가를 전액 부담한다.
비급여 특성상 의료기관의 진료비 산정 기준이 제각각이고 건강보험 재정 심사를 거치지 않아 과잉 처방 사후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단순 미용 목적 사용은 차단하되 합병증 위험이 높은 고도비만이나 청소년 소아비만 환자에는 선별적 급여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식약처의 이번 안내서 개정은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이 '다이어트 열풍'을 넘어 질환 중심의 만성질환 전문 치료 영역으로 정착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식약처와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은 향후 지역의약품안전센터를 중심으로 GLP-1 제제의 이상사례 모니터링을 상시화하고, 비급여 유통 추이에 따라 의약품 처방 서비스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등 사후 관리 방안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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