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유암코·태광산업 컨소시엄의 강제인가 회생계획, 서울고법서 정당성 재확인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마쳤지만, 수익성 회복과 사업 재편은 아직 과제

서울고등법원이 9월 30일 동성제약의 회생계획 인가결정에 대한 즉시항고를 기각했다. 동성제약이 같은 날 전자공시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서울고법은 "제1심 결정이 정당하므로 이 사건 항고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결정했다. 항고비용은 항고인이 부담한다.
이번 결정으로 올해 3월 서울회생법원이 강제인가한 회생계획안의 법적 효력이 최종 확인됐다. 유암코(연합자산관리)와 태광산업 컨소시엄이 총 1,600억 원을 투입해 동성제약을 인수하는 계획이 더 이상 사법적 도전을 받지 않게 된 것이다. 2025년 5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지 약 1년 5개월 만이다.
강제인가에서 항고 기각까지 — 법원은 왜 일관된 판단을 내렸나
동성제약은 염모제와 뷰티 제품으로 알려진 장수 제약사다. 그러나 전 경영진 간 경영권 갈등과 유동성 위기가 겹치면서 2025년 5월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갔다. 이후 유암코·태광산업 컨소시엄이 인수 후보로 나서 유상증자 700억 원, 전환사채 500억 원, 회사채 400억 원 등 총 1,600억 원 규모의 자금 투입을 골자로 한 회생계획안을 제출했다.
서울회생법원은 올해 3월 이 계획안을 강제인가했다. 강제인가란 일부 이해관계인 집단이 회생계획안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법원이 직권으로 권리보호조항을 설정해 계획을 인가하는 절차다. 파산으로 갈 경우보다 회생을 통해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이 더 크다는 판단이 전제돼야 한다.
이에 반발한 이해관계인 이모 씨가 즉시항고를 제기했으나, 서울고법은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법원이 1심과 항고심 모두에서 같은 결론을 유지한 것은, 회생을 통한 기업 존속이 청산보다 채권자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흔들리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1,600억 원 투입의 구조 — 자본 수혈은 어떻게 설계됐나
인수 자금 1,600억 원의 구성을 살펴보면, 유상증자(700억 원)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는 기존 자본 구조를 재편하면서 신규 대주주의 지배력을 확보하는 핵심 수단이다. 전환사채 500억 원은 향후 주식 전환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초기 부채 부담을 분산하는 역할을 한다. 회사채 400억 원은 운영 자금과 사업 재편 비용에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태광산업은 석유화학·섬유 사업을 기반으로 한 중견 대기업이다. 제약·뷰티 분야에 직접 진출한 전력이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자본력을 바탕으로 동성제약의 브랜드와 유통망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유암코는 부실채권 정리와 기업 구조조정을 전문으로 하는 연합자산관리 자회사로, 회생기업 인수 후 정상화를 거쳐 매각하는 전략을 주로 구사한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 — 최용석 대표의 과제
회생계획 인가와 함께 동성제약은 경영진도 교체했다. 다국적 제약사 근무 경력이 있는 최용석 씨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오너 경영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 경영권 분쟁이 회생의 직접적 원인 중 하나였던 만큼, 외부 전문가 영입은 과거와의 단절을 상징하는 인사로 읽힌다.
다만 대표 교체 자체가 실적 개선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동성제약이 회생절차에 들어간 근본 원인은 경영 갈등뿐 아니라 유동성 위기, 즉 수익 구조의 취약성이었다. 기존 주력 제품인 염모제와 일반의약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K-뷰티·헬스케어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매출 기반을 넓히는 것이 최 대표에게 주어진 핵심 과제다.
법적 불확실성은 해소됐지만, 경영 정상화는 시작 단계
항고 기각으로 회생계획의 법적 안정성은 확보됐다. 그러나 이는 정상화의 전제 조건이 충족된 것이지, 정상화 자체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
향후 주목해야 할 변수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1,600억 원 규모의 자금 투입이 실제로 예정대로 집행되는지 여부다. 회생계획이 인가됐더라도 자금 조달 일정과 조건의 이행은 별개의 문제다. 둘째, 전환사채 500억 원의 주식 전환 시점과 조건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 셋째, 동성제약이 회생절차 종결 요건을 충족해 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받기까지는 추가 시간이 필요하다.
동성제약 사례는 경영권 분쟁으로 위기에 몰린 전통 기업이 법원의 회생절차와 외부 자본 수혈을 통해 재편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법적 장벽은 걷혔지만, 1,600억 원의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돌아오는지는 앞으로의 경영 성과가 증명해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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