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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분리한 아이디언스 FI 지분 전량 현금 인수, 유노비아 합병 이어 R&D 내재화 완성 수순 중복상장 제한·혁신형 제약 인증 등 규제 환경 변화가 지배구조 재편 촉발

일동제약이 계열사 아이디언스의 외부 재무적 투자자(FI) 지분을 367억5500만원에 전량 사들인다. 신약 파이프라인을 별도 법인에 맡기고 외부 투자를 유치하던 기존 전략을 접고, 핵심 항암 자산을 본사 중심으로 다시 끌어모으는 결정이다. 올해 6월 신약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한 데 이은 후속 조치로, 일동제약의 'R&D 리스트럭처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동제약은 9월 30일 이사회를 열고 아이디언스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709만7016주를 현금 취득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시리즈A(317억5000만원)와 시리즈B(50억원) 물량을 합친 것으로, 취득 후 지분율은 13.95%다. 취득 금액은 일동제약 자기자본(2395억원)의 15.35%에 해당한다.
왜 지금, FI 지분을 통째로 가져오나
이번 인수의 배경에는 올해부터 시행된 모자회사 중복상장 원칙적 제한 조치가 있다. 한국 금융당국이 모회사와 자회사의 동시 상장을 사실상 막으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을 별도 법인에 담아 기업공개(IPO)로 자금을 조달하던 국내 제약사들의 전통적 모델이 한계에 부딪혔다. 아이디언스 역시 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를 전제로 FI를 유치했으나, 규제 변화로 그 경로가 막히면서 외부 투자자들의 엑시트(exit) 압력이 커진 것으로 해석된다.
일동제약이 이번에 확보하는 RCPS에는 최대주주인 일동홀딩스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권(풋옵션)이 부여돼 있다. 시리즈A 투자원금의 50%에 해당하는 IPO 의무 관련 청구권은 발생일로부터 4년 이내 행사할 수 있다. FI가 보유하던 이 풋옵션이 외부에 남아 있었다면, IPO가 지연될수록 일동홀딩스가 수백억원 규모의 매수 의무를 떠안을 위험이 있었다. 일동제약이 해당 지분을 직접 인수함으로써 이 재무적 리스크를 그룹 내부에서 통제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유노비아 합병에 이은 R&D 통합 2단계
일동제약은 올해 6월 신약개발 자회사 유노비아를 흡수합병한 바 있다. 유노비아 합병이 임상 초기 단계 파이프라인의 내재화였다면, 이번 아이디언스 FI 지분 인수는 이미 임상 데이터가 축적된 항암 파이프라인의 전략적 통제권을 강화하는 조치다. 두 건을 합치면 일동제약은 수개월 사이에 산재해 있던 R&D 자산과 비용을 본사로 급속히 집중시키고 있다.
이 같은 구조 재편은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유지와도 맞물린다. 한국 정부는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신약 약가 우대와 신속 심사 혜택을 부여한다. 자회사에 흩어져 있던 R&D 비용이 본사 재무제표에 반영되면, 혁신형 인증 기준 충족에 유리해지는 구조다.
아이디언스의 핵심 자산, 베나다파립은 어디까지 왔나
아이디언스가 보유한 가장 주목받는 파이프라인은 PARP1 저해제 '베나다파립(Venadaparib)'이다. 이리노테칸 병용 임상 1b/2a상에서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 4.2개월, 전체생존기간 중앙값(OS) 8.0개월을 기록했다. 특히 HRD(상동재조합결핍) 양성 환자군에서는 mPFS 8.3개월, OS 9.9개월로 효능이 한층 두드러졌다. 미국과 한국에서 글로벌 임상이 진행 중이다.
다만 아이디언스의 재무 상태는 전형적인 임상 단계 바이오텍의 모습이다. 2025년 매출액은 1억4407만원에 그쳤고, 당기순손실은 127억9200만원이었다. 의약품 임상과 지적재산권 관리·라이선스 사업을 영위하지만, 상업화 매출이 사실상 없는 상태에서 연간 100억원 이상의 현금이 소진되고 있다는 뜻이다. 일동제약이 이 비용을 본사 차원에서 감당할 수 있는지가 향후 관건이 된다.
동아에스티의 250억 투자, 공동개발 구도는 유지되나
아이디언스에는 일동제약 외에도 동아에스티가 2024년 25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합류한 바 있다. 동아에스티는 베나다파립 병용요법 공동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에 일동제약이 FI 지분을 인수하면서 아이디언스의 주주 구성이 사실상 일동그룹과 동아에스티 중심으로 재편됐다. 외부 FI의 엑시트 압력이 사라진 만큼 임상 일정에 대한 단기적 부담은 줄었지만, 동아에스티와의 공동개발 조건이나 향후 기술수출(License-out) 시 수익 배분 구조가 어떻게 조정될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368억원의 무게, 그리고 남은 변수
취득은 두 차례로 나뉜다. 10월 7일 40만주(20억원)를 먼저 사들이고, 10월 15일 669만7016주(347억5500만원)를 추가 취득한다. 자기자본의 15%가 넘는 금액을 단기간에 현금으로 집행하는 만큼, 일동제약의 재무 여력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일동제약 입장에서 이번 인수는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니라 R&D 전략의 구조적 전환점이다. 당뇨·위장약 중심의 기존 매출 포트폴리오에 항암 신약이라는 새로운 성장축을 얹으려는 시도다. 베나다파립 외에도 pan-KRAS 저해제(ID12241), 항체약물접합체(ADC, ID12401) 등 후속 글로벌 항암 파이프라인이 대기하고 있다.
그러나 핵심 변수는 여전히 남아 있다. 베나다파립의 글로벌 임상이 후기 단계로 진입해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을지, 연간 100억원 이상 소진되는 R&D 비용을 본사 실적이 뒷받침할 수 있을지, 그리고 중복상장이 막힌 상황에서 대규모 임상 비용을 조달할 대안적 경로를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이 전략의 성패를 가를 핵심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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