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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주주 루하갈락티코스, 보유 지분 전량 스틱리트머스에 근질권 설정…담보유지비율 117.65% 코로나 특수 사라진 분자진단 기업, 미국 CLIA 랩 통합·고마진 검사 확대로 흑자 전환 승부

사모펀드(PE)가 최대주주로 있는 코스닥 상장 분자진단 기업 랩지노믹스의 지배구조와 재무 전략이 동시에 윤곽을 드러냈다. 루하프라이빗에쿼티(루하PE)는 9월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한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서 랩지노믹스 지분 27.96%(456만5485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직전 보고(7월 13일) 당시 2288만4381주(28.06%)였던 보유 주식 수가 5분의 1로 줄었지만, 지분율은 0.10%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9월 2일 단행된 5대 1 액면병합으로 발행주식총수 자체가 7423만9990주에서 1484만7998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대목은 단순한 지분 변동이 아니다. 루하PE의 핵심 특별관계자인 루하갈락티코스 유한회사가 보유 지분 거의 전량을 담보로 잡히고 330억원을 조달한 사실, 그리고 랩지노믹스가 같은 시기에 '수익성 중심' 사업 재편을 선언한 사실이 맞물려 있다. PE 주도의 경영 개입이 본격화하는 국면이다.
보유 지분 전량이 담보로 묶였다
루하PE 측 지분의 실질적 소유 구조를 들여다보면, 루하갈락티코스가 의결권 있는 주식 302만6705주와 전환사채권 146만5738주를 합쳐 449만2443주(27.54%)를 보유하고 있다. 루하PE 전체 보유분(27.96%)의 대부분이다.
문제는 이 지분이 이미 담보로 잡혀 있다는 점이다. 루하갈락티코스는 지난 5월 20일 스틱리트머스(유)와 근질권설정 계약을 체결하고, 의결권 주식과 전환사채권을 포함한 총 603만1223주(액면병합 전 기준, 27.91%)를 담보로 제공했다. 대출 규모는 330억원이며, 만기보장수익률(YTM)은 연 9.0%, 표면금리는 연 1.0% 고정금리다. 담보유지비율은 117.65%로 설정됐다.
표면금리 1.0%에 만기보장수익률 9.0%라는 구조는 이자를 거의 내지 않는 대신 만기 시 원리금 합산 수익률을 높게 보장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PE가 투자 기간 동안 현금 유출을 최소화하면서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다만 담보유지비율 117.65%는 주가가 현재 수준에서 약 15% 이상 하락하면 추가 담보 제공이나 반대매매 압력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주가 방어가 경영진에게도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된다.
액면병합, 왜 지금이었나
랩지노믹스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PCR 검사 특수로 급성장했으나, 엔데믹 전환 이후 매출이 급감하며 주가가 장기 하락했다. 액면가 500원 기준으로 주가가 수백 원대까지 밀리면서 '동전주' 우려가 제기됐고, 투자 심리와 유동성 모두 악화됐다.
5대 1 액면병합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발행주식총수가 5분의 1로 줄면서 주당 가격이 기계적으로 5배 상승해 거래 정상화를 도모한 것이다. 9월 2일 병합이 이뤄진 뒤 9월 23일 거래가 재개됐다. 액면병합 자체가 기업 가치를 바꾸지는 않지만, 거래 재개와 동시에 사업 구조 재편을 발표한 것은 시장에 '리셋' 신호를 보내려는 의도로 읽힌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흑자 전환은 아직
재무 실적을 보면 방향은 개선 쪽이나 속도는 더뎌 보인다. 2026년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은 약 1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가량 축소됐다. 미국 CLIA(임상검사실개선법) 인증 랩 부문은 2분기 매출 132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11% 증가했고, 영업손실도 27% 줄었다.
랩지노믹스는 미국에서 인수한 QDx와 IMD 두 개의 CLIA 랩을 'LabGenomics'라는 단일 브랜드로 통합했다. 사측은 "국내외 사업구조 개편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며 "하반기에는 미국 내 영업조직 확대와 고부가가치 검사인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LDT(실험실개발검사) 확대를 통해 매출 성장과 수익성 개선의 구체적 성과를 내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저수익 위수탁 검사 구조를 줄이고 현금 창출력이 높은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코로나 특수에 의존하던 매출 구조에서 탈피해 진단 검사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PE의 경영 개입 선언, 실질적 의미는
루하PE는 이번 보고서에서 보유 목적을 "의결권 행사를 통해 경영에 직·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발행회사의 경영목적에 부합하도록 적법한 절차에 따라 주주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PE가 최대주주로서 경영 참여를 공식화한 것은, 단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사업 방향과 비용 구조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선언이다. 실제로 액면병합, 미국 랩 통합, 국내 사업 구조조정 등 최근 일련의 조치들은 PE 주도의 체질 개선 시나리오와 일관된 흐름을 보인다. 특별관계자가 12명에서 11명으로 1명 줄어든 것도 지배구조 정비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담보 리스크와 흑자 전환 시점이 갈림길
향후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 330억원 담보대출의 안정성이다. 담보유지비율 117.65%는 여유가 크지 않다. 주가가 추가 하락하면 루하갈락티코스는 추가 담보를 제공하거나 일부 지분이 처분될 수 있고, 이는 최대주주 변경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대출 만기와 상환 조건은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둘째, 미국 CLIA 랩의 분기 흑자 전환 여부다. 적자 폭이 줄고 있지만, 아직 흑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고마진 LDT·NGS 검사 건수가 미국 현지에서 얼마나 빠르게 늘어나느냐가 2026년 하반기와 2027년 실적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다.
코로나 이후 생존 기로에 선 국내 분자진단 기업 가운데 PE 자본을 등에 업고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선 사례로서, 랩지노믹스의 실험은 K-바이오 업계의 구조 전환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수 있다. 다만 그 성패는 발표와 계획이 아니라 분기 실적 숫자로 증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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