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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명 대상 한·미 다기관 임상서 EASI 개선율 통계적 유의성 확보 실패 가려움증 완화 등 2차 지표 일부 긍정 신호…기술이전 파트너 확보가 분수령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 샤페론이 약 3년간 추진해 온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HY209겔(제품명 누겔)'의 글로벌 임상 2상이 1차 유효성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한 채 마무리됐다. 비스테로이드성 국소 치료제라는 차별화된 기전으로 주목받았으나, 핵심 지표에서 위약 대비 유의미한 차이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후속 임상 설계와 글로벌 사업화 전략 전반의 재조정이 불가피해졌다.
샤페론은 9월 30일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를 통해 임상시험수탁기관(CRO)으로부터 최종 임상시험결과보고서(CSR)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MFDS) 승인 아래 양국에서 다기관으로 진행된 이 시험은 2023년 9월 시작돼 올해 4월 종료됐으며, 총 208명의 경증·중등증 아토피 피부염 환자가 참여했다.
1차 지표 '전 용량군' 미달, 통계적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임상의 1차 평가지표는 투약 8주차 습진중증도평가지수(EASI) 점수의 기저시점 대비 백분율 변화였다. 결과는 명확했다. 175명이 참여한 핵심 파트(Part 2)에서 고용량군과 저용량군 모두 위약군 대비 사전 정의된 통계적 유의수준(양측 p<0.025)을 확보하지 못했다.
33명 규모의 탐색적 파트(Part 1)에서도 HY209겔 0.5%·1%·2% 투여군이 위약군보다 EASI 점수 감소 폭이 컸으나, 역시 통계적 유의성에는 이르지 못했다. 수치상 개선 경향이 관찰됐음에도 모든 용량에서 유의성을 놓쳤다는 점은, 단순히 용량 조정만으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려움증 완화에서 포착된 신호, 후속 임상의 근거가 될 수 있나
1차 지표는 실패했지만, 일부 2차 지표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결과가 나왔다. Part 2의 2% 고용량군에서 4주차 '최악 가려움증 수치평가척도(NRS) 3점 이상 개선 비율'이 39.22%로, 위약군(20.75%) 대비 18.46%포인트 높았다(p=0.040). 가려움증은 아토피 환자의 삶의 질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증상이라는 점에서 임상적 의미가 없지는 않다.
Part 1에서도 1% 투여군의 8주차 EASI-50 달성률이 위약군 대비 55.56%포인트 높게 나타났고(p=0.044), 2% 투여군의 4주차 vIGA 치료 성공률은 50.00%포인트 차이를 보였다(p=0.044). 다만 Part 1의 표본 크기가 33명에 불과하다는 점은 이 결과의 해석에 신중함을 요구한다. 소규모 탐색적 시험에서의 유의한 결과가 대규모 시험에서 재현되지 않는 사례는 신약 개발에서 드물지 않다.
안전성은 확인됐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비교적 양호한 결과가 나왔다. Part 2의 이상사례 발생률은 고용량군 27.12%, 저용량군 24.14%, 위약군 22.41%로 투여군과 위약군 간 큰 차이가 없었다. 보고된 이상사례는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증이었다. 중대한 이상사례로는 고용량군에서 알코올성 췌장염 1건이 보고됐으나, 시험약과 무관한 것으로 평가됐다. 사망 사례는 없었다.
안전성이 확인된 것은 후속 임상 추진의 기본 전제가 되지만, 유효성을 대체할 수는 없다. 스테로이드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비스테로이드 국소 치료제로 시장에 진입하려면 결국 효능에서의 통계적 입증이 필수적이다.
191억 달러 시장, 진입 장벽은 더 높아졌다
전 세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시장은 2030년 191억 달러 규모로 성장이 전망된다. 기존 스테로이드 제제의 장기 사용에 따른 피부 위축, 면역 억제 등 부작용을 극복할 안전한 치료제에 대한 미충족 수요가 크다. 누겔은 염증복합체(인플라마좀)를 억제하는 새로운 기전의 비스테로이드 국소 치료제로, 이 시장의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1차 지표 실패는 이 전략의 실현 가능성에 의문부호를 달았다. 이미 화이자의 JAK 억제제 '시벤코(아브로시티닙)', 사노피·리제네론의 생물학적 제제 '듀피젠트(두필루맙)' 등 경쟁 제품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상 실패 이력을 안고 글로벌 기술이전(License-Out) 파트너를 확보하는 일은 한층 어려워졌다.
샤페론의 다음 수, 병용 요법과 파트너 탐색
샤페론은 공시에서 "임상시험결과보고서 및 원자료 분석 결과를 토대로 평가지표, 용량, 대상 환자군 및 시험기관 관리 방안을 보완해 후속 임상시험을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스테로이드제와의 병용 투여를 통한 초기 치료 및 유지기 치료 요법으로 차별화된 시장 진입을 모색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방향 전환은 단독 요법으로 위약 대비 우위를 입증하지 못한 현실을 반영한다. 병용 요법은 임상 설계의 복잡성을 높이고, 스테로이드 효과와 누겔 고유의 기여분을 분리해 입증해야 하는 추가적인 과제를 안게 된다.
남은 변수: 자금·파트너·임상 재설계
이번 결과가 코스닥 상장사인 샤페론의 주가와 자금 조달 여건에 미칠 영향도 주시해야 할 부분이다. 바이오 기업에 임상 2상 실패는 기업 가치 재평가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다.
샤페론은 누겔 관련 에버그린 특허를 기반으로 글로벌 기술이전 파트너를 적극 탐색 중이라고 밝혔으나, 최종적인 후속 임상 설계는 파트너사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결국 후속 임상의 규모·설계·시기는 파트너 확보 여부에 달려 있으며, 파트너 확보 자체가 이번 1차 지표 실패로 난도가 높아진 상태다.
2차 지표에서 포착된 가려움증 완화 신호가 후속 임상의 방향을 재설정할 근거가 될 수 있을지, 아니면 1차 지표 실패라는 무게를 넘기에는 역부족일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확실한 것은 누겔의 신약 개발 여정이 당초 계획보다 길어졌고, 그만큼 더 많은 자원과 설득력 있는 데이터가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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