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한국 IBS 연구팀, 쥐 뇌 전사체 1000여개 분석 성별·발달 단계 따라 분자 패턴 달라져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연관된 1200여개 위험 유전자가 서로 다른 방식이 아닌, 두 가지 반대되는 뇌 분자 패턴으로 수렴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바이오온(BioOn)에 따르면 한국 기초과학연구원(IBS) 시냅스 뇌기능장애 연구단의 김은준 교수 연구팀은 서로 다른 자폐 위험 돌연변이를 지닌 쥐에서 두 가지 상반된 뇌 유전자 활동 패턴을 발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17개 유전자 조작 쥐 계통의 전전두피질에서 얻은 RNA 염기서열 분석 데이터를 살폈다. 이들 돌연변이는 시냅스 신호 전달과 유전자 발현 조절, 세포 신호 전달에 관여하는 유전자에 영향을 미쳤다.
분석 결과 두 개의 광범위한 분자 그룹이 확인됐다. 1그룹에서는 시냅스 신호 전달 관련 유전자 발현이 전반적으로 줄고 염색질 조절·RNA 가공 관련 유전자 발현은 늘었다. 2그룹은 이와 반대 패턴을 보였다.
이 같은 구분은 유전자 발현과 RNA 스플라이싱, 유전자 네트워크 분석 등 여러 보완적 방법에서 일관되게 나타났다. 공동 교신저자인 배미현 박사는 "많은 유전적 돌연변이가 제한된 수의 분자적 뇌 상태로 수렴한다"며 "개별 유전자가 아닌 공유된 생물학 관점에서 자폐를 이해할 틀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분자 패턴은 유전적 돌연변이만으로 결정되지 않았다. 17개 쥐 계통 중 7개에서는 같은 돌연변이를 지닌 수컷과 암컷이 서로 다른 분자 그룹에 속했다. 발달 단계에 따라 그룹이 바뀌는 경우도 있었고, 해마에서는 전전두피질만큼 뚜렷한 구분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팀은 약 205마리 쥐에서 약 100만개 단일세포핵의 유전자 발현도 분석했다. 두 그룹은 여러 뇌세포 집단에서 차이를 보였으며, 이는 반대되는 분자 패턴이 단일 신경세포 집단이 아닌 여러 유형의 뇌세포에서 조율된 변화에서 비롯됐음을 시사한다.
두 분자 그룹은 실험 약물에 대한 반응도 달랐다. 1그룹에서는 플루옥세틴(상품명 프로작)과 리튬이 특정 유전자 집합을 대조군 쥐의 발현 패턴 쪽으로 더 일관되게 이동시켰다. 2그룹은 반응이 더 다양했다. 다만 유전자 발현 변화가 행동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두 약물의 임상적 유효성도 입증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패턴이 인간에게도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폐인 40명과 신경전형 대조군 17명의 전전두피질 전사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인간 데이터에서도 반대되는 시냅스 유전자 활동 패턴을 보이는 두 하위 그룹이 확인됐으나, 쥐에서 발견된 패턴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았다.
김은준 교수는 "어떤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는지 묻는 대신, 서로 다른 돌연변이가 뇌에서 공통 분자 패턴을 만드는지 물었다"며 "이 관점은 유전적으로 다른 자폐 형태 사이의 놀라운 수렴 정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예비적이며 자폐의 두 가지 임상 유형을 확립하거나 개인의 증상·약물 반응을 예측하는 방법을 제공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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