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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새 15만원대→4만원대 추락, 자사주 매각 통한 500억 R&D 재원 확보 전략에도 차질 사우디 독점공급 계약 2027년 만료 앞두고 누적 이행률 1.2%…siRNA 전환 성패가 분수령

케어젠 최대주주인 정용지 대표이사가 장내 매수로 지분을 소폭 확대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정용지 대표는 지난 23일과 28일 두 차례에 걸쳐 케어젠 주식 5580주를 총 2억2536만원에 사들였다. 특별관계자 포함 지분율은 64.48%에서 64.49%로 0.01%포인트 올랐다.
금액만 보면 소규모 거래지만, 이번 매수가 주목받는 이유는 케어젠의 주가가 최근 6개월 사이 15만원대에서 4만원대로 약 70% 급락한 상황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대표이사가 직접 자기자금을 동원해 장내 매수에 나선 것은 시장에 '주가 방어 의지'를 보여주려는 시그널로 읽힌다. 그러나 2억원대 매수 규모 자체가 주가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수준은 아니어서, 실질적 반등 동력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 급락의 핵심 배경: 사우디 2400억 계약의 실체
케어젠 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은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업체 'RONESCA'와 체결한 2억1500만 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독점 공급 계약이다. 내년인 2027년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2026년 상반기 말 기준 누적 이행률은 약 1.2%(약 29억원)에 그치고 있다.
계약 규모 대비 실제 매출 전환율이 극히 낮다는 점은 시장의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 대규모 해외 공급 계약이 공시될 당시 주가 상승의 동력이 됐던 만큼, 이행 부진이 확인되면서 그 반작용도 컸다. 계약이 만료되는 2027년까지 남은 시간이 1년 남짓인 상황에서, 잔여 계약 금액 대부분이 실현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사주 활용 R&D 전략도 좌초 위기
주가 급락은 케어젠의 연구개발(R&D) 자금 조달 전략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케어젠은 당초 보유 자사주 매각을 통해 약 500억원의 R&D 재원을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주가가 고점 대비 70% 가까이 빠지면서 같은 물량을 매각해도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 대폭 줄어든 상태다.
정용지 대표 본인의 보유 주식은 3402만4329주(지분율 63.34%)로, 특별관계자 5명(김은미 연구소장, 김중현 기타비상무이사 겸 감사위원, 이영승 독립이사 겸 감사위원, 친인척 정연우·정민우 씨)을 합치면 3464만2606주다. 64%를 넘는 높은 지분율은 경영권 안정성 측면에서는 강점이지만, 유통 주식 비율이 낮아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적 요인이기도 하다.
실적은 견조하지만, 성장 모멘텀은 약화
주가와 별개로 케어젠의 실적 자체는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2026년 상반기 기준 누적 매출 415억원, 영업이익 154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매출(수출)은 407억원으로 전년 동기(382억원) 대비 6.4% 증가하며 전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 세계 130여 개국에 펩타이드 기반 화장품 원료와 바이오 제품을 수출하는 구조는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6%대 수출 성장률은 과거 케어젠이 보여줬던 고성장 궤적에 비하면 둔화된 수치다. 기존 펩타이드 제품군의 성숙기 진입과 함께, 새로운 성장 엔진 확보가 시급하다는 점이 시장의 핵심 우려다.
펩타이드에서 siRNA로: 케어젠의 기술 전환 승부수
케어젠이 돌파구로 내세우는 것은 차세대 기술인 siRNA(짧은 간섭 RNA)다.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아 개최한 '글로벌 파트너스 미팅 2026'과 지난 9월 8~10일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두바이 더마(Dubai Derma) 2026'에서 탈모 관련 3중 타깃 siRNA 연구 성과와 펩타이드 기반 전달 기술 'Luxidase™'를 글로벌 시장에 공개했다.
siRNA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기술로, 기존 펩타이드가 단백질 수준에서 작용하는 것과 달리 유전자 수준에서 질환의 원인을 차단할 수 있다. 케어젠은 탈모뿐 아니라 안과 질환, 당뇨, 비만 등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글로벌 특허 분석 기관 GreyB는 9월 22일 보고서에서 케어젠을 "펩타이드 기반 모낭 자극 분야에서 67개의 혁신 특허를 보유한 선도 기업"으로 평가하면서, 글로벌 두피 케어 시장이 "케어젠이 주도하는 표적 생물학적 개입(Targeted biological interventions)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siRNA 기술의 상용화까지는 상당한 시간과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 연구 성과 발표와 실제 제품 출시·매출 기여 사이에는 임상 검증, 규제 승인, 양산 체계 구축 등 여러 단계가 남아 있다. R&D 자금 조달 전략이 주가 하락으로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도 풀어야 할 과제다.
2억원 매수로 풀리지 않는 질문들
정용지 대표의 이번 장내 매수는 '책임 경영'이라는 상징적 메시지를 담고 있지만, 케어젠이 직면한 구조적 과제를 해소하기에는 규모가 미미하다. 23일 매수 단가(평균 3만9500원)와 28일 매수 단가(평균 4만491원)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 대표이사 스스로도 현 주가 수준을 단기 저점으로 판단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으나, 이는 추정의 영역이다.
시장이 주시하는 핵심 변수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2027년 만료를 앞둔 사우디 RONESCA 계약의 처리 방향이다. 계약 연장, 재협상, 또는 사실상 종료 중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케어젠의 중동 매출 전망이 크게 달라진다. 둘째, siRNA 기술의 상용화 일정과 이를 뒷받침할 자금 조달 방안이다. 셋째, 기존 펩타이드 사업의 성장 둔화를 상쇄할 신규 시장(건강기능식품, 아시아 시장 등)에서의 매출 반등 여부다.
64%가 넘는 지분을 쥔 창업자 대표가 자기 회사 주식을 사는 행위 자체는 긍정적 신호일 수 있다. 그러나 0.01%포인트의 지분 변동이 투자 판단의 근거가 되기는 어렵다. 결국 케어젠의 주가 방향은 공시 한 줄이 아니라, 위에 열거한 사업상의 실질적 진전 여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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