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식약처, 자가치료용 반입 10개 품목 긴급도입 전환 2030년까지 41개 품목 공적 공급 목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14일 국내 미허가 해외 의약품 14개 품목을 긴급도입 대상으로 지정하고 공적 공급체계에 편입시켰다. 그간 환자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직접 해외에서 구매·반입해야 했던 10개 품목과 민간 제약사의 공급 중단으로 현장에서 구하기 어려워진 4개 품목이 대상이다. 결핵·시스틴뇨증·낭포성 섬유증 등 생명과 직결된 질환 치료제가 포함돼 있어 그동안 환자들이 감내해야 했던 치료 공백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이번 조치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전환'이라는 표현이다. 기존에도 이들 의약품은 희귀·필수센터를 통해 공급되고 있었지만 환자 본인이 자가치료용으로 직접 구매·반입하는 구조였다. 해외 의약품 확보부터 통관·운송까지 환자 개인이 떠안아야 했던 셈이다. 정부가 직접 수입해 의료기관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바뀌면서 환자의 행정적·경제적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자가치료용에서 긴급도입으로 전환된 약은 무엇인가
전환 대상 10개 품목에는 결핵 치료용 리팜피신 주사제, 시스틴뇨증 환자의 결석 예방에 쓰이는 티오프로닌 정제, 시안화물 중독 치료제 히드록소코발라민 주사제가 포함됐다. 점액수종 혼수 치료용 레보티록신 주사제와 낭포성 섬유증 치료용 토브라마이신 흡입제도 목록에 올랐다.
민간 공급이 끊긴 4개 품목도 추가됐다. 전신마취 시 골격근 이완에 쓰는 시스아트라쿠륨 주사제, 만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치료제 악사틸리맙 주사제,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에포프로스테놀 주사제, 부신피질 기능부전 급성상태 치료에 쓰는 히드로코르티손 주사제다. 이들은 제약사의 품목 취하나 공급 중단으로 현장에서 확보가 어려워진 약들로 의료·약업계와 전문학회의 요청을 반영한 결과다.
14개 품목이면 충분한가
정부는 2030년까지 현재 자가치료용 반입 의약품의 약 50%인 41개 품목 이상을 정부 직접 공급 체계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매년 10개 품목 이상을 긴급도입 대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번에 14개 품목을 한꺼번에 지정한 것은 그 첫 단추에 해당한다.
다만 뒤집어 보면 아직 수십 개 품목이 환자 개인의 자비 부담과 행정 절차에 묶여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수익성이 낮아 민간 제약사가 생산·수입을 기피하는 희귀·필수의약품 영역에서 시장 실패는 이미 오래전부터 반복돼 왔다. 현재 대한의사협회·대한약사회 등 8개 보건의료 전문단체가 참여하는 '현장의약품 수급모니터링 네트워크'가 가동 중이지만 실시간 대응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월 약사법 개정이 분수령
올해 11월 개정 약사법이 시행되면 공급 불안정 의약품의 긴급도입과 주문 제조에 대한 법적 근거가 본격적으로 마련된다. 국가필수의약품을 '정부 필수 품목'과 '의료현장 필수 품목'으로 세분화해 법적으로 관리하는 체계가 갖춰지는 것이다. 민간 제약사가 생산을 기피하는 약물에 대해 정부가 위탁 생산을 지원하거나 강제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된다.
보건의료 업계에서는 법제화 이후 긴급도입 의약품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적용 범위 확대가 뒤따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환자들은 해외 약값을 전액 자비로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 장벽이 치료 접근성을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모델 자체가 글로벌 공급망 위기 속에서 국가가 자국민 건강 안보를 제도적으로 방어하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고 평가한다. 다만 법적 근거 마련이 곧 현장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예산 확보와 실행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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