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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CTLA-4 억제제로 '차가운 종양' 공략 CEO 전 회사는 임상 3상 실패로 직원 90% 해고

미국 보스턴 소재 바이오텍 솔스티스 온콜로지가 9일(현지시간) 2억 2,500만 달러(약 3,015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며 스텔스 모드를 벗어났다. 핵심 파이프라인은 중국 하버바이오메드에서 도입한 차세대 CTLA-4 억제제 '포루스토바트'로, 기존 면역항암제가 무력했던 미세부수체 안정형(MSS) 대장암을 정조준한다. RA캐피털매니지먼트가 라운드를 주도하고 가나안파트너스·포비온 등이 참여했다.
포루스토바트가 주목받는 이유는 숫자에 있다. 캐럴라인 로에 최고경영자(CEO)는 "항PD-L1 단독 요법은 MSS 대장암에서 반응률이 0%이고, 1세대 CTLA-4를 더해도 최대 5%에 그친다"고 밝혔다. 반면 하버바이오메드의 임상 1b/2상에서 포루스토바트 병용요법은 후기 MSS 전이성 대장암 환자 23명 중 7명에서 반응을 이끌어내 객관적 반응률 30%를 기록했고, 평균 관해 유지 기간은 8.4개월이었다.
반감기 설계가 바꾸는 독성 프로파일
기존 1세대 CTLA-4 항체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의 여보이는 반감기가 15~21일에 달해 면역 관련 독성이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해왔다. 포루스토바트는 반감기를 4~5일로 줄여 투여 일정을 유연하게 조절하고, 이상반응의 빈도와 지속 기간을 낮추도록 설계됐다. 독성 문제로 치료 범위가 좁았던 CTLA-4 억제제의 근본적 한계를 약물 설계 단계에서 해결하겠다는 접근이다.
수술 전 '선행보조요법'에 거는 승부수
솔스티스는 말기 환자가 아닌 2·3기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수술 전 단계에서 포루스토바트와 머크의 키트루다를 병용하는 임상 2상을 이미 개시했다. 로에 CEO는 "수술 전에는 면역체계가 온전하고 내성도 없으며 종양이 면역체계에 노출돼 있다"며 "미세전이 질환을 제거하면 완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등록은 올해 시작해 2027년 하반기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이 전략은 기존 면역항암제 개발사들이 주로 후기 전이성 환자에 집중해온 것과 대비된다. 전체 대장암의 약 85%를 차지하는 MSS 대장암에서 수술 전 면역 치료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구상이다.
CEO의 이력이 남기는 물음표
로에 CEO의 이력은 솔스티스의 가능성과 리스크를 동시에 보여준다. 그는 BMS에서 연구개발 전략·기획 책임자를 거쳐 2023년 알케르메스에서 2억 7,500만 달러를 받고 분사한 뮤럴온콜로지를 이끌었다. 그러나 뮤럴의 핵심 파이프라인인 인터루킨-2 변이체는 임상 3상에서 실패했고, 직원의 90%가 해고됐으며 회사는 지난해 조마로열티에 매각됐다.
전작에서 대규모 자금을 유치한 뒤 후기 임상 실패로 사실상 폐업에 이른 CEO가 다시 수천억 원대 투자를 받아 새 회사를 꾸린 셈이다. 로에 CEO 스스로도 "대부분은 실패한다"고 인정했다. 투자자들이 뮤럴의 전철을 의식하면서도 포루스토바트의 초기 데이터에 베팅한 것인지, 아니면 바이오 벤처 특유의 '실패해도 다시 시작하는' 생태계가 작동한 것인지 주목된다.
70억 달러 시장을 둘러싼 경쟁
솔스티스만 MSS 대장암을 노리는 것은 아니다. 미국 아제누스는 자사 차세대 CTLA-4 억제제 보텐실리맙과 항PD-1 항체 발스틸리맙의 병용요법으로 임상 3상 진입을 준비 중이며, 미국 내 MSS 대장암 시장 규모를 약 70억 달러(약 9조 4,000억 원)로 추산했다. 아제누스는 오는 10월 유럽종양학회(ESMO 2026)에서 최신 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어서 솔스티스와의 직접 비교가 불가피해진다.
솔스티스가 라이선스 계약에 지불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하버바이오메드에 선급금 1억 500만 달러를 이미 지급했고, 상업화 성공 시 최대 11억 달러 이상의 마일스톤이 추가로 발생한다. 시리즈A로 확보한 2억 2,500만 달러 중 상당 부분이 이미 선급금으로 소진된 구조다.
한국과의 접점도 존재한다. 포루스토바트의 원개발사 하버바이오메드는 국내 항체-약물 접합체(ADC) 전문 기업 부스트이뮨과 글로벌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대장암이 한국인에게 가장 흔한 주요 암 중 하나인 만큼, 솔스티스의 글로벌 임상이 성공할 경우 국내 환자들에게도 새로운 치료 옵션이 열릴 수 있다.
업계에서는 포루스토바트의 짧은 반감기 설계와 30%대 초기 반응률이 '차가운 종양'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한다. 다만 임상 1b/2상 23명이라는 소규모 데이터에서 나온 수치가 대규모 임상에서 재현될지는 2027년 하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 로에 CEO가 "어둠에서 빛으로"라는 사명에 담은 포부가 뮤럴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데이터가 답해야 한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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