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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노화, 암 위험 89% 높인다 한국 젊은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

젊은 세대의 암 발병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그 핵심 원인으로 '생물학적 노화의 가속화'가 지목됐다.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14만 8,000여 명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특정 장기의 노화가 조기 발병 암의 위험을 최대 89%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실제 나이(역연령)와 무관하게 식습관·스트레스·수면 부족 등 환경적 요인에 의해 세포와 장기가 더 빨리 늙는 현상이 암 발병의 결정적 배경이 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국 의학저널(BMJ Oncology)에 발표된 글로벌 질병 부담(GBD) 데이터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9년까지 전 세계 50세 미만의 조기 발병 암 발생 건수는 182만 건에서 326만 건으로 79.1% 급증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BMJ는 이 같은 조기 발병 암의 증가 추세가 비만 관련 암의 증가 추세와 정확히 맞물린다고 지적했다.
■ 면역계·지방조직 노화가 폐암·대장암 위험 직접 높여
약 16만 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장기별 노화와 특정 암 발병 위험 사이의 연관성이 수치로 확인됐다. 면역 체계의 노화는 조기 발병 폐암 위험을 89%(위험비 1.89) 높였고, 지방 조직의 노화는 조기 발병 대장암 위험을 60%(위험비 1.60) 끌어올렸다. 전신에 걸친 생물학적 노화 가속화도 조기 발병 고형암 위험을 8%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노화 속도에 따른 집단 간 격차도 뚜렷했다. 생물학적 노화가 가장 빠른 그룹은 가장 느린 그룹보다 암 위험이 15% 더 높았으며, 이 차이는 폐암·대장암·자궁내막암에서 두드러지게 관찰됐다. 세대 간 비교에서도 1965년 이후 출생자는 1950년대 초반 출생자보다 생물학적 노화가 가속화될 확률이 17%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초가공식품·비만이 장기 노화의 핵심 촉진제
생물학적 노화 가속화의 주된 원인으로는 초가공식품 섭취와 비만이 꼽힌다. 초가공식품에 포함된 각종 첨가물과 정제 탄수화물은 장내 미생물 생태계를 교란하고, 이는 장벽 파괴·만성 전신 염증·면역 기능 저하로 이어진다. BMJ Oncology 글로벌 연구팀은 붉은 고기와 나트륨 섭취가 많고 과일 섭취가 적은 식단, 알코올 소비, 흡연, 신체 활동 부족, 높은 혈당이 복합적으로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한다고 분석했다.
장내 환경이 무너지면 암세포를 감시하고 제거하는 면역 기능이 약화된다. 골수 유래 억제 세포(MDSC)와 종양 관련 대식세포(TAM) 등이 늘어나면서 면역을 억제하는 환경이 조성된다. 지방간(hepatic steatosis)이 있는 간은 생물학적으로 더 늙은 상태이며, 더 치명적인 유형의 간 전이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는 암세포라는 '종자'가 성장하려면 노화된 장기라는 '토양'이 필요하다는 '종자와 토양 가설'과 일치하는 결과다.
■ 한국, 젊은 대장암 발병률 세계 1위라는 불명예
이 연구가 한국에 던지는 함의는 작지 않다. 세계적 의학 학술지 랜싯(The Lancet)과 국내 의료계 데이터에 따르면, 한국의 20~49세 젊은 대장암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2.9명으로 세계 1위다. 미국(10명), 호주(11.2명)를 웃도는 수치다. 유방암 분야에서도 서구권은 환자 대다수가 60~70대인 반면, 한국은 40대 이하 환자가 전체의 약 38%를 차지할 정도로 젊은 여성의 암 발병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런 배경에는 서구화된 식습관의 급격한 도입, 장시간 앉아 일하는 업무 환경, 경쟁 사회에서 비롯된 수면 부족과 만성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요인들이 한국 젊은 세대의 장기 노화와 장내 미생물 생태계 교란을 앞당기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대 의과대학 연구원 루이이 티안은 "실제 나이와 달리 생물학적 나이는 식단·신체 활동·정신 건강·환경적 스트레스 요인에 의해 수정될 수 있다"며 "생물학적 노화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젊은 세대의 암 예방 및 조기 발견을 개선하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암 검진 체계에도 변화가 예고된다. 현재 대부분의 국가는 40세나 50세 등 역연령을 기준으로 검진을 시작하지만, 혈액 내 바이오마커(단백질·염증 수치 등)로 '생물학적 나이'를 먼저 측정해 장기 노화가 빠른 20~30대를 선별 검진하는 맞춤형 예방 의학이 도입될 가능성이 크다. 생물학적 노화는 유전과 달리 개인의 노력과 공중보건 정책으로 되돌리거나 늦출 수 있는 영역인 만큼, 초가공식품 규제·마이크로바이옴 건강 회복·만성 염증 관리가 헬스케어 산업의 핵심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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