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다나-파버 암 연구소, 체계적 스크리닝으로 신규 후보물질 발굴 세계 최초 '대사 활성화' 분자 접착제 발견…암세포 특이성 기대

미국 다나-파버 암 연구소 연구진이 기존에 '표적 불가능(undruggable)'으로 여겨졌던 질병 단백질을 분해·제거하는 신약 후보물질인 '분자 접착제(molecular glue)'를 체계적으로 발굴하는 플랫폼을 개발했다.
다나-파버 암 연구소는 6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플랫폼은 단백질 분해 약물 개발의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분자 접착제 분해제는 세포 내 단백질 분해 효소인 'E3 리가아제(E3 ligase)'에 결합한 뒤, 이 효소가 질병 관련 표적 단백질을 파괴하도록 유도하는 약물이다. 세포의 자체 재활용 시스템을 이용해 원치 않는 단백질을 제거하는 원리다.
앞서 2014년 벤자민 에버트 다나-파버 최고경영자(CEO)는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 '레날리도마이드'가 전사 인자를 분해하는 분자 접착제 기전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표면이 매끄러워 약물이 결합하기 어려운 전사 인자를 분해할 수 있게 되면서, 암 치료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열렸다.
하지만 현재 임상 시험 중인 단백질 분해제들은 인체에 존재하는 600여 개의 E3 리가아제 중 극소수만을 활용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공동 수석 저자인 에버트 CEO는 "새로운 분자 접착제 분해제를 발견할 기회는 무궁무진하다"며 "이번에 개발된 체계적인 접근법은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약 발굴을 가속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플랫폼은 체계적인 스크리닝 과정을 거친다. 먼저 특정 E3 리가아제를 자성 비드에 고정하고, 세포 내 모든 단백질과 약물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투입한다. 특정 약물이 E3 리가아제와 결합해 특정 단백질에 대한 친화도를 높이면 '히트(hit)'로 간주한다. 이후 질량 분석법을 통해 어떤 단백질이 표적이 되는지 확인한다.
연구팀은 7개의 E3 리가아제를 스크리닝해 저평가된 'DCAF11' 효소가 'DDX18' 단백질에 이끌리는 것을 확인했다. 이 연결을 가능하게 한 약물 분자는 'M12'로 특정됐다.
놀랍게도 M12는 세포 모델에서 DDX18을 분해하지 못했다. 공동 제1저자인 프란치스카 와치터 박사는 초저온 전자현미경(cryo-EM) 분석을 통해 M12가 '글루타티온화(glutathionylation)'라는 대사 과정을 통해 변형되었음을 발견했다. 이는 M12가 산화 스트레스 수치가 높은 세포, 즉 암세포에서만 분자 접착제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와치터 박사는 "이는 대사적으로 활성화된 분자 접착제를 관찰한 최초의 사례로 매우 놀라운 발견"이라고 설명했다. 활성화된 M12는 DCAF11과 짝을 이뤄 SMARCA2, WEE1, CDK7 등 다른 여러 암 관련 단백질도 분해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을 보였다.
에버트 CEO는 "이번 연구는 암 유전체학, 세포생물학, 구조생물학 등 우리의 전문성이 결합된 강력한 시너지의 훌륭한 사례"라며 "암 치료를 위해 분해할 수 있는 단백질의 수를 확장할 가능성을 열었다"고 강조했다.

BIOBOOK TEAM
biobookmedia@bi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