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뇌 해마, 통증 초기엔 활성화…시간 지나며 염증으로 기능 장애 동물실험서 '미세아교세포' 억제하자 우울증상 개선

만성 통증이 우울증으로 이어지는 것을 조절하는 뇌 속 '스위치'가 발견됐다.
13일 생명과학 전문매체 바이오온 등에 따르면, 중국과 영국 공동 연구진은 만성 통증이 일부 사람에게만 우울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뇌의 기억 중추인 '해마'의 단계적 변화에 있다는 사실을 규명해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의 뇌 영상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우울증이 없는 만성 통증 환자는 해마의 부피가 크고 활동이 활발한 경향을 보였다. 이는 통증에 저항하기 위한 뇌의 초기 보상 반응으로 분석된다.
반면 만성 통증과 우울증을 모두 겪는 환자들은 해마 부피가 작고 활동이 저하된 상태였다. 연구를 이끈 젠펑 펭 워릭대학교 교수는 "이러한 변화는 타고난 취약성이 아니라, 장기간의 통증 경험 자체에 의해 뇌가 반응하며 점진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 기전을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만성 신경병성 통증을 유발한 쥐 모델에서 통증 민감도 증가, 불안, 우울증 유사 행동이 순차적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해마의 구조 및 활동 변화와 일치했다.
특히 핵심적인 변화는 해마의 '치상회' 영역에서 관찰됐다. 통증 초기에는 새로운 신경세포 생성이 활발해지며 뇌가 스트레스에 적응하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됐다. 이로 인해 신경세포와 미세아교세포 간의 정상적인 신호 전달이 무너지며 염증 반응이 발생했다.
이러한 기능 장애가 바로 통증에 대한 뇌의 적응 반응이 우울증이라는 부적응 상태로 전환되는 '스위치' 역할을 한 것이다. 실제로 연구진이 동물 모델에서 비정상적인 미세아교세포 활동을 억제하자 우울증과 유사한 행동이 개선됐다.
펭 교수는 "이번 발견은 해마의 염증을 표적으로 삼는 치료법이 만성 통증 환자의 우울증을 예방하는 새로운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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