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DNA 내 'CpG 밀도'가 기억 기간 결정하는 핵심 역할 만성질환·암 치료에 새로운 표적 제시…치료 전략 기대

건선과 같은 만성 염증성 질환이 같은 부위에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근본적인 원인, 즉 '염증 기억'의 장수 비결을 푸는 핵심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중국 바이오 전문 매체 바이오온은 9일(현지시간) 록펠러대학교 일레인 푹스 교수 연구팀이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3월 26일자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특정 DNA 서열의 특징이 염증 기억의 지속 시간을 결정하는 '스위치'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를 통해 피부의 표피 줄기세포가 염증을 기억하는 후성유전학적 능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급성 염증 발생 시 특정 전사인자(STAT3, AP1)들이 염색질을 열어 '기억 영역'을 만드는데, 이 영역은 염증이 사라진 후에도 계속 열린 상태로 유지된다.
이번 연구에서 연구팀은 쥐에게 건선과 유사한 염증을 유발한 뒤 2년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염증 후 생성된 934개의 기억 영역 중 약 10%인 117개가 쥐의 수명과 맞먹는 기간 동안 활성 상태를 유지하는 것을 확인했다. 이 장기 기억은 약 50회의 세포 분열 후에도 자손 세포로 안정적으로 전달됐다.
연구팀은 '퍼시스트넷(PersistNet)'이라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해 기억의 지속 시간을 결정하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억 영역 내 'CpG 이중염기' 서열의 밀도가 높을수록 기억이 오래 지속된다는 핵심 특징을 발견했다. CpG 밀도가 기억의 지속 시간을 조절하는 타이머 역할을 하는 셈이다.
분자적 기전도 밝혀졌다. CpG 밀도가 높은 영역은 급성 염증 시 DNA 탈메틸화가 일어나는데, 이 상태가 평생 유지된다. 탈메틸화된 CpG 서열은 특정 전사인자(ETS1)와 히스톤 변이체 'H2A.Z'를 끌어들여 염색질 구조를 계속 열린 상태로 유지시키고, 이 구조가 세포 분열 시에도 그대로 복제돼 기억이 영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장기 염증 기억은 긍정적 효과도 있었다. 젊을 때 염증을 겪은 늙은 쥐는 그렇지 않은 쥐보다 상처 치유 속도가 40% 더 빨랐다. 이는 장기 기억 영역에 속한 상처 회복 관련 유전자('Aim2', 'Il18' 등)가 빠르게 활성화된 덕분이다.
연구팀은 이 메커니즘이 피부뿐만 아니라 췌장염, 세균 감염 후 훈련된 면역 등 다른 조직과 질병에서도 공통으로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임을 확인했다. 이는 만성 염증 질환, 암, 노화 관련 질병 치료에 새로운 표적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
연구를 이끈 일레인 푹스 교수는 "앞으로 조직 복구에 유익한 기억과 질병을 유발하는 해로운 기억을 구분하는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며 "해로운 기억만 선택적으로 제거해 만성 질환의 재발 고리를 끊는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BIOBOOK TEAM
biobookmedia@biobook.co.kr
애브비 다발골수종 신약, 임상 3상 성공…"부작용 확 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