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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케어텍 주관 8개사 컨소시엄, 국립중앙의료원·서울의료원 실증 후 35개 지방의료원 확산 목표 경쟁사 가처분 기각으로 3개월 지연 끝 착수…2차년도 계속 여부는 평가로 결정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추진하는 '공공 병원정보시스템(HIS) AI 클라우드 서비스 개발·검증 지원사업'이 본격 착수됐다. 의료IT 기업 이지케어텍이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8개사 컨소시엄을 이끌며,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 두 곳의 병원정보시스템을 클라우드 기반 구독형(SaaS) 모델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총 사업 규모는 2년간 362억6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정부출연금이 270억원, 민간부담금이 92억여원이다. 1차년도 사업비만 181억원이며, 이지케어텍에 배정된 정부출연금은 97억6000만원으로 직전 사업연도 말 연결 기준 자기자본(447억원)의 21.8%에 해당한다. 1차년도 수행 기간은 8월 28일부터 2027년 4월 30일까지다.
이 사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한 개별 병원 시스템 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공공의료기관이 각자 서버를 구축·운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표준화된 클라우드 서비스를 '구독'하는 모델을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실증이 성공하면 전국 35개 지방의료원으로 확산할 수 있는 참고 모델이 된다.
경쟁사 가처분 기각으로 3개월 만에 착수
사업은 순탄하게 출발하지 못했다. 당초 선정 결과에 대해 경쟁사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약 3개월간 사업 착수가 지연됐다. 법원이 9월 초 이를 기각하면서 이지케어텍 컨소시엄의 수행이 확정됐고,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이 같은 법적 분쟁은 사업의 규모와 파급력을 반증한다. 공공병원 HIS 시장은 그간 개별 병원 단위의 시스템통합(SI) 수주 경쟁이 주를 이뤘으나, 이번 사업은 정부 주도로 '표준 모델'을 설계한다는 점에서 향후 시장 구도를 좌우할 수 있다. 주관기관으로 선정된 기업이 사실상 공공병원 클라우드 HIS의 기준점을 잡게 되는 셈이다.
컨소시엄 구성이 말해주는 사업의 구조
이지케어텍을 주관으로 엔에이치엔클라우드(NHN Cloud), 인프메딕스, 퍼즐에이아이, 휴이노, 비트컴퓨터, 플랜잇스퀘어, 한국아이티컨설팅 등 7개 참여기관이 컨소시엄을 이룬다. 자문기관으로는 서울대학교병원과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가 이름을 올렸다.
구성을 뜯어보면 사업의 기술 구조가 드러난다. 이지케어텍이 HIS 핵심 소프트웨어를, NHN클라우드가 클라우드 인프라를 담당하고, 퍼즐에이아이·휴이노 등 AI·디지털 헬스케어 전문 기업이 AI 에이전트와 의료기기 데이터 연동을 맡는 분업 체제다. 비트컴퓨터는 의료정보 분야의 오랜 경력을 가진 기업으로,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성 확보에 역할이 기대된다.
자문기관 구성도 의미가 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대형 상급종합병원의 임상 관점에서 시스템 요구사항을 검증하고,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는 실증 이후 확산 대상인 35개 지방의료원의 현장 수요를 반영하는 창구가 된다.
'자체 서버' 시대에서 '구독형 클라우드'로, 무엇이 달라지나
현재 대다수 공공병원은 자체 전산실에 서버를 두고 HIS를 운영한다. 초기 구축비용이 수십억원에 달하고, 유지보수·업그레이드마다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병원마다 시스템이 달라 데이터 호환이 어렵고, 기관 간 의료정보 연계에도 한계가 있다.
이번 사업이 목표로 하는 클라우드 SaaS 모델은 이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꾼다. 병원이 서버를 직접 소유·관리하는 대신, 표준화된 시스템을 클라우드에서 구독 방식으로 이용한다. 진료 규모나 기능 필요에 따라 모듈을 유연하게 조합할 수 있고, 업데이트도 중앙에서 일괄 적용된다. 예산이 제한된 공공병원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 부담이 줄고, 최신 기능을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기대 효과다.
여기에 AI 기능이 결합된다. 음성 인식 기반 자동 차트 작성, 처방 오류 사전 감지, 진료 전주기 업무 지원 등 AI 에이전트가 의료진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것이 사업의 또 다른 축이다. 의료데이터 표준화와 거버넌스 체계 구축도 과제에 포함돼 있어, 국제 표준(HL7 FHIR 등)을 준수하는 데이터 연동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이지케어텍에는 '플랫폼 기업 전환'의 시험대
이지케어텍은 국내 병원정보시스템 시장에서 주요 기업 중 하나로, 중동·일본·미국 등에 HIS를 수출한 이력이 있다. 그러나 기존 사업 모델은 병원별 맞춤 구축(SI) 중심이었다. 이번 국책과제는 SI 기업에서 반복 매출이 가능한 SaaS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홍우선 이지케어텍 대표는 이번 사업이 "단순한 시스템 통합 기업에 머물지 않고 고도화된 의료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했음을 증명할 시험대"라고 밝힌 바 있다. 공공병원에서 검증된 클라우드 SaaS 모델을 확보하면, 해외 수출 시에도 구축형이 아닌 구독형으로 사업 모델을 전환할 수 있는 레퍼런스가 된다.
다만 재무적 영향은 신중하게 봐야 한다. 1차년도 정부출연금 97억6000만원이 자기자본 대비 21.8%로 적지 않은 규모지만, 이는 매출이 아닌 과제 수행 대가이며 8개 기관이 나눠 수행하는 구조다. 민간부담금 중 이지케어텍의 자체 투입분도 있다. 사업이 직접적인 수익으로 이어지려면 실증 이후 실제 공공병원 도입 확산이라는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2차년도 평가와 확산, 넘어야 할 관문
사업의 불확실성도 분명하다. 총 사업 기간은 2년이지만, 2차년도 사업 계속 여부는 1차년도 성과 평가를 통해 결정된다. 수행 기간과 사업비 역시 정부 정책과 계약 당사자 간 협의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공시에 명시돼 있다.
실증 대상인 국립중앙의료원과 서울의료원에서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전환하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 자체가 기술적·행정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병원 현장에서는 진료 중단 없는 시스템 전환, 기존 데이터 이관, 보안 인증, 의료진의 새 시스템 적응 등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올리는 것에 대한 보안·규제 검증도 핵심 관문이다.
35개 지방의료원 확산이라는 최종 목표까지는 더 먼 길이 남아 있다. 실증 2곳에서의 성공이 곧바로 전국 확산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각 의료원의 예산·인력·기존 시스템 상황이 모두 다르다. 표준 모델이 다양한 현장 조건에 실제로 적용 가능한지는 실증 결과가 나와야 판단할 수 있다.
1차년도 사업 종료 시점인 2027년 4월 말의 실증 결과와 2차년도 계속 여부 결정이 이 사업의 실질적 성패를 가늠할 첫 번째 분기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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