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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글로벌 권리 확보해 후기 임상부터 승인까지 독자 완주 단일군 임상으로 정식승인…FDA 이례적 규제 혁신 사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권리를 확보해 후기 임상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과 승인까지 독자적으로 완주한 항암 신약이 탄생했다.
FDA는 2일(현지시간)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개발한 경구용 담관암 표적치료제 리픽투(성분명 리라푸그라티닙)를 최종 품목허가했다고 밝혔다. 적응증은 이전 치료 경험이 있는 섬유아세포성장인자수용체2(FGFR2) 유전자 융합 또는 기타 재배열을 동반한 절제 불가능 국소진행성 및 전이성 담관암 성인 환자다.
이번 허가는 당초 FDA가 설정한 심사 목표일보다 앞당겨 결정됐다.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공급망과 유통망 정비를 마치는 대로 올해 4분기부터 미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처방과 상업화에 돌입할 방침이다.
리픽투의 허가 근거는 다기관·공개·단일군 방식으로 진행된 글로벌 임상 1/2상 리포커스(ReFocus) 시험이다. FGFR 억제제 치료 경험이 없고 이전 항암화학요법이나 면역요법을 받았던 진행성 담관암 환자 116명을 대상으로 약효를 평가한 결과, 독립평가위원회 기준 객관적반응률(ORR)은 45.7%로 나타났다.
반응지속기간 중앙값(mDOR)은 11.8개월,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mPFS)은 11.3개월이었다. 12개월 시점 무진행생존율은 약 49.2%, 전체생존기간 중앙값(mOS)은 22.8개월을 기록했다.
리픽투는 기존 FGFR 계열 약물이 FGFR1부터 FGFR4까지 무차별적으로 억제해 심각한 독성을 유발했던 한계를 극복하도록 설계된 비가역적 FGFR2 선택적 억제제다. 고인산혈증이나 중증 설사 발생률을 20% 초반대로 낮춰 장기 투약에 필요한 안전성과 내약성을 입증했다.
바이오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대목은 승인의 규제적 지위다.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대조군이 없는 단일군 임상 데이터로 신약허가신청서(NDA)를 제출했기 때문에 시판 후 확증임상을 조건으로 하는 가속승인을 염두에 뒀다. 그러나 FDA는 추가적인 대규모 확증임상 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정식승인을 최종 결정했다.
단일군 임상에서 확인된 종양 반응률과 지속 기간만으로 정식승인을 내린 사례는 미국 규제 당국의 항암제 심사 이력에서도 매우 드문 규제 혁신 사례로 꼽힌다.
FDA가 이 같은 예외적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선발 경쟁 약물들의 임상 난항이 있었다. 인사이트의 페마자이레(성분명 페미가티닙)와 다이호 온콜로지의 리트고비(성분명 푸티바티닙)는 각각 2020년과 2022년 가속승인을 받았으나 정식승인 전환을 위한 확증임상에서 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QED테라퓨틱스의 트루셀틱(성분명 인피그라티닙)은 확증임상 환자 모집에 최종 실패해 2024년 허가를 자진 철회하고 시장에서 퇴출됐다. FGFR2 변이 환자 수가 워낙 적어 수백 명 단위의 무작위 대조 임상이 현실적으로 어려웠고, 약효가 확인된 상황에서 환자 절반에게 위약을 투여하는 윤리적 문제도 컸다.
FDA는 이러한 임상적 미충족 수요와 실행 가능성의 한계, 리픽투의 치료 효능과 안전성 프로파일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정식승인을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식승인으로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막대한 개발 리스크와 비용 부담을 덜게 됐다. 통상 글로벌 항암제 임상에서 환자 1인당 투입 비용은 약 20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된다. 수백 명 규모의 무작위 3상 확증임상을 진행했다면 최소 수천만 달러의 추가 비용과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승인 철회 리스크도 떠안아야 했다.
정식승인은 향후 후발 FGFR2 표적항암제 개발사들에 단일군 임상 허가의 문턱을 높이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후발 약물들은 표준 치료 기준점이 된 리픽투보다 우월한 임상적 유익성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번 승인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사업 모델이 한 단계 도약했음을 보여주는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기존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후보물질을 발굴해 초기 임상을 마친 뒤 다국적 제약사에 기술을 수출하고 후기 개발과 글로벌 판매는 파트너사에 맡기는 구조였다.
최근 미국 승인을 받은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도 미국 내 허가 신청과 상업화는 글로벌 권리를 이전받은 존슨앤드존슨이 주도했다. 반면 리픽투는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2024년 12월 미국 릴레이 테라퓨틱스로부터 글로벌 권리를 도입한 이후 후기 임상 데이터 분석부터 NDA 직접 제출, FDA 심사 대응, 미국 상업화 조직 운영까지 전 과정을 국내 기업의 자회사가 주도적으로 완주했다.
다만 상업화 무대에서 마주할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다. 미국 내 연간 담관암 신규 진단 환자는 약 8000명 수준으로 희귀암에 속한다. FGFR2 유전자 융합이나 재배열은 주로 간내담관암의 약 10~15% 환자에서만 발현되며, 이번 적응증은 기존 전신 치료에 실패한 2차 치료 환자로 국한된다.
결과적으로 미국 내 리픽투의 직접 투약 대상 환자는 연간 수백 명에서 1000여 명 안팎으로 좁아진다. 시장에는 이미 가속승인으로 수년 전부터 처방 경험을 선점한 페마자이레와 리트고비가 버티고 있다. 리픽투가 약물 선택성과 낮은 부작용, 정식승인이라는 규제적 신뢰도를 무기로 선발 주자들의 처방 점유율을 얼마나 빠르게 가져올지가 초기 실적의 관건이다.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좁은 미국 담관암 시장의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시장 확장과 적응증 확대 전략을 동시에 가동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유럽의약품청(EMA)에 리픽투의 담관암 2차 치료제 품목허가신청(MAA)을 제출하고 유럽 승인 심사에 착수했다.
또 암종을 불문하고 FGFR2 유전자 이상을 가진 다양한 고형암 환자를 대상으로 적응증 확장을 노리는 ReFocus202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췌장암, 위암 등 FGFR2 변이가 나타나는 다른 암종으로 처방 영역을 넓히는 암종불문 표적항암제로의 도약이 리픽투의 미래 가치를 결정할 핵심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리픽투 승인은 엘레바 테라퓨틱스가 연구개발 전문 바이오텍을 넘어 미국 시장에서 직접 약을 판매하고 매출을 창출하는 정식 제약사로 전환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주요 암센터와 종양내과를 대상으로 마케팅 조직과 보험 급여, 유통 인프라를 구축해 왔으며 리픽투를 통해 해당 상업화 시스템을 처음 가동하고 검증하게 된다.
이는 간암 1차 치료제로 미국 진출을 재추진하는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의 향후 행보와도 연결된다. 담관암과 간암은 모두 위장관계 간담도암을 다루는 종양내과 전문의와 대형 암센터가 핵심 처방처라는 공통점이 있다. 향후 간암 신약이 추가 승인을 받으면 리픽투로 이미 병원 처방 코드에 진입하고 보험망을 확보한 현지 직판 영업망을 공유해 인프라 시너지와 비용 효율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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