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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펙트 러시아 수출 계약, 12년간 납품 0건 벌점 7점·제재금 7000만원…상장 적격성 심사 압박

한국거래소가 일양약품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하고 벌점 7점과 제재금 7000만원을 부과했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는 8일 일양약품의 공시불이행을 이유로 이같이 통보했다. 제재 사유는 국산 18호 신약인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제 슈펙트의 러시아 공급·기술수출 계약과 관련한 공시 위반이다.
거래소는 2014년 12월 체결된 해당 계약에서 2024년 6월 중대한 정정 사유가 발생했는데도 2년 넘게 묵히다 2026년 9월에야 뒤늦게 공시한 점을 문제 삼았다. 2025년 9월 정정공시에서 중요 사항을 누락하거나 허위로 기재한 점, 올해 3월 확정된 계약 해지를 수개월 감추다 9월에야 알린 점도 위반 행위로 적시됐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계약이 10년 넘게 사실상 껍데기만 남은 '유령 계약'이었다는 점이다. 일양약품은 2014년 러시아 제약사 알팜과 약 145억원(1300만달러) 규모의 슈펙트 원료 공급·기술수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매출의 9.8%에 달하는 대형 수출로 부각됐지만 첫 계약금 300만달러 중 100만달러만 받았을 뿐 나머지 마일스톤 1000만달러와 공급 약정액은 한 푼도 유입되지 않았다.
러시아 규제당국이 백인 대상 추가 임상을 요구했으나 파트너사가 거부하면서 현지 품목허가조차 얻지 못했다. 결국 12년 동안 실제 완제품이나 원료가 선적된 실적은 전무했다.
회사는 사업화가 무산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시장에 알리지 않았다. 알팜 실무진은 2024년 6월 프로젝트 중단 의사를 전달했지만 일양약품은 공식 서면 통지가 없었다는 조항을 내세워 2025년 9월 계약 만료를 1년 더 자동 연장하는 공시를 냈다.
올해 3월에는 일양약품이 직접 공식 비연장 통보를 발송하고 상대방 수령까지 확인해 계약이 사실상 파기됐는데도 이를 반년 숨겼다. 계약 종료일이 임박한 9월에야 해지 공시를 올렸다.
일양약품은 계약 해지 당시 실제 매출 발생이 없어 재무적 손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단일판매·공급계약 공시는 미래 현금흐름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핵심 투자 지표다. 12년간 존재하지 않는 매출 기대를 시장에 노출시킨 것 자체가 투자자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제재의 후폭풍도 적지 않다. 벌점 7점은 거래소 규정상 한 번의 추가 공시 위반만으로 상장폐지 심사 문턱에 설 수 있는 수준이다. 과거 1년 이내 누계 벌점이 10점 이상이면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 따라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일양약품은 최근 본업 수익성이 크게 둔화하며 영업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환경도 취약하다. 여기에 내부통제 실패와 불성실공시 지정까지 겹치며 기업 신인도 하락이 불가피해졌다.
일양약품이 추진 중인 다른 해외 파이프라인과 장기 라이선스 아웃 계약 역시 러시아 알팜 건처럼 허울뿐인 계약이 아니냐는 시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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