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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역 확진자 3887명 넘어서며 작년 연간 수치 추월

미국에서 1991년 이후 35년 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의 홍역 대유행이 발생하면서 뉴욕주가 주 전역에 재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지난해부터 미 전역에서 이어진 홍역 확산세에 대응해 주정부 차원에서 비상사태를 발령한 것은 뉴욕주가 처음이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홍역의 급격한 지역 확산을 차단하고 신속한 의료 대응 체계를 가동하기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비상사태 조치는 즉시 효력을 발휘해 다음 달 4일까지 한 달간 유지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집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역의 누적 홍역 확진자는 3,88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991년 연간 9,643명이 발생한 이후 35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지난해 전체 확진자 수인 2,289명을 이미 넘어섰으며, 최근 2년 동안 미국 내 홍역 관련 사망자는 8명에 달해 지난 30년간의 누적 사망자 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준이다.
주 경계 넘은 집단감염…펜실베이니아 확진자 1000명 돌파
뉴욕주가 전격적인 비상 조치를 단행한 직접적 배경에는 주 경계를 맞댄 인접 펜실베이니아주의 폭발적인 감염세가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보건당국 집계 결과 올해 누적 확진자는 1,004명을 기록했다. 단일 주에서 홍역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것은 1990년대 초 이후 30여 년 만에 처음이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최근 일주일 사이에만 106명이 늘었고, 현재까지 198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5명이 사망했다.
뉴욕주의 경우 올해 누적 확진자가 108명으로 펜실베이니아의 10분의 1 수준이지만, 확산 속도와 유행 경로가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108명 중 뉴욕시 발생은 7명에 그친 반면 101명은 외곽 및 농촌 지역에서 보고됐다. 특히 전체 환자의 약 85%인 92명이 지난 7월 15일 이후 접종률이 낮은 18개 카운티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뉴욕주는 펜실베이니아 농촌 지역의 유행이 접경지대를 통해 유입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무너진 ‘95% 집단면역’…미접종자 비율 99% 달해
이번 홍역 대유행의 근본적인 원인은 취약 지역을 중심으로 급격히 떨어진 백신 접종률에 있다. 홍역·유행성이하선염·풍진을 예방하는 MMR 백신은 2회 접종 시 감염 예방 효과가 약 97%에 달한다. 전염력이 매우 강한 홍역 바이러스를 지역사회 차원에서 차단하려면 최소 95% 이상의 접종 완료율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확산한 백신 불신 풍조와 허위 정보, 종교적·신념적 사유에 따른 접종 면제 요구가 겹치면서 방역망에 균열이 생겼다. 가장 많은 피해가 발생한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 카운티(391명)를 비롯해 감염이 집중된 지역 다수는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보수 종교 공동체나 농촌 지역이었다. 펜실베이니아 보건당국 조사 결과 확진자의 99% 이상이 MMR 백신을 전혀 접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25~49세 성인 확진자가 가장 많았고, 18세 미만은 32%를 차지했다.
접종 인력 규제 대폭 완화…약사·구급대원도 백신 투여
뉴욕주는 행정명령을 통해 방역 현장의 의료 인력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의사뿐만 아니라 등록 간호사도 의심 환자에 대한 홍역 진단 검사를 직접 지시할 수 있게 했다.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인력 범위도 공인 약사, 구급대원, 고급 응급의료 인력, 조산사 등으로 전방위 확대했다. 특히 공인 약사는 2세 이상 소아에게도 MMR 백신을 직접 투여할 수 있는 권한을 얻었다. 뉴욕주는 접종 내역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백신을 투여한 의료 인력이 72시간 이내에 주 또는 시의 통합 예방접종 등록 시스템에 전산 보고를 완료하도록 의무화했다.
26년 만에 ‘퇴치국’ 박탈 위기…공급망 대응과 정치적 공방 과제
이번 사태로 미국의 공중보건 지위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 미국은 높은 백신 접종률을 바탕으로 2000년 세계보건기구(WHO)와 범미보건기구(PAHO)로부터 ‘홍역 퇴치국’ 인증을 획득했으나, 유행이 장기화되면서 26년 만에 지위를 박탈당할 위기에 처했다. 범미보건기구는 다음 달 회의를 열어 미국과 멕시코의 홍역 퇴치국 지위 유지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다. 퇴치국 지위를 잃을 경우 국가 공중보건 신뢰도 저하는 물론 국제 여행 권고 조정 등 파장이 뒤따를 수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의 수급 대응도 본격화되고 있다. 머크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등 글로벌 MMR 백신 제조사들은 미 연방정부 및 주정부의 비축 수요 급증에 대비해 공급 물량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 동시에 백신 접종률 저하가 소아마비나 백일해 등 다른 필수 예방접종 대상 감염병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다만 백신 의무화를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개인 신념에 따른 접종 거부는 여전히 방역의 핵심 걸림돌로 남아 있다. 계절적으로 바이러스 확산이 쉬운 동절기를 앞두고 미접종 군집 지역의 감염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지방정부는 추가로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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