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대장균 단백질 표적 항체를 인간·생쥐 세포에 사용 국내 연구진 참여 논문 5편도 검토 대상 포함

생명과학 실험실에서 엉뚱한 타깃을 잡는 항체를 쓰고도 가설에 꼭 들어맞는 데이터가 논문에 실려 동료 평가를 통과한 사례가 세포노화 연구 분야에서 대거 드러났다.
과학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영국의 독립 분자생물학자 숄토 데이비드의 분석을 인용해 세포노화 관련 주요 학술논문 54편에서 실험 목적에 맞지 않는 항체가 쓰인 정황을 보도했다.
조사 대상에는 셀, 네이처 에이징 등 세계 유수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 포함됐으며 국내 연구기관 연구진이 참여한 논문도 5편이 검토 대상에 올랐다.
논란의 핵심은 노화 세포의 대표적 바이오마커인 베타-갈락토시다아제(β-galactosidase)를 검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문제의 논문들은 포유류 세포에서 발현하는 노화 관련 베타-갈락토시다아제가 아니라 대장균 유래 베타-갈락토시다아제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를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이나 설치류의 해당 단백질과 대장균의 단백질은 이름만 비슷할 뿐 아미노산 서열과 입체 구조가 완전히 다르다. 상식적으로 포유류 세포 조직에서 결합 반응을 일으킬 가능성이 희박한 항체다.
그럼에도 수십 편의 논문에서 이 항체를 활용해 세포노화가 억제되거나 유도됐다는 유의미한 수치와 밴드 이미지가 도출됐다. 생명과학계 일각에서는 항체 실험이 객관적 검출이 아니라 가설 증명을 위한 요식 행위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연구진의 해명도 바이오 연구의 허술한 현실을 보여준다. 올해 1월 국제학술지 'npj 에이징'에 논문을 게재했다가 검토 대상에 포함된 한국한의학연구원 연구진은 기존 참고문헌을 따랐으며 서모피셔 사이언티픽 홈페이지 카탈로그에서 사람·생쥐·쥐 사용 사례를 확인하고 실험에 썼다고 밝혔다.
이 연구진은 해당 데이터가 보조적인 수치여서 전체 논문 결론에는 큰 영향이 없으며 이달 중 항체를 쓰지 않는 다른 방식으로 재실험해 재현성을 입증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타깃조차 맞지 않는 항체로 얻은 데이터가 어떻게 가설에 부합하는 보조 지표로 기능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은 풀리지 않는다.
단백질 발현 여부를 확인하는 핵심 검증 단계에서 시약의 교차 반응성이나 음성 대조군(Negative Control)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상업용 카탈로그의 안내 문구에만 의존해 실험을 진행했다는 사실 자체가 부실 검증을 자인하는 셈이다.
시약 제조사의 무책임한 판매 행태도 사태를 키웠다. 전 세계 연구실에 막대한 시약을 공급하는 서모피셔 사이언티픽은 지난 5월 자사 온라인 카탈로그에 실린 검증용 웨스턴 블롯 사진 100여 장이 조작되거나 복제 편집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어 8월에는 글로벌 15개 시약 업체의 제품 카탈로그에서 1만8000장이 넘는 의심스러운 이미지가 무더기로 보고됐다. 연구자들이 고가에 사들이는 검증 시약의 성능 보증 데이터 자체가 조작되거나 복사·붙여넣기된 이미지였을 가능성이 폭로된 것이다.
항노화와 재생의학은 최근 글로벌 제약사와 벤처캐피털의 대규모 투자가 집중되며 급성장하는 첨단 바이오 분야다. 하지만 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전임상 연구의 토대가 되는 기초 논문들이 타깃도 맞지 않는 항체와 가짜 카탈로그 이미지 위에 쌓여 있다면 임상 단계의 실패율은 치솟을 수밖에 없다.
이번 항체 적합성 논란은 개별 연구진의 단순한 착오나 일회성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다. 시약 제조사의 카탈로그 정보를 맹신하고 대조군 검증을 소홀히 한 채 원하는 결과만 도출해 온 관행이 지속되는 한 논문 철회와 신뢰도 추락은 다른 바이오 타깃에서도 반복될 수 있다.
국제 학술지와 연구기관들이 해당 54편 논문의 원시 데이터를 전면 재조사하고 바이오 소모품 기업들의 데이터 허위 기재에 책임을 묻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제약·바이오 기초 연구 전반을 향한 불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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