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법원, 9개 공정 전부 보안작업 인정…파업 땐 1회 2000만원 글로벌 고객사 이탈·품질 리스크 등 근본 불안 여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법원의 가처분 인용으로 당장의 공장 셧다운 위기는 피했지만,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의 존립 기반인 공급망 신뢰와 노사 결속력은 이미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서울고등법원 인천재판부 제1민사부는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9개 생산공정 전체를 파업 중에도 멈춰서는 안 되는 보안작업으로 인정했다. 사측이 낸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사실상 전부 받아들인 것이다.
쟁의행위가 제한되는 공정은 지난 4월 23일 1심 결정 당시 3개에서 9개로 대폭 확대됐다. 플라스크 배양, 배양기 배양, 회수, 배지 제조·공급, 크로마토그래피, 바이러스 여과, 농축 및 버퍼 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등 핵심 공정 전반이 노동조합법상 원료와 제품의 부패·변질을 막아야 하는 필수 업무로 묶였다.
법원은 노조가 평상시와 같은 인력과 가동시간, 주의의무를 유지하지 않거나 이를 방해할 경우 1회당 2000만원의 간접강제금을 물도록 명령했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부터 3주간 2차 전면 파업을 준비하던 노조는 21일로 예정했던 2000명 규모의 장외 집회를 취소하고 파업 일정 재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CDMO 비즈니스 특성상 상황은 낙관적이지 않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미세한 오염도 허용하지 않는 극도의 숙련도와 작업자의 자발적 책임감이 요구된다. 법원이 파업 기간 평상시와 같은 주의의무를 유지하라고 명했더라도, 사측과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현장 인력이 동일한 수준의 품질 관리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노조가 초과근무 거부 등 변칙적인 준법투쟁을 이어가거나 소극적 작업에 머물 경우 배치(Batch) 실패율 상승과 납기 지연이라는 잠재적 손실이 발생할 공산이 크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CDMO 파트너를 선정할 때 공급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가장 엄격하게 따진다. 바이오의약품 수주는 한 번 계약하면 최소 5년에서 10년 이상 이어지는 구조다. 지난 5월 1일부터 5일까지 단행된 노조의 첫 전면 파업 당시 생산 차질액은 약 1500억원에 달했다.
반년 넘게 사후조정이 결렬되며 파업 예고와 가처분 소송이 반복되는 모습은 해외 고객사에 리스크 요인으로 각인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제약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노사 안정성을 필수 실사 항목으로 포함하는 흐름을 감안하면 신규 대형 수주전에서 경쟁사에 빌미를 내줄 위험성이 높다.
노사 간 시각차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사측은 기본급 6.2% 인상안과 유상증자 우리사주에 대한 이자 지원 등을 제시했으나, 노조는 기본급 9.5% 인상과 일시금 300만원, 영업이익의 15%에 달하는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10월 초 사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회사의 유상증자 청약 일정을 보류해 달라며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요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자금 조달과 증설 투자라는 핵심 경영 활동마저 내부 분규의 인질로 삼는 상황이다.
법원의 이번 가처분 인용은 10월 말부터 우려됐던 공장 가동 전면 중단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만 일시적으로 유예했을 뿐이다. 노조는 법적 제한을 우회하기 위해 신규 배치 착수를 집단적으로 거부하거나 장기적인 태업 방식을 모색하겠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무너진 현장의 신뢰를 복원하고 글로벌 고객사가 체감하는 사업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지워내지 못한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초격차 위상은 안으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다.

BIOBOOK TEAM
biobookmedia@bi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