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기존 약제와 병용 가능한 PDE4B 억제제 건강보험 급여 등재·약가가 관건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시장에서 10년 넘게 이어진 2파전 구도가 깨졌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6일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의 경구용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자스케이드정(성분명 네란도밀라스트)을 수입 희귀의약품으로 정식 품목허가했다고 밝혔다.
자스케이드는 2024년 2월 식약처의 글로벌 혁신제품 신속심사 지원체계(GIFT) 제16호로 지정돼 신속심사를 거쳤다. 2014년 피르페니돈과 닌테다닙이 등장한 이래 이 질환 영역에서 완전히 새로운 작용기전을 가진 치료제가 국내 규제당국의 허가를 받은 것은 10여 년 만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포벽에 원인 미상의 만성 염증 세포가 침투해 폐조직이 섬유화되고 굳어지며 결국 호흡부전으로 사망에 이르는 희귀 호흡기 질환이다.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이 3~5년에 불과하지만 폐조직의 구조적 손상을 되돌리는 근본적 치료법은 아직 없다.
기존 치료제인 로슈의 피르페니돈(상품명 피레스파)과 베링거인겔하임의 닌테다닙(상품명 오페브)은 질환의 원인을 제거하기보다 폐활량 감소 속도를 늦추는 항섬유화제 역할에 머물렀다. 폐기능 감소 억제율도 50% 안팎에 그쳐 단일 요법만으로는 질환 진행을 충분히 통제하기 어려웠다.
내약성 한계도 컸다. 닌테다닙은 심한 설사와 복통 등 위장관 독성이 잦아 환자 3명 중 1명이 복용량을 줄이거나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흔했다. 피르페니돈 역시 광과민증과 식욕부진, 간 기능 이상 등 부작용으로 장기 투약 유지가 쉽지 않았다.
자스케이드는 포스포디에스테라제4(PDE4) 중 폐 조직에 주로 분포하는 PDE4B 아형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표적 기전을 채택했다. 세포 내 고리형 아데노신일인산(cAMP) 분해를 막아 농도를 높임으로써 형질전환성장인자-베타(TGF-β) 등 섬유화 촉진 경로와 염증 사이토카인 생성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임상 3상(FIBRONEER-IPF)에서 자스케이드는 52주간 위약군 대비 강제폐활량(FVC) 저하 속도를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지연시켰다. 특히 참가자의 70% 이상이 이미 닌테다닙 또는 피르페니돈을 배경 요법으로 투약받고 있었는데, 단독 투약 환자뿐 아니라 기존 약제와 병용한 환자군에서도 추가적인 폐활량 보존 효과를 나타냈다.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 기전의 닌테다닙과 PDE4B 억제 기전의 자스케이드는 표적 작용점이 달라 상호 보완적인 병용 치료 전략이 가능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베링거인겔하임의 사업적 배경도 맞물려 있다. 자사의 블록버스터 폐섬유증 치료제 오페브는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4조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으나 2029년 전후로 주요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자스케이드는 오페브의 특허 절벽을 방어할 차세대 파이프라인이자 내약성이 떨어진 환자를 흡수하고 병용 처방 시장을 새로 창출할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다만 넘어야 할 관문도 남아 있다. PDE4 억제제 계열 특유의 설사·구역감 등 소화기계 부작용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복합 처방 시 이상반응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피르페니돈과 병용하면 약물 대사 상호작용으로 자스케이드의 혈중 농도가 감소할 수 있어 고용량 투여가 요구되는 등 용량 조정의 번거로움도 있다.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국내 건강보험 급여 등재 속도와 약가 산정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산정특례가 적용되는 희귀질환이지만 고가의 표적 희귀의약품이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하면 연간 수천만 원에 달하는 약가 전액을 환자가 비급여로 감당하기 어렵다. 기존 닌테다닙조차 국내 급여 확대 과정에서 재정 영향 평가로 진통을 겪은 전례가 있어 정부의 경제성 평가와 위험분담제(RSA) 협상 속도가 자스케이드의 실질적인 국내 치료 접근성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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